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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징 마켓의 시대] 책이 김영사에서 출간되었다. 앙트완 반 아그마엘이 쓴 책으로 이머징 마켓의 성장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책이다. 여기 책의 역자인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의 글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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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230여 개나 되는 크고 작은 국가가 존재하고 있다. 이들 많은 나라들을 그룹으로 묶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예전의 냉전 시대에는 민주자본주의국가를 일컫는 제1세계, 공산사회주의 국가를 일컫는 제2세계, 그리고 못사는 후진국을 일컫는 제3세계로 나누곤 했다. 그러나 1980년대와 90년대에 걸쳐 공산주의가 몰락하면서 제2세계는 더 이상 의미를 상실했고, 자본주의가 더 많은 국가로 전파되면서 제3세계는 다시 분화하기에 이르렀다.

이들 국가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우선 G7(Great Seven, 지세븐)이라고 불리는 서방 선진공업국이 있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가 G7에 해당된다. 요즘 브릭스(BRICs)라는 말이 유행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말한다. 에너지 자원으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카자흐스탄(Kazakhstan)을 넣어서 BRICKs라고 하기도 한다. 그리고 N-11(Next 11, 넥스트 11) 국가라는 말도 있다. 국내총생산(GDP) 크기 순서대로 표기한다면 한국, 멕시코, 터키, 인도네시아, 이란, 파키스탄, 필리핀, 나이지리아, 이집트, 방글라데시, 베트남이 이에 해당된다. 넥스트 11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최고 순위다. 2005년의 경우 우리나라의 GDP는 미국달러로 표시했을 때 11위였고, 구매력평가지수(PPP)로 표시했을 때에는 13위에 랭크되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와 신흥시장 즉,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이라는 말이 유행을 타고 있다. 이머징 마켓은 어떤 나라를 말하는 것일까. G7을 포함한 선진국을 제외하고 BRICs와 Next 11 국가를 말한다. 예전에는 제 3세계라고 통칭하여 말했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매우 강해서, 제 3세계 중 경제규모도 크고 경제성장율이 높은 국가를 표현하는데 이머징 마켓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제일 큰 네 개의 대형 이머징 마켓인 브릭스 국가는 2040년경이 되면 G7 국가들의 경제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Next 11 국가와 4개 브릭스 국가의 시장 규모를 모두 합하면, 15개 이머징 마켓은 2030년이 지나면 G7 시장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2050년에 이르면, 이머징 시장 규모가 현 선진국 경제 수준의 두 배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머징 마켓 중에서 특히 잘 나가는 기업들이 있다. 세계은행을 비롯하여 이머징 마켓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많이 수행했던 이 책의 저자, 앙트완 반 아그마엘은 자신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하여 25개 기업을 선정했다. 우선 국가별 분포를 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 (4), 인도(4), 브라질(4), 멕시코(4), 중국(3), 타이완(2), 칠레(1), 아르헨티나(1), 말레이지아(1), 남아공(1). 우리나라는 인도, 브라질, 멕시코와 함께 각각 4개씩 가장 많은 기업들이 선정되었다.

선정된 기업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우선, 우리나라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포스코가 선정되었다. 그리고 중국 기업으로는 가전 회사인 Haier, 컴퓨터 회사인 Lenovo, OEM 전문 기업인 Hon Hai이 있다. 그리고 대만 기업으로는 무선통신전자 회사인 HTC, 반도체 회사인 TMSC, 말레이지아 회사로는 LNG 수송회사인 MISC(Malaysia International Shipping Corporation)이 있다.

인도 기업으로는 Tata (철강), Infosys (IT서비스), Lanbaxy (제약), Reliance Industries (석유화학), 브라질 기업으로는 Embraer (제트항공기 제조), Aracruz Celulose (펄프), Petrobras(에너지), CVRD (철강)이 있다. 멕시코 기업으로는 Cemex (시멘트), Grupo Modelo (맥주), America Movil (이동통신 서비스), Grupo Televisa (미디어), 칠레 기업으로는 Concha y Toro (와인), 아르헨티나 기업으로는 Tenaris (정유), 남아공 기업으로는 Sasol(에너지화학)이 있다.

