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Knowledge is Power

애써 무시하고 싶지만 웬만한 의지력 없이는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트렌드(trend)이다. 나노미니가 트렌드를 타는 것을 보고 애써 무시하고 싶지만 무시할 수가 없다. 성형수술이 붐인데 내가 성형수술을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만 모두 예뻐지고 나만 뒤쳐지는 것 같아 [미녀는 괴로워] 영화를 보고 몸에 칼을 대고 만다. 유기농과 환경을 생각하는 로하스(LOHAS) 열풍이 불었으니, 돈이 부족하지만 비싼 유기농 식품을 먹지 않고 배길 수가 없게 된다.

이처럼 트렌드라는 것은 무시하기가 매우 어렵다. 나만 뒤쳐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렌드를 타더라도 빨리 트렌드를 타는 사람이 있고 한참 후에 트렌드를 타는 사람이 있다. 빨리 타는 사람은 얼리어답터(early adopter)이고 늦게 타는 사람은 슬로우어답터(slow adopter)이다. 얼리어답터는 갓 이는 어떤 트렌드가 흥미로워 해당 상품을 빨리 구입해 사용하는데 쾌감을 느끼지만, 그 트렌드가 빨리 저물어버리는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게으르기도 하고 위험 부담을 싫어하는 슬로우어답터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서야 해당 상품을 낮아진 가격에 구매한다. 하지만 트렌드의 마지막을 타기 때문에 이미 새로운 다른 트렌드가 주위에서 넘실대곤 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은 트렌드에 대해 다양한 태도를 지닌다.

기업의 마케터도 소비자 못지 않게 트렌드에 대해 다양한 태도를 지닌다. 우리는 기업 마케터들이 경쟁사에 비해 항상 트렌드를 앞서 나가려고 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마케터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다. 사실 주위를 보면 향후 트렌드가 정착될 가능성이 크게 보이는 것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트렌드로 정착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마케터는 함부로 특정 컨셉의 신상품을 만들자고 회사에 불쑥 제안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또 아직 트렌드로 될 가능성도 엿보이지 않는데 이것을 아예 트렌드로 만들고 싶어하는 마케터들도 있다. 물론 성공하면 선구자로 칭송을 받지만 실패하면 황야의 늑대가 되고 만다. 더구나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상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이를 알리는 데에도 마케팅 비용이 많이 든다. 물론 사용자들의 입소문 덕분에 돈을 들이지 않고 히트 상품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럴 확률은 매우 낮다.

마케터들은 향후 뜰 것 같은 트렌드를 경쟁사보다 빨리 잡아서 최고의 효과를 보고자 한다. 우리는 파도를 타고 멋지게 활강하는 서핑 모습만 자주 본다. 하지만 파도가 일기 전에 서핑을 시작해도 물에 빠지고, 파도가 너무 일어난 후에 서핑을 해도 물에 빠진다. 타이밍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리스크를 정말 즐기는 마케터가 아니라면 트렌드를 적절한 시점에 타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