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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경제학 강의 : 경제학의 제국을 건설한 사람들]이란 책이 미래의창에서 출간되었는데, 김민주 (주)리드앤리더의 김민주 대표가 번역을 했습니다.

이제까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18명의 걸출한 경제학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진솔하게 풀어쓴 글입니다.
수상자들이 미국 트리니티 대학에 와서 강연한 것을 엮은 글인데,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 어떻게 해서 자신이 경제학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다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되었고 이 세상을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독특한 글입니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아래는 역자가 쓴 책 서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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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서문>

노벨상에 대해

매년 10월이 되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잘 알듯이 노벨상에는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문학, 평화, 경제학 6개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이중에 경제학상을 제외한 나머지 상은 1901년부터 시상되어 왔고, 경제학상은 그로부터 한참 후인 1969년부터 시상되고 있다.

노벨상은 인류 복지에 가장 구체적인 공헌을 한 사람에게 상을 주라는 1895년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0년 노벨 재단에 의해 제정된 것이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노벨은 언제부터 이 상을 생각했던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느날 아침 잠에서 깬 노벨은 조간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의 사망기사가 난 것이었다. 물론 오보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자신의 사망소식에 대해 사람들이 별로 애석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다이너마이트로 거부가 된 사람의 죽음을 놓고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있었다. 이런 소동을 겪고 난 후, 노벨은 자신의 이름이 보다 값지게 남기를 원하는 마음에서 사업에서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법을 구상하게 되었고 그것이 노벨상 제정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노벨상 수상자 결정은 1739년에 설립된 스웨덴 한림원(The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의 엄격한 심사기준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심사의 객관성을 위해 평화상만 노르웨이에서 결정을 한다. 수상자에게는 노벨재단 규약 제9조에 따라 상금액에 상당한 보증수표, 상장 및 유언자의 초상과 적당한 명문을 조각한 금메달이 수여된다. 하지만, 노벨경제학상의 경우에는 상금은 노벨재단 기금이 아니라 스웨덴 중앙은행 창립 300주년 기념 기금에서 나온다.

1901년부터 2004년까지 분야별 노벨상 수상자 수는 물리학상 174명, 화학상 146명, 생리학/의학상 182명, 문학상 101명, 평화상 112명, 경제학상 55명으로 전체 770명에 이른다.

노벨 경제학상은 노벨에 의해서 제정된 것이 아니고 스웨덴 중앙은행(Sveriges Riskbank) 기금에서 상금이 나온다. 자연과학과는 달리 사회과학이어서 그 심사 기준이 모호하다 하여 상을 폐지하거나 노벨상 이름을 빼서 다른 이름으로 바꾸자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노벨경제학상은 현재까지 꿋꿋하게 버티어오고 있다.

이 책에 대해

이 책은 2000년까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18인의 자전 에세이를 담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에 있는 트리니티 대학(Trinity University)에 이들 수상자들이 직접 와서 자신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 강연한 것을 책으로 편집한 것이다. 수상자들에게 주어진 강연 주제는 ‘경제학자로서 나의 진화 (My Evolution as an Economist)’였다.

이 강연은 철저한 자전 강연이었기 때문에 학자들은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스스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갈 수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어린시절과 부모님의 영향, 결정적인 영향을 준 스승과의 만남, 경제학을 선택하게 된 동기, 연구생활 등을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경제학 책이나 논문에는 어려운 수식이 매우 많으나 이 책에는 수식이 딱 한번만 나온다(루카스의 경우). 일반인들을 위한 강연이기 때문이다.