이 기업들은 전 세계 구심점을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전망인데, 그 중 일부는 월드 클래스, 즉 세계 수준으로 손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기업이다. 그리고 이들 기업들은 선진국의 경쟁기업들을 인수하는 일도 서슴지 않아 선진국의 입지도 매우 흔들리고 있다. 예를 들면 인도 출신 CEO가 경영하는 세계 최고 철강 그룹 미탈 스틸(Mittal Steel)은 유럽 최고 철강 재벌인 세계 넘버 투 아슬러(Arcelor)를 인수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들 기업들이 어떻게 하여 이렇게 큰 규모로 확장했고 수익성을 잘 갖추게 되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이들 대표기업의 성공 원인을 다음처럼 8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1) 품질과 디자인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높은 관심, (2) 브랜드 구축, (3) 로지스틱, (4) 시장 트렌드 변화 적응에 있어 경쟁자들 보다 한 발 앞서 가는 자세, (5) 기업 인수 능력, (6) 정보 기술에 있어 경쟁업체들에 비해 지속적인 비교 우위 유지, (7) 현명한 니치(Niche, 틈새) 전략, (8) 비전통적 사고이다.

2007년 초 내가 평소에 알고 지내던 김영사의 이은정 팀장으로부터 이 책을 번역해보면 어떻겠냐는 의뢰를 받았다. 내가 경제학과 금융 배경을 가지고 있고 현재 비즈니스 컨설팅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은정 팀장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 또한 이머징 마켓 이슈는 거부할 수 없는 트렌드이고 주식 투자 측면에서 보면 최근 우리나라 주식시장 활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머징 마켓이 크게 각광을 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더구나 원서 책을 읽어보니 저자인 앙트완 반 아그마엘은 일찍부터 이머징 마켓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하여 25개 이머징 마켓 기업을 정확히 분석하고 있었고 주식 투자 측면에서도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번역하기로 흔쾌히 결정을 내렸다.

이 책의 저자인 앙트완 반 아그마엘은 이머징 마켓(emerging market)이라는 용어를 일찍이 처음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기존의 다른 저자들이 약간은 단편적이고 이론적으로 이머징 마켓을 분석했다면, 이 책의 저자는 그 동안 업계에서의 풍부한 경험과 통찰력을 가지고 25개 기업을 선정했고 이를 심층적으로 사례분석을 하였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두 개 장에서는 기업 사례를 토대로 하여 기업의 성공 법칙을 포괄적으로 도출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지구에서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이머징 마켓 현상을 전체적으로 보고자 하는 분들, 이머징 마켓 기업들의 성장과정과 현황에 대한 심층적인 정보를 원하는 분들, 그리고 이머징 마켓 시장의 기업에 투자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매우 유용한 책이 되리라 본다.

송병락 교수는 선진국, 중진국, 후진국의 차이점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 바 있다. 명품을 잘 만들면 선진국이고, 짝퉁을 잘 만들면 중진국이며, 짝퉁도 못 만들면 후진국이라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이 책에서 거론된 25개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이머징 마켓인 한국, 멕시코, 브라질, 대만, 중국은 물론 중진국에 속한다. 그런데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이미 명품 수준의 제품을 만들고 있으니 선진국 대열에 근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일인당 GDP 기준으로 마의 1만 달러 수준에서 벗어나 2만 달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3만 달러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골드만삭스는 2025년 우리나라 일인당 GDP가 3만 6천 달러 수준으로 세계 8위, 2050년에는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다소 비관적인 전망에 비하면 상당히 낙관적인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과연 선진국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 말이 많지만, 나는 우리나라가 분명히 선진국으로 될 거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IT, BT 등 첨단 분야 기술 확보, 우수한 인재, 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 사회 인프라, 왕성한 기업가정신을 우리나라처럼 잘 갖추고 있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 국민들의 의식구조, 비효율적인 정치와 제도가 약간 발목을 잡고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는 넥스트 11 국가군에 포함되어 있지만 향후 20년 후에는 G7 혹은 G10 국가군에 위치하게 되리라 본다. 그러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머징 마켓을 다루는 이러한 책에 포함되지 않게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가 정말 그렇게 되는지 20년 후를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