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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드앤리더(www.emars.co.kr)의 김민주 대표가 [전 세계 환경 경영의 첫번째 이름, 인터페이스](레이 앤더슨 저, 김민주/전세경 역, 에코리브르 출간, 2004년 11월)란 책을 번역했습니다.

2004년 12월 21일 환경재단이 주최하는 만분클럽 조찬회(조선호텔, 오전 7시 30분)에서 김민주 대표가 이 책을 중심으로 환경 경영에 대해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아래 글은 역자 서문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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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로하스(LOHAS) 라이프스타일, 기업은 환경 경영

요즘 우리는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웰빙에 열중하고 있다. 예전에도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웰빙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자신의 건강에 대해 관심을 쏟으면서 웰빙 붐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런데 나 자신 하나만의 웰빙을 추구해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내가 방안의 공기가 더럽다고 공기청정기를 달면 방 안의 공기는 깨끗해지지만 지구 전체의 먼지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오히려 자동차를 덜 운행하거나 전기와 휘발유를 병행하여 사용하고 차체의 무게가 가벼운 친환경 하이퍼 자동차를 타고 다니면 기름을 적게 쓰고 매연을 줄여 지구 전체적으로 더 건강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로하스(LOHAS)라는 말이 화두로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약자다. 자신의 건강은 물론 사회의 지속가능성 예를 들면 지구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말한다. 미국 [로하스 저널] 잡지에 의하면 미국 소비자중 로하스 소비자의 비중은 2002년에는 25.3%였는데 2003년에는 32.3%로 확산되었다. 향후 더욱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제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를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새로 나온 친환경적인 제품의 가격이 기존의 반환경적인 제품 가격보다 비싸다면 보통 소비자들은 기존의 제품을 습관적으로 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로하스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소비자들은 그 제품이 약간 비싸더라도 산다. 왜냐하면 약간 더 비싸더라도 친환경적인 제품을 사주어야 그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융성하는 것을 보고 다른 기업들도 친환경적인 제품 생산에 연쇄적으로 뛰어든다. 이런 선순환 과정을 거치면 친환경적인 제품이 더욱 많아지고 제품 가격도 낮아지게 된다. 결국 친환경적인 제품이 반환경적인 제품을 축출해내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좀더 길고 넓게 보는 선견지명 있는 로하스 족이 없다면 이런 선순환 과정은 결코 오지 않는다.

이처럼 로하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미국에서는 로하스에 대한 세미나(LOHAS 8 Forum : The Business of Conscious Commerce)가 2004년 5월에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인근의 마리나 델 레이(Marina del Rey)에서 열렸다. 이 세미나에서는 많은 인사들이 발표자와 패널리스트로 참석하였는데, 로하스 기업인 파타고니아, 휴렛패커드, 포드자동차, 워너 브라더스, 산타페연구소를 비롯하여 이 책의 기업인 인터페이스사도 참가하여 발표를 하였다.

책을 우연히 보다가

책을 보다가 인생관이 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천체물리학자이자 퓰리처 상도 받은 칼 세이건(Carl Sagan)이 쓴 [코스모스]라는 책을 어렸을 때 보고 천체물리학자가 된 사람이 있다. 또, 불세출의 경제학자 존 메이나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가 쓴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 책을 보고 자극을 받아 정말 경제학자가 된 사람도 있다. 이처럼 책을 우연히 보다가 아예 그 방면으로 직업이나 생각을 바꾸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레이 앤더슨(Ray C. Anderson) 역시 환경에 대한 책을 보다가 자신의 회사에 환경 경영을 본격적으로 접목할 생각을 하게 되었다. 1994년 주위의 어떤 사람이 폴 호켄(Paul Hawken)의 [비즈니스 생태학(The Ecology of Commerce)]이란 책을 레이 앤더슨 회장에게 건네주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자신이 운영하는 카펫 기업이 얼마나 반환경적으로 사업을 했는가에 대해 크게 부끄러움을 느꼈던 것이다.

레이 앤더슨은 폴 호켄의 책을 보고 눈물도 흘렸다고 한다. 태평양 베링해에 있는 세인트 매슈(St. Matthew) 섬에 사람들이 순록을 방목하기 위해 순록을 들여왔는데, 천적이 없는 상황에서 섬의 부양능력 이상으로 순록이 너무 많아져 결국 수많은 순록들이 죽어갔던 것이다. 순록이 섬의 자연환경을 너무 많이 파괴한 것에 대한 냉엄한 대가였던 것이다. 또 현재 지구상에는 많은 종이 매우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고 지구의 허파인 브라질의 삼림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벌채되고 있는지를 알게 됐을 때 울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잘 알듯이 카펫은 석유로부터 만든 아크릴이나 PVC 같은 화학물질로 되어있다. 대기업 회장실, 결혼식장, 호텔 로비에서 잘 볼 수 있듯이 멋지고 호화로운 카펫이 건물 내부 바닥에 길게 깔려있다. 그러나 이 카펫이 헤어져 수명을 다하면 전체가 쓰레기가 된다. 물론 카펫은 빨리 썩지도 않는다. 그리고 카펫에서 나오는 화학 미세물질은 우리의 허파로 들어와 호흡 계통이나 피부 계통의 질환을 유발한다.

