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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치프 마케팅 : 기발한 방법으로 공략하라

테마 1 : 미스치프 마케팅이란

마케팅에 대한 정의는 많지만 마케팅이란 결국 기업이 소비자를 설득하는 방법을 말하는 것 아닐까. 그러면 설득을 하는 방법으로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이런 설득 방법에 대해 설파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로고스(logos),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가 바로 그것이다. 로고스는 우리 자신의 논리를 말하는데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말하는 사람의 평판이 좋아야 한다. 상대방이 보기에 믿을 만한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훨씬 신뢰감이 가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감성에 호소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논리만 좋다고 잘 설득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위 감성 마케팅이다.

감성마케팅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컬러, 체험, 문화, 디자인 등 많다. 하지만 이중에 논리는 약간 떨어져도 상대방의 마음에 필(feel)이 꽂히도록 하는 마케팅, 그것이 장난기든, 유머든, 엽기든 기상천외의 충격도 좋다. 이렇게 목표를 획득하기 위해 유머러스하고 때로는 기발한 마케팅 전술을 미스치프 마케팅이라 부른다. 사전을 찾아보면 미스치프(mischief)란 장난기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인 로라 부시 여사는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돌출 발언을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남편인 조지 W. 부시가 연단에서 기자들 대상으로 이야기를 하던 중 연단 좌석에 앉아 있던 로라 부시가 갑자기 나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 놓은 것이었다. 자신의 시어머니인 바바라 부시는 무서운 사람이라고 한다든지 남편이 저녁에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밤 9시가 되면 일찍 잔다고 고자질을 했다. 그리고 남편이 일찍 잠자리에 가있는 동안 자신은 ABC 방송의 인기 시리즈 드라마인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를 밤중에 열심히 보는데 정작 자신이 위기의 주부라고 말했던 것이다.

이는 외관상 돌출 발언인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작가와 함께 미리 준비해둔 말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본 사람들은 로라 부시의 인간적인 측면에 동조했고, 그로 인해 로라 부시와 조지 W. 부시의 인기가 덩달아 올라갔다. 엄숙해야 할 것 같은 장소에서 이렇게 유머러스함과 솔직함으로 상대방의 허를 찔러 인기를 얻는 것이 미스치프 마케팅이 아닐까.

우리 인간만 미스치프 마케팅을 구사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조류나 파충류들은 보통 때는 몸을 웅크리고 있지만 구애를 할 때나 상대방의 공격에 직면할 때 날개를 활짝 펴거나 몸의 색깔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새로운 면을 갑자기 보여준다. 상대방의 환심을 사서 구애를 받거나 공격하는 상대방을 놀라게 하여 쫓아내기 위해서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미스치프 마케팅은 눈속임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지 모른다. 그것은 전혀 아니다. 자신의 기본적인 실력은 여전히 있다. 상대방이 미처 예측하기 못한 상황에서 창조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악의 없이 상대방을 일격에 설득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은 이러한 미스치프 마케팅을 보고서 속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거워하고 탄복해 하고 매력을 느낀다. 이게 바로 미스치프 마케팅의 파워다.

마케팅 기법중에 게릴라 마케팅이라는 것이 있다. 잠복해 있다가 일시에 출몰하는 게릴라처럼 활동하여 상대방을 공략하는 것이다. 게릴라 마케팅에는 미스치프 마케팅을 비롯하여 스텔스 마케팅(Stealth Marketing), 래디컬 마케팅(Radical Marketing), 앰부쉬 마케팅(Ambush Marketing), 기발한 마케팅(Outrageous Marketing)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중에 미스치프 마케팅은 가장 장난기 어리고 가장 선의의 방법이 아닐까.

테마 2 : 위기를 기지로 극복하는 미스치프 마케팅

우리 개인과 기업들이 미스치프 마케팅을 어떻게 구사하여 위기를 극복하고 또 상대방을 성공적으로 설득할 수 있었는지 사례들을 살펴 보기로 하자.

화장품 회사 중에 에스티 로더가 있다. 미국 회사인 이 회사는 지금은 매우 유명하지만 1960년대만 하더라도 그렇게 유명하지 않았다. 그당시 프랑스 파리의 라파예트 백화점에 처음 진출하려고 했지만 백화점내 담당자는 에스티 로더의 제품에 대해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그래서 에스티 로더는 사람들의 관심을 일으키기 위해 미스치프 마케팅을 구사했다. 향수제품인 Youth Dew 제품 출시를 기념하기 위해 라파예트 백화점 내에서 열리고 있던 시연회 기간 동안 에스티 로더는 고의적으로 Youth Dew 향수를 백화점 바닥에 뿌렸던 것이다.

향수 냄새는 곧바로 매장에 들어온 소비자들의 코를 자극했음은 물론이고, 향수 냄새를 맡은 소비자들이 이 향수가 어떤 향수인지 백화점 매장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에스티 로더 제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라파예트 백화점 담당자는 생각을 바꾸어 매장에서 판매토록 결정한 것이다. 에스티 로더의 이러한 장난기 어린 기지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탄탄한 에스티 로더 회사가 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우리 자신도 분명히 하나의 벤처 기업이다. 80년 정도 살다가 없어지는 벤처 기업이다. 따라서 인생을 의미있게 살기 위하여는 자신의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를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잘 알릴 필요가 있다. 자신 브랜드를 마케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계층의 사람들과 접촉하고 싶지만 잘 모르는 경우 어떤 방법으로 알려야 할까. 이때 미스치프 마케팅이 필요하다.

미국의 대통령 중에 린든 존슨이 있다. 그는 고등학교 교사를 하다가 정치에 입문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갔다. 우선 국회의원 비서가 되고 싶어했지만 정계 분야에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미스치프 마케팅적 활동을 벌였다.

워싱턴의 어느 호텔에서 우연히 묵게 되었을 때였다. 그날 그는 호텔내에 있던 공용 샤워장에서 샤워를 무려 4번이나 했다. 그다음날 아침에도 그는 일찍 일어나서 공용 샤워장에 5분 간격으로 5번이나 드나들었다. 왜 그런 괴이한 행동을 했을까. 결벽증 때문이었을까. 그날 그 호텔에는 75명의 국회의원과 비서들이 묵고 있었는데 국회의원 그리고 수행 비서들과 얼굴을 익히고 싶어했기 때문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국회의원 수행비서가 되었고 또 수행비서 협회의 의장에도 선출되었다. 미스치프 마케팅의 승리다.

1999년에 방영된 영화 중에 [블레어 윗치]라는 영화가 있었다. 마녀에 대한 것으로 허구로 꾸민 영화였지만 영화제작자측은 실화인 것처럼 알렸다. 이 영화는 예산을 매우 적게 들여 만들었는데 이러한 홍보를 통해 미국에서 대단한 흥행을 기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짓이라는 말이 흘러나왔고, 그래서 나중에 방영된 한국에서는 이 영화가 흥행에 실패했다. 따라서 미스치프 마케팅이 거짓이어서는 절대로 그 수명이 길지 않다.

김민주 (주)리드앤리더 대표

* 이글은 윤선생 사보 (2005년 8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