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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베커는 자유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미국 시카고 대학이 배출한 천재 중의 한명으로 꼽힌다. 합리적인 인간은 주어진 자원의 제약 상태에서 효용을 극대화하려고 하는 가운데 인간의 행위가 나온다는 신념이 그의 이론의 근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는 단지 상품 소비를 얼마나 할 것인지를 규명할 뿐만 아니라 여가시간의 선택도 규명하고 있다. 시간도 분명히 제약이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미시경제학의 분석영역을 시장원리가 잘 적용되지 않는다는 인간행위와 상호작용으로까지 확장을 하는 데 크게 기여를 했다.

예를 들면 인간의 노동은 자신의 시간만 팔면서 임금을 받는 단순노동자가 아니라 자신의 인적자본(Human Capital)에 비례하여 임금을 받는 지식노동자를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기계 같은 물적 자본(Physical Capital)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이 현재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대신 교육에 그 시간을 할애한다면 지금의 임금은 낮지만 나중에 인적자본이 커져 나중의 임금은 올라가게 된다. 여기에서 그의 인적자본 이론이 나오게 된다. 게리 베커는 인적 자본 이론을 무기로 하여 교육학 영역으로 진군한다.

그러나 게리 베커는 이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죄와 벌' 이론을 통해 형법학 영역을 유린하고, 인종차별 같은 이슈를 다룸으로써 사회학을, 출산률 문제 해결로 인구통계학 영역을 마음대로 넘나든다. 이외에도 결혼, 자살, 이혼, 자녀교육, 여성의 사회참여, 종교, 이타심, 마약, 습관 등 종전에는 경제학의 영역이 아니었던 분야를 경제학이란 제국주의 영토안에 편입시켜 나갔다.

- 인적 자본

게리 베커의 학문적 공헌을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인적 자본 이론일 것이다. 인적 자본 이슈는 그보다 먼저 테오도르 W. 슐츠나 제이콥 민서(Jacob Mincer)가 연구를 시작했지만 베커는 이 이론의 미시적 기초를 다진 점에서 공헌을 하였다. 이 이론 개발로 인하여 사회 전체 소득 중에서 노동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노동분배율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인적 자본과 임금(earnings)간의 관계도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연구가 거듭됨에 따라 그의 인적자본 이론은 일반 교육과 직업 교육에 따른 회수율, 시간이 지나면서 임금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 국가간의 인구 이동에 따른 임금 문제, 국가간 무역 패턴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게리 베커의 이론은 일반균형적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는 이론 틀이었고, 통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데이터가 양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 가계와 가족 : 결혼, 출산율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조직인 가족(Family)은 처음에는 경제학의 대상이 아니었다. 가족을 경제학에서는 가계(Household)라 부르는데, 가계에서 노동하는 것은 임금을 받지 않으므로 시장경제에서 편입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커는 가계를 하나의 작은 공장으로 보았다. 이 공장은 가계 구성원의 시간과 시장에서 구입한 보통재를 투입하여 음식, 주택, 오락 같은 기본재를 생산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형태의 분석에서는 기본재의 가격은 두가지 구성요소를 가진다. 첫째는 시장에서 구입한 중간재의 직접적인 비용이고, 두번째는 재화의 생산과 소비에 사용되는 시간지출이다. 이 시간지출은 가계에서 기본재를 생산하기 위해 지출한 시간에 임금을 곱한 것이다.

이것은 가계구성원의 임금이 상승할 때 시장에서 일할 유인이 증가하고, 가계에서 생산되는 재화 즉 기본재는 생산과 소비에 보다 작은 시간이 들어가도록 변하게 됨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임금이 상승함에 따라 이전에 가족의 사회적, 경제적 기능의 일부가 기업, 학교, 공공기관과 같은 제도로 이전되어 감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는 이러한 가계생산의 논리를 이용하여, 결혼의 시기, 독신과 이혼의 비율, 출산율과 인구증가율 등을 설명하는 데 새로운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이들 분야는 전통적으로 사회학이나 인류학의 분야로 간주되어 왔으며 개인의 사회적,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는 점이 중요한 설명변수였다.

그는 이러한 논리를 통해 독신남자를 위한 편의상품이나 시설의 존재, 여성 인력의 사회진출 기회의 크기 등이 독신율과 이혼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또한 자녀의 양육비나 노후생활의 자녀에의 의존도가 사회별로 상이한 출산율을 설명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부모가 자녀의 수와 교육수준, 양자를 고려하는 선호체계를 가정하여 임금이 상승할 때 부모는 자녀의 수를 줄이고 자녀의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 죄와 벌

게리 베커는 범죄행위조차 불확실성하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로 설명코자 하였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범법으로부터 기대되는 이득과 범법으로부터 기대되는 손실을 비교하여 준법 혹은 범법을 선택한다. 따라서 범법으로부터 기대되는 이득이 일정하다고 하면, 범법을 하였을 경우에 기소될 확률과 기소되었을 경우 예상되는 형벌의 곱이 범법률을 결정하게 된다.

반대로 범죄자의 입장에서 보면, 범죄자는 범죄를 저지름으로써 기대되는 이득, 체포와 형벌이라는 대가, 그리고 그들의 위험선호, 기질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행동으로 이해되고, 따라서 범죄자에게 범죄는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된다는 논리도 전개하고 있다.

- 경제적 차별 : 인종차별, 성차별

게리 베커는 노동시장의 경쟁이론 모델을 흑백 노동자간의 임금 격차를 설명하는 데 적용하려고 시도했다. 여기에서 그는 차별화하려는 유혹이 고용인과 피고용인간의 효용 차이로 합리화된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의 논문은 초기에는 반응을 얻지 못했으나 노동시장에서 인종간, 성별간 보수 차이가 지속됨에 따라 유용한 이론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게리 베커는 그의 전공인 가족경제학(Family Economics)을 열심히 연구하기 위해 결혼을 세번이나 했다. 그럴 듯 하지 않은가?

김민주 (주)리드앤리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