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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의 시대]라는 책에 대해 김민주 대표가 쓴 서평입니다.
(권영설 저, 세종서적, 200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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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이 외국으로 여행을 많이 간다. 그 때 원화를 해당 나라의 화폐로 환전해야 하는데 우리는 외국 화폐를 어떻게 말하는가. 미국에는 달러와 센트가 있고, 독일은 마르크, 캐나다는 캐나다달러가 있다. 그런데 해당 나라의 교포들은 그렇게 발음하지 않는다. 그들은 달러를 불, 센트를 전, 마르크를 막, 캐나다 달러를 캔불이라고 말한다. 자주 쓰는 말을 길게 말하는 것보다는 짧게 말하는 것이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을 압축해서 사용하는 것은 우리나라 대학생들도 마찬가지다. 팀 프레젠이션을 팀플, 아르바이트를 알바, 학생식당을 학식, 동아리방을 동방이라고 짧게 말한다. 많고 많은 스포츠 중에서 전 세계적으로 축구가 가장 인기를 많이 끄는 이유는 오프사이드 규칙을 뺴고는 경기 규칙이 매우 간단하여 참관자 누구나 쉽게 경기를 관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 투자에서 성공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경제신문 1면에서 ‘주식 대폭락’이라는 기사가 나오면 주식을 사고, ‘증권 활황, 개미군단 폭증’ 같은 기사가 나오면 주식을 팔면 된다. 또 ‘무릎에 사고 어깨에 팔아라’라는 주식 격언대로 주식을 거래하면 돈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격언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지나치게 복잡하게 생각하다가 타이밍을 놓쳐 주식투자에서 큰 손해를 보기 일쑤다.

아일랜드 출신의 문학작가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사람이 매우 많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나단 스위프트, ‘율리시즈’를 쓴 제임스 조이스, ‘살로메’를 쓴 오스카 와일드, ‘나니아 연대기’를 쓴 C.S. 루이스, ‘이니스프리의 호도’의 윌리엄 예이츠, ‘고도를 기다리며’의 사뮤엘 베게트, ‘인간과 초인’의 조지 버나드 쇼 등 많다. 그런데 이 중에 탐미주의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통찰력 있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삶은 복잡하지 않다. 우리가 복잡할 뿐이다. 삶은 단순하며, 단순한 것이 옳은 것이다. (Life is not complex. We are complex. Life is simple and the simple thing is the right thing.)”

정말 그렇다. 세상의 물리 법칙도 그리 복잡하지 않고 사람 사는 법칙도 사실 보면 그리 복잡하지 않은데 우리 인간들이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또 돈을 조금 더 벌기 위해 머리를 쓰면서 너무 복잡하게 사는 것이다. 그래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휴식, 운동, 음식에 돈을 써댄다. 또 스트레스가 임계치를 넘으면 병이 생기고 급기야 죽음을 빨리 맞게 된다. 그래서 Back to basic, back to simple 이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의 권영설 소장은 그의 책 ‘심플의 시대’에서 향후 10년을 지배할 성공 전략의 키워드로 ‘심플’을 강조했다. 이 책은 심플의 중요성을 고객 관점, 마케팅 관점, 비즈니스 관점에서 심플하게 강조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예를 몇가지 보자.

요즘 나오는 제품을 보면 여러 기능이 달린 것도 많지만 불필요한 기능을 과감하게 제거한 제품도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보다폰에서 2005년에 출시한 ‘보다폰 심플리(Vodafone Simply)’를 보면 기본적인 통화 기능에 음성과 문자메시지만 전달할 수 있고, MP3와 디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단말기 소재는 가벼운 알루미늄이고 사이즈도 커서 액정화면과 버튼이 누르기에 편하다. 중장년층 소비자 수준에 맞추어 하이테크가 아니라 로테크(low-tech)로 만든 제품인 것이다. 그래서 브랜드 이름에 ‘심플리’가 들어가 있다.

탄탄한 기술력을 가진 전자 회사인 필립스는 원래 첨단 신제품을 빨리 만드는 회사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슬로건이 어느새 작동하기 쉽고 간단한 기능만을 원하는 소비자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2003년 들어 회사 슬로건이 ‘Sense and Simplicity’로 바뀌었다.

상품에서도 심플이 강조되듯이 상대편을 설득하기 위해 제안을 할 때에도 심플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KISS(Keep It Short and Simple)이라는 간단한 원칙을 지키면 된다. 짧고 간단하게 메시지를 만들라는 것이다. 어려운 표현과 우회적인 표현을 삼가야 한다. 어렵게 표현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자신이 잘났음을 보여주기 위해 포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과거에는 그렇게 고차원적으로 보이려고 해도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대편도 많이 똑똑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쉽사리 속아넘어가지 않는다. 짧고 간단하게 자료를 만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해라. 이를 잘못하면 KISS에 S가 하나 더 붙어 KISSS가 된다. 여기에서 마지막 S는 Stupid를 의미한다. (Keep It Short and Simple, Stupid)

오컴의 면도날 법칙(Ockham’s Razor Law)이라는 것이 있다. 오컴은 유럽 중세시대의 유명한 철학자가 한 말이다. 어떤 것을 설명하는 데 어렵게 설명하는 방식과 쉽게 설명하는 방식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이 옳은 해답이라는 것이다. 설명은 단순할수록 뛰어나다. 상대편에게 설명을 하는데 직감적으로 이해가 되도록 설명하라.

분명한 것은 우리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고객으로서 심플한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계속 심플한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심플한 것에서 복잡한 것으로 관심이 일단 옮겼다가 이에 환멸을 느끼고 심플한 것을 다시 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플하다고 하여 무조건 간단하고 순진무구해서는 안 된다. 사람이 원하는 바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통찰력 있게 심플한 제품을 디자인하여 제공해햐 한다. 미니멀리즘(Minimalism) 디자인이 바로 그렇다. 따라서 심플한 제품을 만들려면 복잡한 제품 때보다도 훨씬 깊게 생각해야 한다. 역설 아닌가?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