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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기업의 역할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계속 늘고 있다. 종전에 기업은 'doing well'만 잘하면 되었다. 즉 사업만 잘 하면 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doing good', 즉 좋은 일을 기업이 해주기를 원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많다. 국민경제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늘어났다. 정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자꾸 줄어들면서 정부가 해야할 일을 기업이 해주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또 기업 브랜딩에 있어서 이성적 측면과 감성적 측면 외에도 공익적 측면이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 경영을 잘 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호감도가 높다.

사회적 책임 경영에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윤리 경영, 나눔 경영, 환경 경영이라는 세가지에 대해서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보기로 하자.

로열 더치 쉘의 윤리 경영

기업들이 실제로 어떻게 하고 있든간에 소비자들은 기업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매장에서 자신들이 상품을 구입하고 내는 금액의 일부인 부가가치세를 매장이 정부에 제대로 납부하는 지에 대해서도 의혹을 보낸다. 따라서 기업이 별도의 사회공헌 활동을 하지 않더라도 기업이 부가가치세나 법인세를 제대로 내는 투명한 기업으로서 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린다면 투명한 기업 이미지를 알리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특히 소비자가 내는 가격중에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제품, 즉 휘발유나 담배, 술, 로또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영국과 네델란드의 다국적 에너지 기업인 로열 더치 쉘은 이러한 공정한 세금 납부의 중요성을 주목했다. 정부는 석유 제품의 소비 억제를 위해 제품 가격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석유 회사는 소비자가 내는 세금을 정부에 대신 납부해주는 세금 대행 기관이다. 그래서 로얄 더치 쉘은 자사가 소비자 대신 세금을 정부에 성실하게 대행 납부하는 것은 물론 이렇게 하고 있다는 것을 자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크게 강조했다.

얼핏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기업들중에 이러한 윤리성을 PR 포인트로 삼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평소에 항상 관심을 두고 있는 포인트이기 때문에 로열 더치 쉘은 매우 좋은 포인트를 소비자에게 소구한 셈이다.

아멕스의 나눔 경영

신용카드회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미국에서 1990년대에 실시했던 공익 마케팅 캠페인을 한번 보자. 이 회사는 미국의 기아 퇴치를 위해 ‘Share Our Strength(SOS)’라는 비영리단체와 함께 ‘테이스트 오브 네이션(Taste of Nation)’이란 공익 캠페인을 벌였다.

아멕스 카드는 비자나 마스터카드에 비해 고급 음식점을 가맹점으로 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카드 회원이 가맹점에 와서 카드를 쓸 때마다 3센트를 떼어 SOS 기아퇴치 기금에 기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그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아멕스 카드 회원 중에는 부유한 사람이 많았고, 비싼 레스토랑에 와서 식사를 하는 것에 대해 약간의 죄의식을 가지고 있던 차에 이런 기부 기회는 일종의 면죄부 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좋은 음식도 먹고, 자동적으로 자선활동도 하는 셈이 된 것이다.

물론 아멕스 회사 직원들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직원들은 SOS에서 자원봉사자가 되어 음식을 만들고 나누어주는 일도 했다. 물론 자신의 일만 하던 일부 직원들이 불평을 하기는 했지만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이내 뿌듯한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다.

아카사카 엑셀 호텔의 환경 경영

도쿄의 아카사카 엑셀 호텔의 경우를 한번 보자. 이 호텔에서 체크인을 하기 위해 3층의 호텔 로비에 가면 탁자 위에 환경보호에 참가하라는 브로셔와 그린 코인이 눈에 띈다. 즉 호텔 방 특히 화장실의 칫솔, 면도기, 빗 같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면 카운터에서 체크아웃 할 때 그린코인을 회수통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회수된 코인 수에 비례하여 나무 심기 프로젝트에 기부금이 전달된다.

필자가 4년전에 이 호텔을 방문했을 때는 화장실에 일회용 비누와 샴푸, 린스가 있었다. 그러나 1년전에 갔을 때에는 일회용 비누 대신 바디 세제가 손을 누르면 나오도록 벽에 부착되어 있었다. 샴푸와 린스도 벽에 용기 형태로 되어있어 손으로 눌러 자신이 원하는 만큼만 사용할 수 있었다. 1회용품 포장에 사용하는 자원을 절약할 수 있으며, 쓰고 남은 양을 버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훨씬 낭비가 적다.

우리나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문제점

필자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사회공헌 전략에 대해 자문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들 기업들은 기업의 대외 이미지 때문에 사회공헌 활동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기업이 사업을 잘 해서 직원을 잘 고용하고 적정 이윤을 내면 기업으로서 해야 할 일은 충분히 하지 않았느냐는 기존의 사고 방식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과연 어느 분야에서 사회공헌을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을 한다. 현재의 사업영역과 관련된 분야에서 사회공헌을 하면 기업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사회공헌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소비자가 가질 것을 우려한다. 하지만 현재 사업 영역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서 사회공헌을 하면 기업 이미지는 올라가지만 매출 증대 효과는 없게 된다. 즉 국내 대기업들은 마케팅적인 측면보다는 PR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자사의 사업영역과 관련된 분야에서 사회공헌을 많이 하고 있다. 자사의 사업과 연관되지 않는 분야에서 불필요하게 돈을 낭비하지 말고 자사의 사업 영역과 관련된 분야에 집중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사회 공헌을 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 이미지도 올라가고 매출도 장기적으로 올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 우리나라 기업들은 소비자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무조건 특정 분야에 대해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 공헌에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충성도가 올라갈 수 있다.

회사 직원들은 연봉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근무하는 기업이 사회적으로 어떤 평판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는다. 사회적 책임을 잘 수행하는 자신의 회사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면 이 회사에서 근무하는 기간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대외적으로는 존경받는 기업, 대내적으로는 일하고 싶은 회사가 되게 하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김민주 (주)리드앤리더 대표

* 이글은 2005년 삼성화재의 온라인 사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