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Knowledge is Power

[쇼핑의 유혹] 책을 쓴 파코 언더힐의 또다른 책 [몰링의 유혹]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리드앤리더 사례분석가인 송희령씨가 번역하고 리드앤리더의 김민주 대표가 감수했습니다.
2008년 3월 미래의창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다음은 감수자의 글입니다.

* * *

쇼핑이 몰링으로 진화하다

목동과 시애틀

서울 목동에서 10년 이상 살고 있는 나는 오목교 인근에 있는 현대백화점 지하에 위치한 몰에 자주 간다. 2008년 구정 연휴 기간 중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와이프와 함께 차를 몰고 가서 주차를 한 다음, 미고 베이커리에서 자바 커피와 달콤한 케익을 먹으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러다가, CGV에서 영화 표를 예매한 다음, 반디앤루니스 서점에서 책을 사고, 얇은 피자와 스파게티를 잘하는 파스타 레스토랑에서 맛있게 식사를 한 다음,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왔다. 구정 연휴여서 현대백화점에 들르지는 않았지만 문을 열었다면 백화점 와이프는 지하의 식품관에 가서 분명히 반찬이나 와인을 샀을 것이다.

2007년 여름에는 미국 시애틀에 갔다가 고속도로를 탔는데 프리미엄아울렛이 눈에 띄어 그곳에 갔다. 이 몰은 첼시(Chelsea Property Group)가 운영하고 있었는데 미국 전역에 걸쳐 아울렛이 41군데나 있었다. 시애틀 프리미엄 아울렛은 넓은 면적에 1층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곳은 우리가 말하는 명품 브랜드는 사실 그렇게 많지 않았다. 에디 바우어(Eddie Bauer), 코치(Coach), 나인 웨스트(Nine West), 투미(TUMI), 자키(Jockey),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 제이 크루(J. Crew), 모바도(Movado), 버버리(Burberry) 같은 브랜드샵이 많았다. 이 아울렛 몰에 영화관은 없었지만 식사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은 여기저기 있었다.

쇼핑(shopping)하게 하지 말고 몰링(malling)하게 하라.

그동안 소비자들은 백화점, 할인점, 슈퍼마켓, 쇼핑센터, 하이퍼마켓, 편의점, 아울렛을 중심으로 쇼핑을 했었다. 이제는 편의성과 즐거움을 주는 감각적인 체험을 중심으로 한 대형복합쇼핑몰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소비자 형태가 만들어졌다. 이제 소비자들은 사고 싶은 물건만을 사러 가는 쇼핑 차원을 넘어서 대형복합 쇼핑몰에서 쇼핑은 물론, 미팅, 식사, 게임, 오락, 산책 등 다양한 행위를 즐긴다. 이러한 것을 몰링(malling)이라고 부르고, 이렇게 몰링을 하는 소비자들을 몰고어(mall-goer)족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몰링은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많이 있는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적인 추세를 타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의 몰오브아메리카, 플로리다 올랜도의 밀레이나 몰, 일본 요코하마의 라라포트, 후쿠오카의 커낼시티, 홍콩의 하버시티가 대표적인 경우다. 서울에는 삼성동 코엑스몰, 용산 아이파크몰, 서초 센트럴시티, 경기도에는 일산 라페스타과 킨텍스, 여주 명품아울렛이 있다. 현재 건설중이거나 지을 예정인 몰도 많이 있다.

왜 이렇게 몰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사람들이 자꾸 몰리고 있을까. 몰이라는 공간에 들어오면 여러 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는 편의성이 있다. 믿을 수 있는 상점들이 입점해 있고 공간 디자인이 잘 되어 있어서 방문객에게 쾌적함을 준다.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차를 타고 돌아다니고 그 때마다 만만치 않은 주차료를 내야 하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백화점에 들어와 체류하는 시간은 1~2시간 정도면 많은 편이지만 몰에서의 체류 시간은 일반적으로 4시간이나 된다. 따라서 오랫동안 머물러 있는 고객들을 잡기 위해 좋은 업체들이 몰에 더욱 몰려든다. 업체와 고객들의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몰고어, 몰랫, 몰리, 몰워커

이처럼 몰고어족이 늘어남에 따라 어느 새 다시 세분화되고 있다. 우선, 몰랫(mall rat)은 보통 10대와 20대의 남자로서 미로와 같이 얽혀 있는 몰을 마치 생쥐처럼 이곳 저곳 돌아다니는 부류를 말한다. 젊은 여성에 국한된 몰리(mallie)는 쇼핑과 함께 몰 안에 있는 영화관과 카페는 물론 이벤트들을 이용하는 부류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몰워커(mall walker)는 운동 삼아 몰을 둘러보는 부류를 말한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에 몰이 실내에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외의 넓은 부지에 야외형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프리미엄아울렛이 바로 그런 형태읻.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1~2년 지난 이월상품을 최대 60퍼센트 싸게 파는 곳이 연달아 생기면서 시내의 실내 복합몰에서 벗어나고 싶은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파코 언더힐은 우리나라에서 [쇼핑의 과학] 책의 저자로 유명하다. 내가 학교와 기업체에서 강의를 할 때 추천을 많이 한 책이다. 그는 매장 분석의 귀재이다. 매장을 돌아다니는 소비자의 행태를 정밀분석하여 매장에게 컨설팅을 해주는 회사 인바이로셀의 대표인 그가 이번에는 몰을 돌아다니며 매장 분석을 했다. 같이 간 사람들과 대화체로 이야기를 하니 부담도 적다. 자, 이제 그의 흥미로우면서도 날카로운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자.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