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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가 교보문고의 북모닝CEO(교보문고가 CEO들에게 매주 책을 선정하여 보내는 뉴스레터형 이메일)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제목 : 커피기행
부제 : 사막과 홍해를 건너 에티오피아에서 터키까지

박종만 저 | 효형출판 | 2007년 11월

기호품 하면 우리는 차, 담배, 술, 코코아, 커피, 청량음료, 대마초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 기호품은 우리 삶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자극성, 마취성, 방향성이 있어서 우리의 미각, 후각, 촉각, 시각을 만족시켜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름대로 취향에 맞는 기호품을 즐겨 마시고 먹는다.

나는 담배를 피지는 않지만 커피는 매우 즐긴다. 2007년 가을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경기도 남양주에 서울종합촬영소 맞은편의 북한강변에 커피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내친 김에 그 커피 박물관에 간 적이 있다. 2006년에 첫 오픈한 이 박물관의 정식 이름은 ‘왈츠와 닥터만 커피 박물관’이었다. 1층에는 커피와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있고 2층에는 커피에 대해 정말 많이 알 수 있도록 전 세계로부터 수집한 자료와 사진, 그리고 각종 커피원두 실물이 있었고 커피에 대한 영상물이 있었다. 음성해설기가 있어 전시물을 보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 그리고 3층에서는 실제로 커피 나무를 재배하고 있었다. 온실에서 키우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위도가 커피나무를 재배하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재배가 쉽지 않다고 나이가 지긋한 가이드 아저씨가 이야기 해주었다.

그런데 이 박물관의 정식 주인은 박종만님이다. 1980년대 인테리어 사업을 하던 박종만님은 일본 출장길에서 ‘왈츠’라는 커피회사를 방문하면서부터 커피 문화에 흠뻑 빠지면서 20년전부터 홍대 부근에서 ‘왈츠 코리아’ 커피숍을 운영했다. 대단한 커피 애호가이자 전문가인 그는 커피 재배지인 자메이카, 하와이, 멕시코 등 커피 관련 지역이라면 쉴 새 없이 다녔다. 마침내 그는 커피의 원산지인 아프리카 지역과 중동 지역을 직접 탐사하기 위해 공모 방식으로 두 명을 선발하고 사진사와 함께 전부 네사람이 커피 장정을 2007년에 떠난다. 커피 로드의 탐사 대상 국가는 에디오피아, 지부티, 예멘, 터키, 케냐, 탄자니아였다. 이 중에 탄자니아, 케냐, 에디오피아, 지부티는 아프리카 대륙에 있고, 예멘과 터키는 중동 지역에 있다. 이 커피 탐사의 결과물이 바로 기행문 형태의 책 [커피 기행]이다.

커피에 대한 책은 많지만 커피의 원산지를 직접 방문하여 커피 관련 수많은 유적지를 방문하고 현재 커피 재배지를 방문한 다음에 쓴 책은 아직 보지 못했다. 더구나 단순한 아마추어가 커피 여행을 한 것이 아니라 커피 전문가가 여행을 한 것이니 만큼 이 책의 깊이와 생생함이 남다르다.

커피는 8세기경 에디오피아 카파 지역(현재의 이름은 짐마시)에서 커피나무의 열매를 먹고 흥분해 날뛰는 염소를 본 칼디라는 이름의 목동에 의해 처음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세기경에 이르러 홍해를 건너 아라비아 반도의 알무카와 아덴 항으로 전파되고 이어 인도, 이집트, 시리아, 터키를 거쳐 17세기경 유럽, 북남미, 중국으로 흘러가 이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소비가 많은 기호품이 되었다.

사실 커피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가 에디오피아를 방문하여 현지 사람들에게 확인한 결과는 바로 이렇다. 에디오피아에서는 커피를 커피라 부르지 않고, ‘분나’라고 부른다. 이들은 볶은 커피, 분쇄한 커피, 끓은 커피 모두를 분나라고 부른다. 그리고 커피가 최초로 발견되었을 당시 그 지역은 카파 왕국이었고 그 왕국의 수도가 짐마였다. 커피가 힘을 뜻하는 아랍어 ‘카베’에서 나왔다는 주장이 있는데 현지인들은 그러한 주장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리고 커피가 발견된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800년경으로 추정한다. 커피가 발견된 당시 이슬람 사원이 카파 지역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커피 재배 지역이 전 세계를 돌다가 영국인들이 19세기 후반에 커피 재배를 위해 커피 나무를 케냐와 탄자니아로 들여오는데 이 지역이 바로 커피의 원산지인 에디오피아 바로 옆 국가이다. 우리는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을 한 아름다운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6년 개봉)를 잘 알고 있다. 이 영화의 촬영지가 바로 케냐 지역이다. 이 영화의 기반이 되는 소설(1937년 출간)의 원저자는 덴마크 출신의 카렌 블릭센이고, 영화에서 카렌 블릭센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메릴 스트립이다. 영화를 열심히 본 독자분들은 기억하겠지만 카렌 블릭센이 사업으로 운영했던 것이 바로 커피 농장이었다. 그녀는 결국 커피 재배에 실패하여 덴마크로 돌아가는데, 그녀가 재배를 시도했던 응공 지역은 나중에 밝혀지지만 커피 재배지로 적합하지 않았다. 좌우간 그녀가 살았던 집은 이제 음보가니 하우스로 현재는 박물관이 되었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이 박물관을 방문했다.

또 이 책의 저자인 박종만님이 아프리카 지부티에 있는 칼디라는 커피 매장도 방문한다. 칼디는 앞서 말했듯이 커피 나무를 처음 발견한 에디오피아 목동의 이름인데, 칼디 커피 매장은 지부티와 이디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도 있고, 향후 5년 안에 프랜차이즈 점포를 40개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칼디 커피점 벽에는 칼디의 전설이 담겨 있는 그림이 걸려 있으나 에디오피아 젊은이들 중에 이 전설을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고 한다.

[커피 기행] 책을 읽으면 두 가지 잇점이 있다. 하나는 커피에 대해 정말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아프리카와 아랍 여행을 정말 본인이 간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현지의 생생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심층취재를 한 다음, 그 생생한 결과물로 책들이 나오면 정말 좋겠다.

책만 보면 상상이 잘 안되는 분들을 위해 영화를 두 편 추천한다. 인디 영화의 거장인 짐 자무시(Jim Jarmusch)가 감독한 영화로 [커피와 담배]가 있다.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을 묘사한 단편 영화 11편을 모은 것이다. 또 커피가 영화 장면에 자주 나오지는 않지만 [바그다드 카페] 영화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