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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 대한 정의가 정말 많지만 한마디로 말해 마케팅은 기업이 소비자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그게 PR이든, 이미지든, 프로모션이든 그 무엇이 될 수 있다.

그런데 2500여 년전 아리스토텔레스가 남을 설득하려면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을 의미하는 로고스(logos), 감성을 의미하는 파토스(pathos), 영성을 의미하는 에토스(ethos)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논리가 아무리 뛰어나도 상대방의 마음을 감성으로 적시지 못하면 안되고 마지막으로 신뢰가 구축이 되어야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두뇌에서 좌뇌, 우뇌, 영혼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기업이 소비자를 마케팅으로 설득할 때에도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가 필요하다. 이 세가지 마케팅 관점에서 최신 디자인 추세와 이에 해당되는 사례를 보도록 하자.

로고스적 디자인

디자인은 이제 멋이 아니라 일상 생활의 일부다. 따라서 하물며 패션이 그런데 생활용품은 더욱 그렇다. 생활용품은 특정 사람만이 쓰는 것이 아니라 집안의 여러 사람이 사용한다. 젊은 사람도 사용하지만 나이드신 분도 사용하고, 어린이도 사용한다. 건강한 사람도 사용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장애의 유무, 연령, 성별, 인종 등의 차이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기 쉽도록 도시나 생활환경을 디자인 하는 것이다. 일본 위생용기의 대표 주자인 토토(TOTO)사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자기자신을 생각하는 마음과 주변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토토는 “유니버설 디자인 5원칙”을 중심으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1) 자세, 동작이 편안 – 자세, 동작에 무리가 가지 않고, 장시간 사용해도 피곤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2) 알기 쉬운 간단한 조작 – 제품마다 다른 조작 버튼의 위치나 기능, 조작 순서가 알기 쉬워야 한다. 또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
(3) 사용자의 다양성에 대응 – 나중에 기능을 추가한다든지, 사용자가 바뀌더라도 그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4) 쾌적 – 신체에 유해한 물질은 당연히 없어야 하고, 생리적 불쾌함도 느껴지지 않아야 하며 온도나 조명 밝기 등이 신체에 부담을 적게 줘야 한다.
(5) 안전 –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토토사의 온수세정변기인 ‘워시렛’ 경우를 보자. ‘워시렛’은 1980년 발매를 시작한 이래 20년 이상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토토의 장수 브랜드이다. 온수세정변기 종류 중에서는 일반 가정 보급률 53%라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신축주택의 70%가 설치하는 브랜드로서 온수세정변기가 일본 화장실 문화 변화에 일조했다.
‘워시렛’ 개발 초기에 가장 주력했던 점은 화장실의 ‘어두움, 악취, 지저분함’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초기 기획 의도 하에 개발된 ‘워시렛’의 기능으로는 엉덩이를 닦아 주는 ‘세정,’ 변기의 냄새를 없애주는 ‘탈취,’ 더러워지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청소 기능’이 있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도입된 이후에는 ‘워시렛’에 ‘소형화,’ ‘자동화’ 등과 같은 기능을 추가하게 되었다. ‘워시렛’은 변기에 처음부터 부착되어 있는 일체형과 기존에 있는 변기에 설치하는 시트형이 있다. 일체형에서 가능한 기능을 시트형에서도 가능하도록 하려면 ‘소형화’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토토는 유니버설 디자인 시각에서 ‘소형화’ 문제와 함께 ‘자동화’ 기능도 다뤄왔다. 예를 들면, 사람이 가까이 가면 변기 뚜껑이 자동으로 열리는 ‘자동개폐기능,’ 사람이 변기에서 일어나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물이 내려가는 ‘자동변기세정기능’ 이다.

우리사회에도 노령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또 그전에는 자신만을 이기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고려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이 필요로 할 때다. 토토사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기능적일뿐 아니라 감성적으로 남을 배려해주는 매우 감성적인 디자인이다.

파토스적 디자인

상품을 파는 매장이 너무 형식적이고 고압적이면 매장을 찾아가는 고객이 부담을 잔뜩 가지게 된다. 반면 찾아간 매장이 마치 집에 있는 듯 매우 쾌적한 느낌을 준다면 자신의 집도 그렇게 업그레이드 하고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들 것이다.
미국의 인기 TV 시트콤에 [프렌즈]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드라마를 보노라면 레이첼이 룸메이트인 피비 몰래 포터리반의 물건을 사 들여 집을 꾸미는 이야기가 나온다. 포터리반은 한마디로 미국인의 토털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는 업체다. 미국 중류층의 집안에서 사용되는 물품들을 아주 보기 좋게 전시하고 있는 매장이다.