이책에는 18인의 경제학자가 나온다. 대충 분야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일반균형이론에 기여한 폴 새뮤엘슨, 케네스 애로우
거시경제학에 기여한 제임스 토빈, 로버트 루카스
미시경제학에 기여한 조지 스티글러, 제임스 해크먼, 존 하사니
계량경제학에 기여한 로렌스 클라인
금융경제학에 기여한 밀턴 프리드먼, 마이런 숄즈, 윌리엄 샤프, 프랑코 모디글리아니
경제성장론에 기여한 아서 루이스, 로버트 솔로우
경제사에 기여한 더글라스 노스
제도학파적 정책결정에 기여한 제임스 뷰캐넌
학제간 연구에 기여한 게리 베커, 로날드 코스

2004년에 나온 이 책은 이제 4판이다. 1986년에 초판, 1990년에 2판, 1995년에 3판이 나왔다. 매해 노벨경제학상이 수여되니 시간이 지나면서 이 책은 수정판을 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1판에서는 7명, 2판에서는 10명, 3판에서는 13명의 수상자들의 강연 내용이 들어 있었다.

우리는 이들의 자전 에세이를 통해 일반적으로 ‘경제학자가 되는 길’이 어떠한지를 알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애초에 경제학자가 될 생각이 없었으나 대학에 들어와 경제학의 언저리를 배회하였으며 어느 순간, 경제학 서적을 읽거나 뛰어난 지도교수를 만나거나 혹은 그 자신의 지독한 관심에 의해 경제학에 입문하게 된 과정을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로 펼치고 있다. 이들의 학문적인 성장과정은 경제학이라는 특정한 학문분야에 관계없이 ‘학자는 어떻게 탄생하는가’에 대한 전형적인 본보기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노벨 경제학자의 조건

한번 생각해보자.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려면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유리할까. 밀턴 프리드먼은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면서 1969년 이후 1976년까지의 수상자 통계를 가지고 분석을 해본 결과 첫째 남자여야 할 것, 둘째 미국인이어야 할 것, 셋째 시카고대학을 나올 것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책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1969년에서 2004년까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프로필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온다.

우선, 남자여야 한다. 아직까지 여성 수상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영국의 조안 로빈슨(Joan Robinson)이 살아 있었으면 수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는데 아쉽게도 받지 못했다.

둘째, 미국인이어야 한다. 2004년까지 총 55명 수상자 중에 미국인은 무려 34명이었다. 과반을 넘는 숫자다. 그 다음으로 많은 나라는 영국으로 7명, 노르웨이가 3명, 스웨덴이 2명, 네델란드, 프랑스, 독일, 인도, 소련, 캐나다, 이스라엘이 각각 한명씩이다.

셋째, 시카고 대학을 나오면 노벨상을 받은 확률이 가장 크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당시에 재직하고 있던 학교 기준으로 한번 보자. 시카고 대학이 8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캠브리지 대학과 버클리 대학이 각각 4명이다. 그리고 3명인 대학은 하버드, MIT, 스탠포드, 프린스턴, 컬럼비아 대학이고 2명인 대학은 예일과 카네기멜론, 노르웨이의 오슬로 대학이다. 그리고 1명인 대학은 펜실베이니아 대학, 워싱턴 대학(세인트 루이스 소재), 조지메이슨 대학, 뉴욕대학, 뉴욕시립대학, 샌디에이고 대학, 애리조나주립 대학, 독일의 본 대학, 스웨덴의 스톡홀름 대학, 영국의 올소울즈칼리지, 네델란드경제 대학, 그리고 프랑스 유명한 엔지니어링 계통 그랑 제콜인 Ecole Nationale Superieure des Mines de Paris(에꼴 나씨오날 쉬페리외르 데 민 드 파리)"이다. 그리고 학교가 아닌 곳으로는 미국의 공공선택연구소, 소련의 과학아카데미가 있다. 학교와 연구소가 아닌 회사로는 마이런 숄즈가 다녔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가 있는데 이 회사는 파산되어 현재는 없다. 물론 학부나 박사과정을 마친 학교, 중간에 교수직을 거친 학교까지 감안하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대학 분포는 다소 달라진다.

