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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에 필자는 크루즈 배를 타고 일본 북동지역과 극동러시아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 왔다. 일본 요코하마를 출항하여 일본 아오모리, 홋카이도, 그리고 극동러시아의 캄차카 반도, 사할린,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부산항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은 단순히 관광 목적의 크루즈 여행이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와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한 ‘피스앤그린 보트(Peace and Green Boat) 여행 프로그램이었다.

이 배에는 일본인 300명, 한국인 300명이 탑승하였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젊은 층이 많은 반면, 일본인은 노인층의 비율은 훨씬 높았다. 탑승자 중에 일본 노인이 많은 이유에는 일본 노인의 소득이 높고 시간도 많고 또 슬로우 여행인 크루즈 여행을 즐긴다는 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편하게 쉬고 놀면서 먹는 관광보다는 배우기도 하고 평화나 환경 같은 의미 있는 일에 직접 참여하여 좀더 보람 있는 여행에 가치를 두는 일본 노인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배 안에서는 평화와 환경에 대한 강의, 토론, 영화 프로그램이 매우 다양하게 제공되어 있다. 물론 사우나, 라운지, 살롱, 도서관, 마작 등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상당히 있다.

인구통계학 조사 기준에 의하면 65세 이상을 노인층이라고 부른다. 이 기준으로 보면 현재 현재 우리나라 노인층은 전체 인구의 9.8%를 차지하고 있고, 2018년이 되면 14%에 이를 전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7%를 기준으로 하는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에는 2000년에 이미 진입했고, 고령사회(aged society)를 10년 앞두고 있다. 65세 이상을 노인층으로 보는 UN 방식과는 달리, 기업에서는 마케팅 타겟으로 55세 이상을 노인층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1950년대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 노인층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노인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이 노인층이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비해 훨씬 부유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의 경우 55세 이상의 사람이 국부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소비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경우도 1948년 전후 베이비붐 세대를 단카이 세대라고 하는데 680만 명이나 되는 이들이 2007년부터 정년퇴직을 시작했다. 단카이 세대는 50조원이나 되는 퇴직금을 가지고 소비지출을 하므로 일본 경제 활황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연령집단별로 보았을 때 가장 뜨는 소비 연령층을 60대로 보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50대 후반(55~59세), 그리고 70대 초반(70~74세)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50-60대 층은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할 때 축적한 자산이 많고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여 자식들에게 재산을 많이 물려주지 않기 때문에 가처분 소득이 많다. 그리고 건강관리를 많이 했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 건강이 좋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비를 많이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대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6세이지만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건강수명은 68.6세이다. 따라서 68세까지는 외식, 문화예술, 쇼핑, 여행, 골프, 사교모임을 활발히 하면서 자신의 건강과 부를 과시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노인층을 우리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부른다. 이들은 나이로 그냥 따져서 황혼기 이미지의 실버(silver)가 아니라 더 고급 이미지의 플라티늄(platinum) 표현이 훨씬 더 맞다.

이런 돈 많고 활동적인 액티브 시니어층을 위한 비즈니스로 어떠한 것이 있을까. 일본에는 50대 이상의 돈 많은 남성 고객만을 위한 남성패션 가게가 있다. ‘파파스’라는 이 패션점에 가면 통념상 나이에 걸맞지 않게 화려한 의상이 매우 다양하게 있으며 가격 또한 상당히 높다. 요즘 뮤지컬, 연극 같은 공연, 미술 전시전에 가면 50대 이상의 노년층이 눈에 상당히 많이 띈다.

노년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도 있다. ‘메노포즈’라는 연극은 폐경기를 둘러싼 여성의 심리를 그린 연극으로 이 나이대의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미국에서는 50대 이상 여성들이 자신의 체력에 맞고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지 않고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여성 전용 피트니스 센터 ‘커브스(Curves)’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여행사인 메노포잘(Menopausal) 여행사는 중년 여성들만을 위한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남성과 여성이 섞여 여행을 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것에 착안하여 어머니와 딸, 자매, 혹은 친구끼리 함께 여행을 떠나 기분 전환도 하고 모험도 하고 재충전을 하는 것이다.

55세 이상 노인들만을 위한 세계 최대 교육여행기구도 있다. ‘Adventures in lifelong Learning(평생교육 모험여행)’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엘더호스텔(elderhostel)은 여행을 하면서 많이 배우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현재 90개 국가에서 1만 개 이상의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1회 여행에 만족한 고객들이 계속 반복적으로 여행에 참가하고 있다. 그래서 매년 20만 명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인구와 소비 측면에서 노인층의 파워는 이미 커졌고 앞으로 더욱 강화되는 추세는 분명하다. 시니어 마켓을 선점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김민주 비즈니스 컨설팅사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 운영자

* 이 글은 경기중소기업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