그래서 산업공학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조지아공대 출신인 레이 앤더슨 회장은 인터페이스 회사를 산업생태 하면 사람들 머리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회사가 되자는 미션을 1995년 세웠다. 소비자 그리고 시민단체, 정부가 지구의 생태 보호를 위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레이 앤더슨 회장은 간파하였던 것이다. 우리는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하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는 만큼 대량생산의 주역인 기업이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회복형 기업이 되지 않으면 결국 지구는 파멸에 이르게 될 것이라는 신념이었다.

그래서 인터페이스는 감축, 재사용, 재활용, 재생, 재디자인 등을 통해 환경경영을 위한 노력을 전개하였고 이를 에코센스(EcoSense)라고 불렀다. 그리고 Practices LEading Toward SUStainability의 약자를 따서 PLETSUS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이루어나가는 데 필요한 아이디어들을 외부의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리스 방식으로 카펫을 제공하다

인터페이스사가 실제로 구현한 한 예를 들어보자. 이 회사는 타일 형태의 카펫을 깔아주는데 일시불 판매를 하지 않는다. 매월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면 카펫을 깔아주고 정기적으로 와서 카펫이 최적 상태에서 유지되도록 관리해주는 리스 방식으로 서비스를 해준다.

이 회사의 카펫 중에는 우리가 보통 보듯 긴 롤(Roll) 방식이 아니라 모듈라(Modular) 방식으로 장방형의 카펫 타일(Carpet Tile)로 되어 있는 것이 있다. 처음 카펫 설치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인터페이스사 직원이 다시 사무실을 찾아와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 헤진 카펫 부분과 통행이 적어 원래 상태로 유지된 카펫 부분을 서로 위치를 바꿔준다. 그리고 어느 부분이 너무 헤졌다고 판단되면 그 부분만 새로운 카펫으로 교체해준다. 그리고 너무 많이 훼손되었다고 판단되면 그 부분은 다시 카펫의 원료로 사용된다. 90% 이상 재활용된다. 또 카펫의 푹신푹신한 윗 부분과 아래의 고무 부분을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하여 고무 부분은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카펫을 일시에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리스 방식으로 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인터페이스사 입장에서 볼 때에도 카펫을 오랫동안 사용하려는 인센티브가 생기게 된다.

카펫의 소재도 기존의 아크릴이나 PVC가 아니라, 자체 개발한 솔레니움(Solenium)이란 신소재를 사용한다. 이 소재는 기존의 소재보다 내구성이 훨씬 높고 원료 사용도 훨씬 줄일 수 있다. 또한 염소를 포함한 독성 물질이 없어 다이옥신이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공장을 운영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도 단기적으로는 수소연료전지, 가스터빈, 풍력을 이용하지만 태양광을 이용해 발전한 전기로 대체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을 한 결과 인터페이스사는 비용을 현저하게 절감할 수 있었고, 외부에는 친환경적인 지속가능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다. 레이 앤더슨 회장은 1997년에 지속가능을 위한 대통령위원회의 공동 의장을 맡기도 했고 지속 가능 개발을 위한 상으로 유명한 조지 앤 신디아 미첼 상(George and Cynthia Mitchell International Prize for Sustainable Development)을 수여 받기도 했다. 그런데 이 상의 수상자 중에 기업인으로서는 처음이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 크다.

인터페이스사는 성공적인 환경 경영 전략으로 Global Finance지가 선정한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고 있는 세계적 기업(Among the World's Most Socially Responsible Companies)에 BP, BT, P&G, Intel, Tesco, Gillette, Danone, Dell, Canon, Sony, Merck, Intel, Johnson and Johnson, Southwest Airlines, 3M, Toyota, Timberland 등과 함께 자랑스럽게 선정되었다.

경제와 환경의 공존을 위한 대안, 자연자본주의?

이 세상에는 환경 문제가 생각보다 그리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환경 문제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경고하는 사람도 있다. 환경문제 대처에 소극적인 사람들은 현재 자본주의 방식대로, 즉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방식을 유지하면 된다고 이야기 한다. 반대로 환경 문제를 계속 경고하는 사람들은 현재 천연자원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가정하고 만들어진 기존의 경제학이 정말 문제가 많다고 하면서 지구 전체가 하나의 순환체제로 유지되려면 환경 문제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한 대안이 바로 자연자본주의다.

