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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체가 제조업을 하다 보면 이품목 저품목을 만들어 판매하게 된다. 하나의 품목만으로는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의 온 역량을 한 제품에 올인(all-in)하여 한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여 대성공을 거두는 경우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 특히 언론에서는 기업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선택과 집중 전략은 사실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왜냐하면 한 군데 모든 것을 걸었는데 그것이 제대로 판매되지 않으면 회사 운영상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위험도에도 불구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문업체로 위상을 굳힌 업체들은 정말 남부럽지 않다. 이런 전략으로 성공한 기업들을 보자.

블랙삭스닷컴은 검은 양말만 판다

1998년에 설립된 스위스 회사인 블랙삭스닷컴(www.blacksocks.com)은 자사의 웹사이트에서 검은 양말만 판매한다. 검은 양말이라고 해서 다양한 무늬가 있거나 특이한 기능을 가진 양말을 파는 것이 아니다. 흔히 남자들이 양복과 함께 신는 완전히 검은 양말만 판매한다. 양말의 소재는 전부 면이고 디자인은 세가지만 있다. 남자들이 보통 신는 발목 위로 약간 올라오는 것, 무릎까지 올라오는 약간 긴 것, 또 복숭아뼈가 보이는 아주 짧은 것, 이렇게 세가지이다. 또 발 크기에 따라 7가지 사이즈가 있는데, small이 2개, medium 1개, large에 4가지가 있다.

또 블랙삭스닷컴에서는 양말의 개별 구매는 안되고 단지 기간과 수량을 정해서 구매하는 ‘구독’만 가능하다. 양말 3켤레를 3번, 4번, 혹은 6번 배송해주는 방법이 있는데 고객은 이중에 하나를 택하면 된다. 이 양말을 한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사람은 불안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10켤레 혹은 1켤레를 한번에 배송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삭스크립션(Sockscription)이라고 불리운다. 물론 삭스(socks)는 양말, 섭스크립션(subscription)은 구독을 의미한다.

이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간단하지만 웹사이트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양말을 고객 집에 배달해줄 때 티눈 연고나 발톱깎이처럼 양말, 발과 관련된 작은 선물을 주어 고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발렌타인 데이에 남자 친구에게 줄 수 있는 선물로 자사의 양말이 적격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양말이 평생 배달되듯이 사랑도 그렇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는 것이다.

모션디자인스는 휠체어만 만든다

1978년 고등학교 여교사였던 매럴린 해밀턴은 행글라이더를 타다가 척수를 크게 다쳐 휠체어를 타게 되었다. 그런데 휠체어는 움직이기에 여전히 무거웠고 등받이의 높이가 높아 고개를 돌리기에 불편했다. 제대로 접을 수가 없어서 자동차 트렁크에 넣기도 불편했다. 또 컬러도 개성이 없는 크롬색 일색이었다.

그래서 매럴린 해밀턴은 이러한 불편이 없는 휠체어를 두명의 친구들과 만들기로 하여 모션 디자인스(Motion Designs) 회사를 만들었다. 휠체어의 소재를 행글라이더처럼 알루미늄 파이프로 가볍게 만들었고 등받이 높이도 낮추었다. 또 쉽게 접을 수 있도록 하여 압축률을 높였다. 또 컬러도 빨강, 초록, 분홍, 노랑 등 다양하게 만들어 소비자가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퀴키(Quickie) 브랜드로 출시한 이 휠체어 모델은 소비자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매럴린 해밀턴은 이후 교통사고를 또 당해 손목과 다리에 부상을 입게 되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1993년 모터를 장착한 휠체어를 만들어냈는데 이 P200 모델도 큰 인기를 얻어‘휠체어의 훼라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모션 디자인의 사장은 사고를 당해 휠체어의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불편한 점을 개선하여 사업가가 되는데 성공했다. 불굴의 의지를 가진 기업가 정신의 화신이 아닐 수 없다.

국내에서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성공한 회사가 있다. 1991년에 호출기 사업을 시작했던 팬택은 1994년에 휴대폰 사업에 진출했다. 2001년에 현대그룹으로부터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SK텔레텍으로부터 SKY 휴대폰 사업을 인수한 것이다. 해외에서는 그동안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방식으로 수출했지만 이제 본격적으로 자체 브랜드를 가지고 진출하므로 향후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팬택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또 밀폐용기 하나로 성공한 하나코비의 락앤락 브랜드, 그리고 오토바이 헬멧 하나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HJC도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세상에 비즈니스가 복잡하다고 하지만 생각밖으로 단순하게 하나의 사업만으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물론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경쟁사가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제품의 경쟁력과 그로 인한 강력한 브랜드가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www.ema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