포터리반의 최대 매력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캐쥬얼 라이프 이미지에 있다. 매장 상품들은 기능과 장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 가격에 비해 고객이 느끼는 가치는 훨씬 높다. 세일즈 담당직원은 흰 셔츠에 카키색 바지를 입고 있어 캐쥬얼한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리고 배경음악으로는 재즈가 흘러 우아한 분위기까지 느껴지게 한다. 상자나 쇼핑백은 천연 갈색 종이로 되어있는데, 이것 또한 제품 대다수가 천연 나무 소재임을 보여준다. 필자가 여름에 샌프란시스코의 포터리반 매장에 들렀을 때 그 쾌적한 느낌을 우리나라 매장에서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포터리반보다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윌리엄즈소노마(Williams-Sonoma) 매장은 주방 공간을 고급스럽게 문화로 치장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정말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 매장에 가면 프랑스산 냄비 세트, 올리브 오일, 로마산 물병, 북이탈리아 수제 치즈, 영국 디자인의 토스터 등 유럽산 고급 제품이 즐비하다.
샌프란시스코 본점 매장을 보면 프랑스의 대저택이 연상된다. 창의 유리는 금빛 장식을 하고 있고 4층까지 모두 중앙 부위가 뚫려 있어 매장 전체가 자연광으로 가득하다. 매장 1층에 들어서면 18세기 요리책에서 뽑은 레시피와 초기 설립자가 당시 여행에서 가져온 주방기구들이 전시돼 있다. 매장을 통해서 역사를 느낄 수 있도록 한 비주얼 머천다이징(VMD) 전략의 일환이다. 4층에 가면 누구나 윌리엄즈 소노마의 제품을 이용해 직접 요리를 할 수도 있고 요리 강좌를 들을 수도 있다. 프랑스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게 하는 매장 인테리어와 서비스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에토스적 디자인

소비자의 에토스에 호소하는 마케팅으로는 개인의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중시하는 로하스(LOHAS) 마케팅이 있다. 환경 마케팅은 로하스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최근 들어와 친환경 디자인이 많은 각광을 받고 있다. 운송수단의 경우를 보자.

벨로택시(Velotaxi)라는 것이 있다. 벨로택시는 인간의 동력과 전기모터의 힘을 병행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친환경 ‘전기 자전거’이다. 벨로택시는 무게 140kg, 길이 3m, 폭 1.1m의 생쥐 모양이다. 평균시속 21km, 최고시속 30km인 벨로택시는 대당 9천 달러의 고가의 교통수단이며, 2~3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다. 2단 기어와 전기모터를 병행 사용하기 때문에 출발할 때 전기 동력을 이용하여 출발하고, 평상시에는 사람의 힘으로 움직인다. 오르막길이나 운전자가 힘이 들 때에는 전기 모터를 이용하면 된다.

프랑스 리옹시에서는 프랑스의 유한 책임회사 씨클로폴리텡(Cyclopolitain)이 벨로택시를 2003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한 것에서 출발해서 사업으로 확장한 벨로택시는 현재 유럽 등의 상업적 목적뿐만 아니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 기업의 신제품 홍보 목적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벨로택시를 ‘가볍게 날아다니는 장난감’이라는 뜻으로 ‘컬트-플리처’라 부른다. 일본에서는 교토시에서,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운행하고 있다. 벨로택시 이외에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세그웨이(SEGWAY)가 있다. 이들 친환경 운송수단은 디자인이 탁월하여 기능에 못지 않게 소비자의 감성에 소구 포인트가 많다.

Design or Resign !!

Design or Resign 이라는 말이 있다. 디자인을 잘 하지 못 하면 아예 사표를 쓰라는 이야기다. 대학 교수들은 Publish or Perish 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연구 논문을 저널에 싣지 못하면 아예 죽으라는 이야기다. 어느 조직이든 이처럼 약간은 협박적인 말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아무리 탁월한 디자인 제품이 나와도 소비자가 그런 디자인 제품의 존재를 알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이 없다면 디자인 제품의 대중 확산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근 디자인 제품만을 모아 판매하는 텐바이텐 매장이 젊은 층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을 희소식이다. 좋은 제품이 자신의 존재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이것이 바로 마케팅의 출발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이 글은 LG엔시스 사보(2006년 No.3)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