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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조직은 환경적으로 문제가 많은 기업의 주식을 산다. 환경단체가 주식 투자를 하기 위해 사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이 회사의 환경문제를 제대로 그리고 공식적으로 지적하고자 이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이다. 소액주주로서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다. 환경단체도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면서 자신의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환경과 금융이 별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은 환경 문제를 일으키지만 금융기관은 실체가 없어 보이지 않는 금융상품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비자단체들은 기업을 공략 대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가장 강력한 것은 자본이다. 그런데 자본을 움직이는 기관은 바로 금융기관이다. 금융기관이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환경 의식을 가진다면 기업들이 더 빨리 환경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즉 금융기관이 환경문제가 있는 기업에 대출을 해주지 않거나 이들 기업을 투자펀드안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면 그 기업은 자금조달상 곤란을 겪기 때문이다.

요즘 로하스(LOHAS)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약자다. 자신의 건강은 물론 사회의 지속가능성 예를 들면 지구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새로 나온 친환경적인 제품의 가격이 기존의 반환경적인 제품 가격보다 비싸다면 보통 소비자들은 기존의 제품을 습관적으로 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로하스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소비자들은 그 제품이 약간 비싸더라도 산다. 왜냐하면 약간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주어야 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살아남고 이러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융성하는 것을 보고 다른 기업들도 친환경적인 제품 생산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선순환 과정을 거치면 친환경적인 제품이 더욱 많아지고 제품 가격도 낮아지게 된다. 결국 친환경적인 제품이 반환경적인 제품을 축출해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말은 소비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에도 마찬가지다. 로하스적 마인드를 가진 금융기관이 많아야 결국 친환경적인 기업들이 살아남게 된다.

이 같은 금융권의 변화가 적극적으로 나타난 형태가 바로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이다. 사회책임투자(SRI)란 사회적인 기여와 투자수익을 동시에 추구할 목적으로 개발된 투자 상품을 말한다. 즉,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인권, 환경, 노동, 지역사회 공헌도 등 다양한 사회적 성과를 잣대로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에코펀드는 이 같은 SRI의 일종으로 그 중에서도 특히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즉, 에코펀드는 환경우량기업에 대한 지원과 그 성장성에 의한 운용이익의 두 가지 측면을 노린 투자상품이다. 따라서 에코펀드의 밑바탕에는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중,장기적인 성장성이 높다’는 가설이 깔려있다. 성장성이 높다는 점은 앞으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SRI의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2년 세계적으로 2조7,100억 달러에 달했고, 이제 미국, 유럽에서 SRI는 성장산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 중 에코펀드의 경우는 1990년 유럽에서 CSFB증권이 처음 상품화한 후 미국과 일본에서도 에코펀드 붐이 일어나 선진금융시장에서는 하나의 테마로 정착되었다.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에서는 1997년 사회책임투자펀드의 하나로 환경과 사회적 성과를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해 적합한 곳에만 투자하는 ‘에코 퍼포먼스’라는 금융상품을 내놓았다. 노르웨이의 최대 보험투자사인 스토어브랜드도 1996년에 환경가치기금이라는 투자펀드를 운영했는데 기존의 수익성이 좋은 펀드보다 포인트 2% 이상 수익이 좋게나왔다.

그러면 에코펀드의 투자 대상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일반적으로 환경친화적인 기업과 혁신적인 환경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 또는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겸비한 기업이다. 좀 더 구체적인 기준을 보자.

- 기업의 환경보고서에 국제적인 기준에 맞는 생태관련 정보를 어느 정도 공개하는지
- 기업의 환경정책은 어떠한지
- ISO14000과 EMAS와 같은 국제적 환경 감시 및 관리 기준을 준수하는 환경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또 그것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 환경친화적, 생태계친화적인 상품 전략이 있는지
-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접근법으로 효과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지 등

일본 중견 증권사인 니코증권은 관계사인 니코 자산운영사와 공동으로 개발하여 1999년 일본 최초의 에코펀드를 개발했다. 펀드 출시 당시 펀드당 30-40억엔 정도 팔리면 잘 팔린 것이라는 비관적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발매 2주만에 230억엔을 모집하였고, 2000년 3월 기준 1,400억엔까지 펀드 규모가 확대되며 니코증권 판매 최대 펀드로 성장하였다. 니코증권의 에코펀드 판매 후 타금융기관으로 펀드 출시가 확산되어 다이이치 생명보험 그룹, 야스다 화재해상보험, 스미모토은행 등이 연달아 에코펀드를 발매했다.

그럼 니코 에코펀드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신규고객 창출에 성공에 성공했다. 특히 투자자의 대부분이 초보투자자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은 젊은 여성층의 참여가 많았다.
둘째 펀드 발매시 아직 에코펀드에 대한 개념이 없는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직원 대상 설명회나 투자자대상 세미나 등을 통해 신상품을 홍보했다.
셋째, 단순히 펀드만 런칭하고 끝난 것이 아니라 이와 더불어 환경보호에 대한 전사적 관련 정책을 병행하였다. 결산시 지속가능 리포트(Sustainable Report)를 발표하고 유엔환경계획(UNEP)의 “환경보호 금융기관 선언”에도 서명을 하였다.
넷째, 이 펀드는 공익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일본 환경청에서 관심을 가지는 등 정부 정책 당국 차원의 지원이 있었다.

에코펀드의 취지는 확실하다. 하지만 결국 문제는 에코펀드의 수익률이 다른 펀드보다 현저히 떨어지지 않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에 신경을 쓰는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실적이 좋은 경향이 있다. 그리고 수익성 좋은 기업들이 친환경 기업으로 변모하는 것이 필요하고, 환경 제품을 만들어 탁월한 영업실적을 보이는 기업들이 많이 나타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탁월한 펀드매니저가 에코펀드를 운영하도록 금융기관 CEO가 배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일반투자가들이 에코펀드의 취지를 잘 알고 이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 로하스적인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투자가들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이글은 신용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