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Knowledge is Power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레드 컬러를 쓰는 네가지 이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탈리아의 명품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경우로 글을 시작해보자. 이 회사는 기업 로고 자체를 포함하여 제품과 포장에 레드를 많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즐겨 사용하기로 유명하다. 왜 이 회사는 레드 컬러를 이렇게 좋아하는 것일까. 페라가모가 공식적으로 내거는 이유를 한번 보자.

레드는 전통적으로 우아하면서도 에너지와 활기가 넘치는 여성의 컬러다.
레드는 오늘날 페라가모 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컬러다.
레드는 감성에 불을 지피고, 열정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컬러다.
레드! 클래식하지만 또 혁신적인 이미지의 컬러가 바로 레드다.

이처럼 어떤 회사가 특정 컬러를 선호하고 이를 기업 컬러로까지 사용하는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우리는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같은 오감을 통해 세상의 정보를 입수한다. 그런데 실제 조사에 의하면 이중에 80% 정도의 정보는 우리의 눈인 시각을 통해서 입수한다. 그리고 시각중에서 컬러의 비중이 매우 크다.

기업들이 컬러 마케팅을 하는 네가지 이유

기업들이 컬러를 사용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중에 네가지 이유만을 집중적으로 보자. 우선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기 위한 시각적 효과 때문에 기업들은 컬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색채중에 가장 주목성이 강한 컬러는 물론 레드이다. 하지만 경쟁업체가 이미 레드를 선점해버렸을 경우에는 이와 대조되는 컬러를 쓰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미국 렌터카 시장의 경우 에이비스는 빨간색을, 허츠는 노란색을, 내셔널은 녹색을 각각 쓰고 있다. 따라서 공항에서 렌터카 매장을 찾으러 갈 때 이러한 세가지 대조되는 컬러는 멀리서도 곧장 식별된다.
우리나라 주유소 경우에도 회사마다 다른 컬러를 쓴다. 레드 컬러를 선점한 SK㈜는 레드=SK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기 위해 잇단 광고 시리즈에서 레드 컬러를 광고의 핵심 메시지로 삼고 있다. 레드 제복을 입은 주유소 직원만 보면 차도 달려오고, 마라톤 선수도 달려온다.

BC카드 역시 레드가 기업 컬러이다. 그래서 몇 년 전 크리스마스 시즌에 방영되었던 광고에서 사과, 튜브, 목도리, 손장갑 등 소품의 컬러로 레드를 집중 부각시켰다. 또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일요일과 파란색으로 표시되는 토요일에 할부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빨강,파랑 대축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두번째로 기업들은 사람들의 심리적 효과를 노리기 위해 컬러를 사용한다. 사람들은 컬러에 따라 심리적으로 느끼는 온도, 시간, 무게 감각이 달라진다. 컬러에 따라 따뜻하게 느끼기도 하고 차갑게 느끼기도 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컬러에 따라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심리적으로 달리 느껴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면 공간 인테리어가 따뜻한 컬러로 되어 있으면 시간의 흐름이 길게 느껴지고 차가운 컬러이면 시간이 짤게 느껴진다. 따라서 음식점이나 커피숍 매장에서는 손님의 회전율을 빠르게 하려면 따뜻한 컬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반면에서 공항이나 병원의 대기실에서는 지루함을 잊어버리도록 파랑 계통의 차가운 컬러를 쓰는 것이 좋다.

세번째로 공감각적 효과가 있다. 오감은 우리 신체의 별도 기관에서 각각 인식을 하지만 이들 감각 간에도 서로 통하는 점이 있다. 시각과 미각의 관계를 보면 빨강은 매운 맛을, 녹색은 신맛, 분홍은 달콤한 맛을 불러 일으킨다. 또 레드와 노랑의 합성색인 주황색은 식욕을 가장 자극한다. 패스트푸드 점의 간판이나 라면, 사탕의 포장지에 레드와 노랑이 많은 이유는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시각은 청각에도 영향을 준다. 빨간색으로 인테리어가 된 밀폐된 공간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시끄럽게 느껴진다. 빨강으로 인해 청각이 예민해지기 때문이다.

네번째로 등급을 나누기 위해 컬러를 쓴다. 스카치 위스키로 유명한 조니 워커는 스탠더드급의 레드 라벨, 프리미엄급의 블랙 라벨, 수퍼 프리미엄급의 블루 라벨로 나누어 품질, 가격별로 시리즈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레드가 가장 낮은 수준이고 블루가 가장 고급이다.

애플 컴퓨터의 아이맥(iMac) 컴퓨터가 한때 대단한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이때 아이맥은 다섯가지의 컬러를 컴퓨터에 입혔다. 빨강, 주황, 자주, 녹색, 파랑이었다. 소비자가 자신이 원하는 컴퓨터 컬러를 선택할 옵션을 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때 아이맥은 한가지를 더 고려했었다. 즉, 다섯가지 색깔을 다섯가지의 과일 색깔과 연결시킨 것이다. 딸기는 빨강을, 주황은 귤을, 자주는 포도를, 녹색은 라임을, 파랑은 블루베리를 연상하도록 한 것이다. 이때 아이맥의 광고 카피는 “쩝! 먹고 갖고 싶다.”였다. 과일 식욕을 컴퓨터 소유욕으로 유도한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컬러 마케팅의 진수다.

기업은 국기의 컬러도 마케팅에 활용한다

국기는 국가를 대표한다. 그래서 기업들은 국기의 컬러를 활용해 마케팅을 하고 있다. 주로 국가의 후광을 이용할 목적이므로 선진국이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성조기 삼색인 빨강, 파랑, 흰색을 활용하는 브랜드이다. 우리나라에도 진출한 패션 브랜드인 타미 힐피거(Tommy Hilfiger)는 미국 국기의 삼색을 그대로 사용하여 클래식 아메리칸 스타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또한 미국의 항공사인 아메리카 에어라인은 미국 성조기의 삼색을 로고에 컬러화 함으로써 미국의 이미지를 자사의 이미지와 동일시 하도록 했다.
50년 전통의 명품 유아복 브랜드인 압소바는 프랑스 국기의 삼색 컬러를 브랜드 심벌에 사용하여 프랑스 제품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많이 사는 서울 서초구의 서래마을의 경우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삼색의 보도 타일로 단장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스포츠카인 페라리는 심벌 마크에 삼색기의 빨강, 하양, 녹색을 사용하여 이태리의 차임을 과시하고 있다.

기업은 아니지만 뉴욕의 명물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기념일에 따라 각각 국기의 삼색 컬러의 조명을 한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빨강과 녹색 조명을 하고, 마틴 루터킹 Jr. 데이에는 이 두 가지 색에 흑인을 암시하는 검정색을 더한다. 미국독립기념일이나 현충일, 프레지던트 데이에는 미국 국기의 삼색인 빨강, 하양, 파랑을 하고, 성 발렌타인 데이에는 순교를 상징하는 빨강색으로 건물을 물들인다.

이처럼 컬러는 우리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소비자를 항상 주시하는 기업 입장에서 이렇게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는 컬러를 적극 활용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기업중에 아직도 컬러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서둘러야 할 때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및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이글은 비씨카드 사보인 '아름다운 동행'(2005년 6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