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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심벌 마크는 바로 국기

기업이 자신을 알리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이중에 형상화된 방법으로 기업 로고(Logo)와 기업의 ‘심벌 마크(Symbol Mark)’가 있다. 이를 국가에 적용한다면 국가 이름이 바로 로고이고 국기는 심벌 마크에 해당된다.

요즘은 예전과 달리 국가가 하나의 기업 국가가 되는 추세여서인지 국가도 기업 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은 U.S.A. Inc., 일본은 Japan, Inc., 한국은 한국 주식회사로 묘사된다. 따라서 국가는 자국의 기업이 다른 나라에 가서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많은 측면에서 지원을 해주려고 한다. 특히 이미지 차원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경우 국기는 매우 큰 역할을 하는데, 이를 후광효과(Halo Effect)라 부른다.

어느 제품이 다른 나라에서 팔릴 때 그 제품이 어느 나라 제품이냐에 따라 같은 기능의 제품이더라도 어느 나라의 제품이냐에 따라 가격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국가 브랜드 가치가 기업의 상품 브랜드 가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국가 이미지가 좋은 선진국의 경우 더욱 그렇다.

기업이 국기를 활용하는 유형 세가지

기업이 국기를 활용하는 유형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 국기 전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 국기의 일부만 사용하는 경우, 그리고 국기의 컬러만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1) 국기 전체를 사용

첫 번째 유형은 국기 전체를 브랜드 로고로 사용하는 것이다. 시계 하나로 15년 만에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스와치. 스와치(Swatch)는 스위스(Swiss)와 시계(Watch)의 합성어가 알려주는 것처럼 스위스 시계산업의 부활이라는 역사적 사명을 띄고 1982년 처음 탄생한 이후, 세계 시계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스위스 국기를 그대로 사용하여 스위스 국기만 보아도 스와치 시계가 생각날 정도다.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후원사였던 스와치 계열사인 티쏘(TISSOT)도 스위스 국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스위스 군용 칼로 유명한 빅토리녹스(Victorinox)도 스위스 국기를 로고에 사용할 뿐만 아니라 빨강 단일 색으로 로고가 이루어져 있다.

스위스에 스와치가 있다면 미국에는 폴로가 있다. 스포츠, 캐주얼 의류 분야에서 유럽에 비해 후발 주자인 랠프 로렌과 폴로는 미국 브랜드임을 강조하기 위해 미국 국기를 아예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 국기의 문양을 일부 사용

국기 전체가 아닌 문양 일부만을 사용하는 브랜드도 발견할 수 있다. 빨강과 흰색을 선명하게 대비시킨 캐나다 국기의 디자인이 고안된 것은 1965년. 국기에 등장하는 ‘11각 단풍잎’(11 point maple leaf)은 캐나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명물이다.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의류업체 루츠(Roots)는 이 단풍잎 도안을 브랜드 로고로 활용해 ‘편안하고 자유로운 나라 캐나다’의 이미지를 상품에 연결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세계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패션 업종 외에 한 나라의 기간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항공업에서 국기의 심벌 마크를 본 뜬 기업 로고를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항공서비스사는 한 나라에 1~2개 존재하는 기업이면서 나라와 나라 사이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한 나라를 대표하는 업종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국적 항공사인 에어 캐나다도 루츠와 마찬가지로 단풍잎을 로고에 활용하고 있고, 대한항공도 태극마크를 활용하고 있다.

3) 국기의 컬러만 사용

국기의 컬러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성조기 삼색인 빨강, 파랑, 흰색을 활용하는 브랜드이다. 우리나라에도 진출한 패션 브랜드인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는 미국 국기의 삼색을 그대로 사용하여 클래식 아메리칸 스타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또한 미국의 항공사인 아메리카 에어라인은 미국 성조기의 삼색을 로고에 컬러화 함으로써 미국의 이미지를 자사의 이미지와 동일시 하도록 했다.

50년 전통의 명품 유아복 브랜드인 압소바는 프랑스 국기 컬러를 심벌에 사용하는 한편 로고 하단에 ‘PARIS’ 단어를 삽입함으로써 프랑스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명성을 쌓고 있다. 에어 프랑스 또한 파랑색 로고에 빨강과 파랑을 심벌에 사용하였다. 프랑스 학교가 있어 프랑스인들이 많이 사는 서울 서초구의 서래마을의 경우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삼색의 보도 타일로 단장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스포츠카인 페라리는 심벌 마크에 삼색기의 빨강, 하양, 녹색을 사용하여 이태리의 차임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은 아니지만 뉴욕의 명물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기념일에 따라 각각 국기의 삼색 컬러의 조명을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빨강과 녹색 조명을 하고, 마틴 루터킹 Jr. 데이에는 이 두 가지 색에 흑인을 암시하는 검정색을 더한다. 미국독립기념일이나 현충일, 프레지던트 데이에는 미국 국기의 삼색인 빨강, 하양, 파랑을 하고, 성 발렌타인 데이에는 순교를 상징하는 빨강색으로 건물을 물들인다.

태극기를 활용해보라

국기를 기업의 브랜드에 이용하는 것은 미국, 캐나다, 스위스, 프랑스, 독일, 싱가폴 등 주로 선진국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국기가 결국 국가의 이미지를 나타내기 때문에 선진국가의 국기는 긍정적 이미지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후진국의 경우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에도 아직까지는 국가의 기간 산업인 항공산업과 이미지가 중요한 패션 업종에 국기가 기업 브랜드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태극기는 어떤가? 대한항공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태극기를 브랜드 로고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다. 태극기를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던 권위주의 문화도 문제였지만 기업들이 태극 문양 자체를 너무 경직적으로 사용하려 했기 때문에 패션성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태극기를 국가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몇가지 제안을 해본다.

첫째, 김치, 떡, 판소리 같은 문화상품부터 먼저 적용해보면 어떨까. 최근 김치와 떡 등 우리나라 전통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그리고 넌버벌 퍼포먼스를 우리 식으로 소화해 '난타'가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문화상품부터 태극기 문양을 넣어 국가 마케팅을 적용할 수 있겠다.

둘째,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온라인 게임 열풍이 대단하다. 우리나라 국기라 할 수 있는 태권도를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들어 여기에서 태극기를 강조해보는 것은 어떨까?

셋째, 선진국에 진출할 때 태극기를 활용하는 것이 아직 위험하다고 판단한다면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에 진출할 때 사용하면 된다. 중동, 남미, 중국, 동남아시아가 바로 그런 타겟 국가이다. 특히 한류 열풍이 부는 곳은 더욱 좋다.

넷째, 태극기에 나오는 막대형태의 숫자 3,4,5,6을 도입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아직 시도되고 있지 않지만, 새로운 제안이 될 수 있다. 3,4,5,6을 나타내는 막대기 형태를 다양한 조합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선택은 디자이너의 몫이다.

국기를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형태로 적용한다면 매우 효과적인 국가 마케팅을 구사할 수 있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www.emars.co.kr)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