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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고 싶은 기업 그리고 고용 브랜드

전세계적인 비즈니스 잡지인 [포천]지는 매년 여러 카테고리로 기업들을 선정한다. 그중에 가장 존경받는 기업, 가장 매출이 높은 기업, 가장 성장이 빠른 기업들도 있지만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도 매년 발표한다.

한국에서도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을 조사한다. 취업 포털 사이트인 인크루트가 2004년에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일하기 좋은 10대 기업’으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유한킴벌리, 한국전력, 포스코, SK텔레콤, CJ, KT, 한국IBM이 선정되었다. 급여, 안정성, 자기계발, 근무환경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하여 선정되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기업이 직원을 뽑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직원이 기업을 선택한다. 따라서 기업은 잠재적인 직원들이 자사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고용 브랜드가 중요해지고 있는데, 고용 브랜드(Employment Brand)란 특정 회사에 대해 그 직원들의 머리에 떠오르는 총체적 이미지를 말한다.

고용 브랜드를 결정하는 요인은 많다. 그중에 기업 문화, 경영 스타일, 현 구성원들의 질적 수준, 경력 개발의 기회, 일과 삶의 기회, 동종업계에서의 기업 이미지들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개방적인 기업문화에 연봉이 높고 좋은 사람들이 많아 자기계발을 하기에 좋은 직장이면 그야말로 고용 브랜드는 짱이다. 물론 이런 모든 조건이 잘 충족되는 기업은 아주 적다.

과거에는 자신이 입사할 회사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회사 규모가 얼마나 큰지, 수익이 얼마나 많이 나는지, 연봉이 얼마나 높은지, 일반 국민들의 회사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요즘 회사 선택의 기준에 이런 외형적인 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 이제는 자신이 회사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지, 자기계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본다. 평생직장 개념이 와해되고 웰빙 개념이 확산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월급을 약간 적게 받더라도 인맥 확보나 지식 공유 측면에서 자기계발에 유리하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고용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여러 회사의 노력

유베이스라는 회사는 다른 회사들의 콜센터 업무를 대행해주는 고객관리 서비스 아웃소싱 회사이다. 서울 부산, 대구, 부천 등에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2003년에 개설한 부천의 드림컨택센터는 동양 최대의 2,400석 규모의 콜센터이다. 그런데 이 건물의 내부 인테리어가 매우 독특하다. 콜센터의 상담원의 일은 사실 말을 많이 하고 반복적이어서 지루하다. 또 급료도 높지 않아 이직률이 높은 업종이다. 그래서 이들 직원이 재미있게 일을 하고 또 쉴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 배려를 많이 한 것이다.

각 층마다 뉴욕, 런던, 파리, 도쿄, 상하이, 시드니 등 세계의 주요 도시를 형상화했다. 또 각 층의 통로마다 긴자 거리, 브로드웨이 등으로 거리 이름을 붙였다. 또 각 층마다 그 도시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휴게실을 갖추어 온돌 수면실도 설치하고 있다.

계약이 끝난 상담원에 대해서는 3개월간 70%의 급여를 주며 재교육을 시킨다. 그리고 상담원으로 일정 기간 근무를 하면 관리직으로 전직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놓았다. 또 다른 직장으로 가더라도 생애 설계를 할 수 있도록 경력개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직원들의 작업 환경은 자칫 재미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직원에 대한 배려로 인해 사무 환경은 훨씬 재미있어지고 개선될 수 있다.

보통 회사들은 근무 시간중에 직원들의 근무 내용과 관련 없는 일을 하는데 시간을 쓸까 봐 노심초사이다. 그래서 인터넷 접속 속도를 일부러 느리게 한다든지 어떤 사이트에 접속하는지 조사를 하고 또 메신저로 몰래 대화하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이런 근무 환경에서는 창의성이 박탈당한다. 창의력, 혁신을 강조하는 3M 회사는 근무시간중의 15%는 근무 내용과 관계 없는 일에 시간을 할애해도 좋게 했다. 상상력과 창의력이란 전혀 관계 없는 일을 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업무와 관련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발동되는 것이 아닌가.

한국IBM은 직원들의 근무 환경에 매우 많은 관심을 쓰고 있다. 자녀를 가진 직원들을 위해 출근시차제, 어린이집 운영, 이동사무실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자녀를 가진 여직원을 위해 생후 6개월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하나은행, 대교와 함께 ‘푸르니 서초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한 회사만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으니 몇 개 회사가 공동 운영하는 것이 앞으로 바람직한 추세로 보인다.

고용 브랜드는 회사 구성원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자주 거론되는 회사가 유한킴벌리다. 근무 형태를 4조 3교대제 혹은 4조 2교대제를 도입하여 일자리를 나누는 한편, 직원대상의 평생학습제도는 직원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유한킴벌리의 이러한 인간존중 경영철학과 직원을 배려한 제도는 그냥 쉽게 온 것은 아니다.

유한킴벌리의 문국현 사장은 자신이 부장일 때 회사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동료 7명과 함께 상층부에 많은 제안을 했다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상층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실망을 하고 일부 주도층이 회사를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의견은 점차 받아져 회사는 변해나갔고,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의 하나가 되었다.

이렇듯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즉 고용 브랜드는 회사 구성원들에 의해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고용 브랜드는 결국 회사구성원들의 공유물이기 때문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emars.co.kr) 대표

* 이글은 웅진 사보인 웅진해피올 6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