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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가 2008년 10월 서울시자원봉사협의회에서 발표한 글입니다.

제목 : 자원봉사 문화 확산을 위한 실천적인 브랜드 전략

1. 조하리의 창으로 본 자원봉사

심리학의 의사소통이론 중에 ‘조하리의 창’(Johari Window)이란 학설이 있다. 두 심리학자 조지프 루프트와 해리 잉햄이 만든 이 학설에 의하면 마음의 창에는 네 가지 영역이 존재한다. 나도 알고 상대방도 아는 ‘열린 창(open area)’, 나는 알고 있지만 상대방은 모르는 ‘숨겨진 창(hidden area)’, 나는 모르지만 상대방은 쉽게 나를 관찰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창(blind area)’, 나도 상대방도 모두 알지 못하는 ‘미지의 창(unknown area)’이 그것이다. 이 분석틀은 나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가 어떤 상태인지를 설명하는데 매우 유용한 방법론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네 가지 마음의 창이 다 있다. 비율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열린 창이 넓은 것이 건강하고 바람직 하다. 그런데 자원봉사를 많이 하면 바로 이 열린 창이 넓어진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자원봉사를 통해 직접 체험하고 또 그런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2. 사회적 자본을 늘리고 행복해지려면 자원봉사를 하라

우리는 원튼 원치 않든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데 자본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금융자본, 기계 같은 물적자본, 사람 같은 인적자본, 자연환경 같은 자연자본, 지식 같은 지적자본 외에 구성간의 신뢰 같은 사회적 자본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현재 여러 자본 중에 사회적 자본이 가장 부족하다. 사람들간의 신뢰가 떨어져서 리더십이 손상되어 있고, 사람들간의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태이다. 국가적 차원이나 기업 차원, 개인 차원에서 엄청난 손실이다. 그런데 개인들이 자발적 자원봉사는 나눔과 상생을 통해 사회적자본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한다.

우리는 무엇을 갖추어야 우리는 행복하다고 하는 것일까. 행복의 5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 일을 해서 어느 정도의 소득을 벌어야 한다. 또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건강치 못하면 아무 필요가 없으니 건강해야 할 것이다. 또 돈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포근한 인간관계를 위해 가족이나 친구들과 허심탄회하고 친하게 지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정해서 이를 열정적으로 추진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자아실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똑 같은 상황에 직면하고서도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지닐 수 있으면 우리는 행복감을 느낀다.

이런 중국 격언이 있다.

한 시간 동안 행복해지고 싶으면 낮잠을 자라.
하루 동안 행복해지고 싶다면 낚시를 하라.
한 달 동안 행복해지고 싶다면 결혼을 하라.
일 년 동안 행복해지고 싶다면 재산을 물려받으라.
평생 행복해지고 싶다면 누군가를 도와주라.

3. 자원봉사의 몇가지 예

2007년 여름 시애틀에서 뱅쿠버로 가는 고속도로 연변의 한 휴게소에 들렀다. 그곳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커피와 빵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집에서 커피와 빵을 만들어 가지고 왔는데, 모금함에 돈이 모이면 기부단체에 기부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여행자들은 커피와 빵을 원하는 대로 가지고 가되 모금함에 돈을 넣지 않고 갈 수도 있고, 1달러를 모금함에 넣을 수도 있고, 10달러를 넣을 수도 있었다.

홍대의 어느 카페에 자선 파티가 열렸다. 이 파티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며칠 전에 미리 밝힌 사람들은 2만원을 내고 카페에 들어와 부페 형태의 저녁 식사와 맥주를 들 수 있었다. 그곳에 온 사람들은 서로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내 방송의 모 사회자는 자원봉사 차원에서 사회를 열정적으로 또 재미있게 진행했고, 음악 연주자도 자원봉사자였다. 모금액 중에서 실비만 카페에 지급하고 남은 금액 모드는 월드비전에 기부되었다.