넷째, 유대인이어야 한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한 조사에 의하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60% 정도가 유대인이다. 우리가 잘 아는 폴 새뮤얼슨, 밀턴 프리드먼, 로버트 솔로우, 케네스 애로우, 게리 베커, 존 하사니, 제임스 해크만 등이 모두 유대인이다. 경제학상에서 유태인의 비율은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 분야의 20~30% 수준에 비해 매우 매우 높은 편이다. 물론 평화상에서 유대인의 비율이 가장 낮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살아 있지 않으면 수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담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르도, 토마스 맬서스, 프랑수아 케네, 조셉 슘페터, 존 메이나드 케인즈, 레옹 왈라스, 알프레드 마셜, 칼 마르크스, 존 베이트 클라크, 크누 빅셀, 뵘바베르크, 칼 멩거, 장 밥티스트 세이, 빌프레도 파레토, 로이 해러드, 제레미 벤담, 피에로 스라파 등은 모두 과거 탁월한 경제학자로 명성을 날렸지만 아쉽게도 모두 고인이 되어버린 바람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지 못하였다. 더구나 물리학, 화학, 생리학/의학과는 달리 경제학은 사회과학이기 때문에 한 경제학자의 이론 및 연구성과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보통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상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론이 맞았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입증되기까지 살아 있어야 한다. 이 책에 나오는 로널드 코스의 예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1930년대에 자신의 주요 이론을 발표하였지만 그의 이론이 인정 받아 상을 수상한 것은 1991년이 되어서였다. 그러므로 경제학자의 수명은 노벨상의 중요한 수상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경제학

우리나라 경제학을 보면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우수한 인재들이 경제학을 전공으로 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최근에 이르러서는 인재들이 경제학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학에서 경제학 강의를 들으려는 학생들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는 아마도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좋아져서 경제에 대한 관심보다는 다른 분야로 관심이 옮겨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딱딱한 이론적인 경제학보다 실용적인 경영학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더 많아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소개된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을 선택하게 된 동기를 짚어보고자 한다.

초기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이들의 면면을 보면 미국의 대공황 시절을 언급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어려운 시절을 직접 겪고 목격한 이들은 현실세계와 상관관계가 있는 학문을 찾았고 ‘경제학’이 바로 그것이었다. 실증적인 학문으로써 경제학은 그들이 경험한 사회현상의 배경과 이유를 이론적으로 명쾌하게 설명해주었고, 이 천재들은 그것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이유로 그들이 몸담았던 학문적인 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그 당시는 그들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경제학을 공부하기에 ‘거의 환상적인 분위기’였다. 사회는 격동기였고 미개척 분야가 널려 있었다. 경제학은 수학과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획기적으로 발전하였고 2차대전을 피해 유럽의 기라성 같은 학자들은 모두 미국으로 모여들었다. 특히 노벨 경제학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시카고대학의 강의실과 연구실은 지성의 집합체이자 뜨거운 용광로 같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들은 경제학에 매료되었고 경제학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경제학을 뜨겁게 사랑하였다. 더 나아가 인재는 다시 인재를 불러들였다. 지식의 향연은 끝없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우연과 행운을 들었다. 물론 겸손의 말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모두 정말 ‘우연히, 놀랍게도’ 뛰어난 스승과 조우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시카고대학의 프랭크 나이트(Frank Knight)이다. 거의 신격화된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프랭크 나이트 교수는 시카고에서 공부한 모든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위대한 스승’이었다. 그와의 만남을 한 노벨상 수상자는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프랭크 나이트를 만나 경제학자로 다시 탄생하였다.” 프랭크 나이트의 맥을 이어 밀턴 프리드먼은 다시 시카고대학의 강의실에 전설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명쾌한 토론을 요구한 그의 강의에 학생들은 열광하였으며 그의 제자들이 다시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이렇게 위대한 스승들이 없었다면 과연 그들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최근 들어 우리나라 경제를 걱정하는 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경제학은 매우 작은 목소리만을 내는 것 같아 안타깝다. 확실히 이 시대를 ‘경제학의 전성기’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수한 인재들을 경제학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요소가 무엇이며 현재 우리가 그런 요소들을 가지고 있는지 자문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민이 간절히 원하는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아니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기 위해서 우리는 진지하게 현실을 해부하는 경제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김민주 (주)리드앤리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