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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포천>지는 미국의 밀폐용기 타파웨어를 ‘20세기 최고의 상품’중의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기록을 바꿔야 할 때가 왔다. 그 이유는 락앤락이란 아주 강력한 브랜드가 혜성처럼 등장해 전세계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락앤락(Lock&lock)이란 브랜드를 처음 들으면 언뜻 외국산인 것처럼 들린다. 잠근다는 의미의 영어‘락(lock)’을 두번 언급한 것도 그렇고 패키지 디자인도 외국산처럼 세련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락앤락은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기업이 만든 우리나라 브랜드이다.

락앤락은 2003년 매출이 1,100억원으로 국내 밀폐용기 시장의 60% 를 차지하고 있다. 1998년 신제품 출시 이후 1999년 53억원, 2000년 99억원, 2001년 176억원으로 매출이 늘다가 2002년에는 500억원, 2003년에는 1,100억원으로 급신장했다.

아무리 해도 연매출이 50억을 넘지 못하다

하지만 락앤락을 만드는 ㈜하나코비는 종전에 그저 많고 많은 용기 제조업체중의 하나에 불과했다. 1985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욕실용품, 피크닉용품, 테이블 웨어, 키친 웨어, 밀폐용기 등 600여 종이나 생산하여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품의 구색이 너무 많아 생산, 유통, 재고 관리상 문제가 많았고 핵심적인 주력 상품이 없었다. 그래서 상품 종류는 많아도 매출 성장에는 한계가 있어 연매출 50억원을 채 넘기지 못했다. 1997년 중국에 가서 보니 자신들과 비슷한 상품을 만드는 회사가 1만개나 넘는 것을 보고 현재 상태대로 사업을 해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회사는 다품종 생산 방식을 대폭 포기하고, 대신에 위험은 크지만 한 상품 생산에만 전문화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선택과 집중, 즉 올인(all-in)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도대체 어떤 상품을 선택할 것인가였다.

우선, 전제 조건을 세가지로 정했다. 첫째 전세계인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상품으로 정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야 수요가 많기 때문이었다. 둘째, 유행 상품처럼 일시적인 수요를 보지 말고,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미래에도 소비자들이 계속 필요로 하는 상품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지속적인 수요가 중요했다. 셋째, 하나코비 회사 사람들이 자체 기술력으로 직접 제조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했다. 자체내에 핵심 능력이 없으면 노력을 해도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런 세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제품을 하나코비 회사가 이미 만들고 있던 상품중에서 고르다가 밀폐용기가 가장 적합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경쟁사 제품을 벤치마킹 하여 문제점 발견

그래서 그당시 인기를 얻고 있던 밀폐 용기 브랜드였던 타파웨어, 러버메이드 등을 열심히 분석하였는데 그 결과 기존 제품의 한계점들이 적지않게 눈에 띄었다.

첫째 용기의 밀폐 수준이 좋기는 했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뚜껑과 몸체가 다른 재질로 만들어져 이들의 마찰력으로 용기를 밀폐하는 실(seal) 방식은 밀폐력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둘째로 뚜껑을 열고 닫기가 힘들었다. 셋째로 용기가 투명하지 않아 내용물이 잘 보이지 않았다. 넷째로 용기의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코비는 뚜껑과 몸체를 폴리프로필렌 소재의 같은 재질로 하되 결합부분에 복원력이 있는 실리콘으로 패킹을 하여 사면에서 힌지(hinge)로 결착하는 밀폐용기를 개발해내었다. 공기의 저항으로 실리콘의 탄성을 유지시켜주는 ‘중공형 실리콘’은 다른 제품에 비해 생산비가 7배나 비쌌지만 고가 소재를 전격 도입하였다. 락앤락 제품은 나중에 미국의 식약청(FDA)과 독일의 SGS 등 선진국의 까다로운 위생검사를 모두 통과할 정도로 그 우수성을 공인 받았다. 그리고 4면 잠금 장치 방식은 락앤락만의 기술로서 전세계적으로 지적 재산권을 보호받고 있다.

외국부터 침투하라

이렇게 어렵게 만든 제품을 국내에서 판매해 보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처음 들어본 회사의 제품에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락앤락은 외국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후에 국내시장으로 다시 들어오는 우회 전략을 시도했다. 우선 홍콩, 프랑크푸르트, 시카고, 동경 등 외국의 주요 전시회에 부스를 만들어 자신의 신상품을 소개하였다.

그런데 전시회에서 만난 어느 외국 마케터가 이러한 제안을 해왔다. 락앤락의 혁신적인 새로운 기능을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리기 위해서는 동영상 영상물인 인포머셜(Infomercial)을 만들어 TV홈쇼핑에서 방영하면 좋을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가장 큰 TV홈쇼핑인 QVC에서 인포머셜을 방영하면서 판매를 했는데 크게 성공을 하였다. 락앤락은 이러한 선풍적인 반응에 매우 고무되어 국내에서도 유통채널로 인기가 급상승중이던 LG홈쇼핑을 통해 판매를 했는데 역시 큰 인기를 얻었다.

광고도 과감하게

락앤락은 사업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기자 국내에서 락앤락 브랜드 인지도를 넓히기 위해 2002년 4월부터 TV 광고를 시작했다. 2001년 매출이 179억원이었는데 2002년에 50억원 규모의 TV 광고를 했으니 대단한 규모의 광고투자를 한 셈이었다. TV 광고 효과에 힘입어 2002년에 매출이 50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눈에 보이는 제품 자체도 중요하지만 광고나 브랜드처럼 손에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마케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광고를 하지 않았던 1999년부터 2001년까지는 매출 성장이 매년 2배에 약간 못미쳤지만 TV광고를 실시했던 2002년에는 매출이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에 고무된 락앤락은 TV홈쇼핑 외에도 대형할인점에서도 판매를 시작했고 밀폐용기를 많이 사용하는 요식업체나 요식중앙회 같은 곳에 가서도 특수영업을 전개했다. 미국 외에도 유럽, 일본, 남미, 호주, 러시아 등으로 수출 국가를 늘려 나갔다.

600여종의 다양한 상품을 만들던 하나코비 회사는 밀폐용기라는 한종류의 상품을 선택하여 많은 자원을 들여 탁월한 품질의 신상품 락앤락을 집중적으로 개발했다. 그리고 제품의 우수성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는 TV홈쇼핑 채널을 통해 판매 급증의 기선을 잡아나갔고, 과감한 광고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 다음 다양한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판매를 늘려나갔다. 외국 진출도 공격적으로 감행했다. 하나코비의 락앤락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종전의 매출 부진을 딛고 일어난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 이글은 LG CNS 사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