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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4월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가 커피에 대한 책을 썼다.
[커피경제학]이라는 책이다.
부제는 [일상을 지배하는 작은 경제 이야기]이다.
전 세계에서 석유 다음으로 많이 거래된다는 커피를 비즈니스 관점에서 들여다 본 책이다.
저자가 쓴 서문을 한번 보자.

* * *

나는 커피 매니아다.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매일 커피 석 잔을 마신다. 아침에 집에서 한 잔을 마시고, 점심 직후 회사 부근의 던킨도너츠에서 커피 한 잔, 오후 3~4시경에는 사람들과 만나며 또 한 잔 마신다. 이처럼 하루 석 잔 원칙은 주말에도 지켜진다.

물론 과거에는 하루에 여섯 잔을 마시곤 했는데 이제는 많이 줄여서 석 잔이다. 과거 대학을 다닐 때에는 저녁에 술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인근 커피숍에 잠깐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술집으로 돌아가 술을 마신 적도 꽤 있었다. 술을 마시다가 커피를 마시면 취기도 좀 사라지고, 기분 전환도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커피를 저녁에 마시면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그래서 저녁 6시 이후에는 커피를 마시지 않게 되었고, 하루에 석 잔 원칙은 현재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 커피를 마시는 데 있어서도 웰빙 개념이 강화되어 프림과 설탕이 미리 혼합되어 있는 커피믹스를 마시는 것은 자제하고 블랙으로 마시곤 한다. 좀더 맛 좋은 커피를 즐기기 위해서는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을 두는 것이 좋으나 그러면 커피를 너무 마실 것 같아 머신 구입은 애써 피하고 있다.

요즈음은 사람들이 웰빙을 생각하여 커피를 덜 마시고 차로 선회하는 사람도 늘고 있기는 하지만 커피는 여전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료이다. 특히나 각성 효과가 있기 때문에 지식근로자일수록 더욱 탐닉한다. 소설 [고리오 영감], [인간희극]으로 유명한 19세기 프랑스 작가인 오노레 드 발자크는 열렬한 커피 찬미자였다. 그는 잠을 쫓기 위해 닥치는 대로 커피를 마시며 하루에 18시간이나 소설을 써댔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그는 커피를 마시면 모든 것들이 살아 일어나며 온갖 생각과 아이디어들이 전쟁터의 군인들처럼 물밀 듯 몰려든다고 했다. 작곡가 바흐도 커피를 매우 좋아하여 커피를 주제로 한 ‘커피 칸타타’라는 곡도 작곡했다. 일본에서는 커피를 주제로 한 만화가 많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카페를 무대로 한 ‘커피프린스 1호점’이라는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커피에 대한 말은 참 많다. 찬미하는 말을 보면, 혀의 감각을 일깨우고 두뇌를 날카롭게 해주는 검은 음료라고 커피를 칭찬하면서 ‘지성인의 음료’라고 부르기도 했다. 발자크는 ‘민중의 의회’라고 불렀고 과거 영국에서는 ‘페니 대학(Penny University)’이라고 불렀다. 유럽 사람들이 커피라고 부르기 전에는 ‘아라비안 와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반면에 이슬람에서 커피가 왔다고 하여 카톨릭 국가들은 한 때 커피를 ‘이교도의 음료’, ‘악마의 음료’라고 불러 적대감을 표출했다.

커피 관점에서 세상을 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커피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커피 관점으로 세상을 한 번 바라보면 어떻게 보일까. 커피의 원료인 커피빈부터 시작하여 여러 가공 과정을 거쳐 우리의 입에 들어가 우리의 혀를 즐겁게 한 다음, 결국 흙과 먼지로 사라져간다. 이러한 커피의 일생 과정에 커피의 가치는 점차 올라가고 나중에는 가치가 제로로 된다. 이러한 커피의 일생 과정에서 어떤 다양한 사업이 직간접적으로 생기고 있고, 어떤 기업체, 어떤 브랜드가 있고 시장 규모는 얼마나 클까를 조사해보면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커피의 일생을 한번 보자. 커피나무를 재배하여 숙성하면 커피열매인 원두를 따서 이중에 좋은 것을 골라 여러 형태로 배전을 하고 이를 그라인더로 가루를 만든 다음에 커피머신에 넣어 커피를 만들어 마신다. 그리고 커피 쓰레기는 쓰레기 통에 들어가 한참 시간이 지난 다음 결국 먼지로 변하게 된다. 이 먼지는 흙이 되어 커피나무를 키우는데 밑거름이 된다. 바로 이것이 커피의 일생이다.

재배 과정은 농업인 1차 산업이고, 가공 과정은 제조업인 2차 산업이고, 카페에서 커피를 판매하는 과정은 유통서비스업인 3차 산업이다. 원두커피의 가격보다는 커피믹스의 갸격이 더 높고, 커피숍에서의 가격은 더욱 높다. 브랜드가 있는 커피숍의 커피 가격은 물론 더 비싸다. 코피루왁처럼 사향고향이 몸을 통과해 나온 커피는 가격이 매우 높다. 인기있는 스페인 여성장관과 커피를 마시기 위해 경매에 참여하면 이 때의 커피 가격은 매우 높다. 이처럼 커피 한 잔이지만 경우에 따라 커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이 세상에는 많은 기호식품이 있다. 커피, 차, 코코아, 담배를 비롯하여 정말 많지만, 이 중에 커피는 가장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많지만 사람들이 좋아하는 커피를 통해 이 세상의 이치, 비즈니스, 산업, 경제, 정치, 환경, 소비자 태도 등 다양한 이슈를 바라볼 수 있다면 정말 재미있지 않을까. 자,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커피 여행을 한번 떠나보자.

글쓴이 김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