자연 자본주의(Natural Capitalism)는 미국의 로키마운튼연구소의 폴 호켄, 애모리 로빈스, 헌터 로빈스가 같이 쓴 책 "자연 자본주의: 새로운 산업혁명의 창조(Natural Capitalism: Creating the Next Industrial Revolution)"에서 소개된 경영 모델이다. 이 모델은 모든 생명과 경제활동의 근본이 되는 자연 자본을 회복하는 가운데 기업은 최대의 번영과 이윤을 누릴 수 있음을 기본 원리로 한다. 따라서 번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생산 공정 전체를 자연 자본을 회복하는 방식으로 재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재료의 낭비, 연료의 낭비, 비효율성 등이 제거되어 제품들은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되고 향상된 이미지로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인터페이스사가 채택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런 경영 모델이다.

하버드 대학에 오랫동안 있다가 2002년부터 컬럼비아 대학의 Earth Institute 소장직을 맡고 있는 제프리 삭스(Jeffrey Sachs) 같은 경제학자도 경제와 환경이 어떻게 병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의 경제학자는 이런 이슈에 대해 별 관심을 쏟고 있지 않다.

레이 앤더슨 회장의 지적처럼 지구 환경 문제는 소비자나 시민단체만의 노력만으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환경 파괴를 단지 지연시킬 뿐이다. 인터페이스사처럼 산업생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몸소 실현하려는 기업들이 이 세상에 많이 생겨야 지구 환경에 결정적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금융기관은 기업의 환경 경영을 유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지렛대

그런데 얼핏 생각하면 금융기관은 로하스와 별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 오히려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본주의 경제에서 기업을 친환경기업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자금 흐름 결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로하스적 마인드를 가진 금융기관이 친환경기업에 투자를 하여야 이들 기업들이 살아남아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낸다.

친환경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에코 펀드가 바로 대표적인 경우다. 에코 펀드는 좀더 넓은 의미로 볼 때 사회책임투자(SRI: 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스위스의 UBS 은행과 일본의 니코증권이 이런 에코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그런데 에코 펀드가 더욱 활성화 되려면 결국 좋은 수익률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우수한 기업들이 환경경영을 해야 하고 일반 투자가는 에코 펀드에 예탁금을 밀어주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사실 환경 문제 해결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를 살피기 때문이다. 이제는 제5의 권부로 등극한 시민단체의 말을 잘 듣지만 과거에는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느라 환경 오염 문제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후생경제학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공유지의 비극 문제라는 화두로 기업들의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해 세금을 부과할 것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지나친 환경세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환경 오염 문제는 계속 악화되어왔다. 환경 이슈만을 생각한다면 휘발유에 대한 세금은 현재보다 훨씬 높아야 한다. 하지만 세율이 너무 높으면 정유회사는 물론 경제 전체적으로 가격이 너무 올라 다른 제품의 원가를 높이는 문제를 유발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제 법제화를 통해 친환경제품에 대한 정부 구매를 확대하게 된다. 사실 좀 늦은 감은 있으나 정부의 자발적인 구매는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의 수익성을 올리는 것은 물론 친환경 제품 기업들의 수를 늘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안정된 수요로 인해 이들 친환경기업들이 친환경제품의 경쟁력 제고 노력을 게을리 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으니 운영의 묘를 잘 살려야 할 것이다.

부드럽지만 무서운 환경, 여성, 문화, 윤리

환경재단을 통해 알게 된 분 중에 세분이 있다. 최열 환경재단 상임이사는 이제 우리가 갓 들어온 21세기는 여성, 문화, 환경의 시대라는 말을 많이 한다. 유한킴벌리의 문국현 사장은 CEO의 E가 Executive만이 아니라 Environment, Ethics도 의미한다고 지적한다. 또 서울대 경영대학의 조동성 교수는 경영학이 처음에는 생산관리로 시작했지만 그 후 인사관리, 마케팅을 흡수했듯이 이제는 환경과 윤리 이슈로 분석 대상을 본격적으로 확산해나가기를 주문하고 있다.

여기에서 거론된 여성, 문화, 윤리, 환경에는 공통점이 있다. 외견상 강하게 보이지는 않아 부드럽지만 내면적으로 매우 강력하다는 것이다. 특히 어떤 임계치를 지나기 전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그 단계를 지나면 그 파워는 가공할 정도로 무섭다는 특징이 있다. 어느 한계에 부딪히기 전에는 환경이 우리를 감싸지만 일정 수준이 넘으면 환경은 우리에게 가혹한 응징과 복수를 한다. 그러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기 전에 현명한 우리 인류는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환경 문제를 전달하자

2004년에 인기를 끌었던 영화로 [투모로우]란 영화가 있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 바다 수온이 낮아져 해류의 흐름이 갑자기 변하면서 지구에 빙하기가 도래한다는 것을 극적으로 보여준 환경재난영화다. 일어나도 한참 후에 발생할 거라고 믿었던 환경 재난이 오늘 갑자기 들이닥칠 수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보여주어 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바 있다. 그동안 [워터 월드], [에린 브로코비치], [단테스 피크], [뉴욕 대지진], [실크 우드], [레드 플래닛], [아타나주아], [해비태트] 같은 환경 영화들이 많이 선보였다. 극적 요소가 풍부한 영화 매체를 통해 지구의 환경 문제를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런 환경 영화가 보다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