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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은?

전 세계 수퍼 파워 국가인 미국의 주적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파시스트였고, 그 후 소련이었다가, 지금은 이슬람 무장단체들이다. 앞으로는 중국이 주요 적성 국가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미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어떤 국가나 사람이 아니라 바로 환경 파괴가 아닐까. 왜냐하면 기후온난화로 해수면이 자꾸 올라가면 해변가의 도시들이 바다 속에 들어가 미국 국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해일은 해변 지역을 황폐화시킨다. 이슬람 무장단체들의 위협보다 오히려 무섭다.

미국은 전 지구적 에너지 개혁에 저항하는 기업들의 로비 단체로 세계기후연합(GCC; Global Climate Coalition) 조직을 결성한 바 있다. 물론 대부분의 석유업체들은 이 로비단체에 가입을 했다. GCC는 교토의정서를 반대하기 위해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면서 미국의 대중을 혼란시키는 대규모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이탈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가장 먼저 이탈한 석유 기업은 어떤 기업일까. 바로 BP이다. BP의 회장 존 브라운은 1997년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기후 변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되며, BP는 이제 석유 기업이 아니라 에너지 기업이 되겠다는 것을 공식 선포했다. 곧 이어 1998년 로열 더치 쉘이 탈퇴를 했고, 2000년에는 텍사코가 그 뒤를 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BP를 석유 회사로 알고 있다. 하지만 BP는 유전과 가스전을 개발하고 정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총체적인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인식되기를 원한다. 따라서 BP는 과거의 British Petroleum(영국석유)로 인식되기 보다는 Beyond Petroleum(석유를 넘어서)로 인식되기를 좋아한다.

현재 세계 최대의 에너지 회사인 BP의 CEO는 포천지가 선정한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위인 존 브라운(John Browne)이다. 존 브라운은 실력있는 경영인인 동시에 환경보호론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최대 경쟁 기업인 엑손모빌(ExxonMobil)의 CEO 리 레이먼드(Lee Raymond)는 지구온난화 이론 자체를 완강하게 부정하는 것을 볼 때 매우 대조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BP의 환경관

BP의 핵심적인 믿음 중 하나는 “BP의 영향을 받는 모든 이들이 경제적 이익과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 믿음에 따라 BP가 경영 행위에 있어서 중요시해야 할 다섯 가지 분야를 규정해 놓았는데 이 중 하나가 HSE (Health, Safety, Environment)이다. 즉, BP의 고용인이나 소비자들의 건강에 문제가 없도록 하며, 사고 발생의 위험을 줄이고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태도를 뜻한다.

BP는 HSE를 지키기 위하여 준법정신에 따라 행동하고 나아가 법적 기준보다도 더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제품을 생산하며 환경보호 교육에 앞장 설 의사를 분명히 표시한다. 또한, BP는 지속적으로 HSE 현황을 수치적으로 측정하여 회계정보와도 같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BP의 이와 같은 노력들은 BP가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환경의 보호를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지켜나가야 할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BP의 이러한 믿음은 외부의 관점에서 볼 때 모순이 있어 보인다. BP가 환경을 매우 중요시함에도 불구하고 환경 오염물질을 만들어내는 석유를 정제하고 판매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BP는 이에 대해 분명한 답을 제시한다. ‘소비자는 차를 모는 것과 환경을 보호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장기적 안목으로는 환경 보호를 위해 새로운 친환경적 연료를 개발해야 하고 화석 연료의 사용을 중단해야 하지만 현재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수는 없으므로 단기적으로는 석유를 취급하겠다는 뜻이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BP는 단기적으로는 환경오염 유발 물질이 덜한 휘발유 개발에 노력하고 있으며 휘발유와 친환경적 재생가능 에너지 사이의 중간 단계에 사용 가능한 천연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태양열,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를 상용화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환경보호자인 것처럼 가장을 잘 하는 기업?

이처럼 BP는 정유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환경보호를 주장하여 환경보호론자들의 비판을 피해가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가장 큰 경쟁자인 엑손모빌이 엑손발데즈호의 석유 누출과 이산화탄소 방출 등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었던 것을 고려하면 BP는 휘발유 사용의 지구온난화 유발 인정과 개선 노력을 통해 많은 이득을 보고 있다.

그러나 환경보호론자들이 이를 내버려둘 리 만무하다. 한 예로 BP는 그린피스 환경단체가 주최하는 Earth Day Oscar 시상식에서 “Best Impression of an Environmentalist”상(환경보호자인 것처럼 가장을 잘했다고 비꼬는 상)을 받았다. BP는 환경을 생각하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환경보호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BP가 에너지 업계 최초로 환경을 중시하기 시작했으며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비판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환경 경영을 앞장 서서 추진하면서 수익성도 확보하는 에너지 기업이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

㈜리드앤리더 대표 김민주

* 이글은 한국에너지신문 2005년 2월 6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