미국 시애틀의 고등학생들은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자원봉사단체에 가서 책을 읽는다. 그런데 책을 읽는 목소리는 녹음이 되어 나중에 맹인들에게 멋진 선물이 된다. 자원봉사자의 목소리는 영혼의 목소리가 되는 것이다.

사랑의 집짓기 운동인 해비타트에 참여하는 자원종사자 중에는 남자가 많다. 그리고 남성 자원봉사자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보통 때에는 표출되기 힘든 호모 파베르(homo faber) 요구가 해비타트를 통해 충족되기 때문이다. 또 뚝딱 노력하면 집 형태로 금방 구현되기 때문이다.

KT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인 IT서포터스 프로그램은 KT직원들이 지식기부 차원에서 정보화 소외계층에게 IT 교육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실행 초기에는 이 프로그램에 1년간 참여하는 직원들이 방출될 것을 우려하여 프로그램 참여를 기피했으나, 모두 복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불안감이 제거되었다. 그리고, 자원봉사를 통해 고객 서비스 마인드가 고취되었고, 삶에 대한 만족도도 크게 올라가게 되었다.

일본의 피스보트재단과 환경재단이 매년 공동으로 피스앤그린보트 여행 프로그램을 론칭한다. 평화분쟁지역, 환경분쟁지역을 탐방하여 현재 심각한 상황을 알아보는데 취지가 있다. 그런데 이 배에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많이 타고 있기 때문에 통역사가 필요한데, 이 배에 탑승하는 통역사들은 탑승비는 내지 않지만 통역에 따른 별도의 보수는 받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재해가 발생하면 심리치료사가 파견된다. 이재민들은 물리적 피난처도 필요하지만 정신적 공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마음을 달래줄 심리치료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심리치료사들이 재난 지역에 자원봉사를 하면 어떨까.

4.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이유

최근 들어 자원봉사를 해본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사람들은 왜 자원봉사활동를 하는 걸까. 어떤 동기와 보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동기 : 애타심, 삶의질, 의무감, 신앙심
보상 : 재정적 보상, 경력

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이세중)는 2008년 4월 1박 2일 동안 소년한국일보와 알리안츠생명 주최로 열린 ‘제32회 서울시 초등학교 어린이 회장 합동 수련회’에 참가한 서울시 전교 어린이회장(6학년) 232명을 대상으로 ‘나눔 의식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중 52%가 자원봉사활동 경험이 없었고, 경험자 중 88%가 한달 평균 자원봉사 시간이 5시간 이하였다. (1시간 이하 35%, 2시간 이하 18%, 3시간 이하 17%, 5시간 이하 88%)

평소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더니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 좋은 일을 하게 되어 기분이 좋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하고 싶다 47.8%,
-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했지만, 좋은 일을 해서 기분 좋다 16.4%,
- 하고 싶지만, 자원봉사 할 곳이 없거나 봉사할 곳을 잘 모르겠다 15.9%,
- 하고 싶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 14.7%
- 아직 어리므로 우리가 하는 자원봉사 활동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 1.3 %,
- 자원봉사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0.9%,
- 무응답 3.0%

이 조사결과는 초등학교 어린이 회장들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이라서 편차는 있지만 자원봉사 경험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등학생, 대학생들의 자원봉사가 크게 늘고 있다. 정말 원해서 하는 경우도 많지만 자원봉사 경험이 나중에 입학이나 취업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인 목표에서다. 물론 자원봉사에서는 첫번째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일단 한번 해본 사람은 안 해본 사람에 비해 앞으로 계속 자원봉사를 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요적이고 형식적인 자원봉사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으니 진정성 있고 부담감이 너무 많지 않은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초입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30-40대 회사 직원들은 회사에서 매우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있지만 자원봉사는 직장생활에서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더구나 요즘 기업에서는 상상력, 창의력, 체험서비스, 고객마인드를 매우 강조하고 있다. 자원봉사 활동은 기업의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좋은 대안이다. 아래 사례에서 보듯이 KT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IT서포터스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그리고 연령상으로 보았을 때 40대 후반, 50대, 60대의 자원봉사 체험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은 성장과정에서 자원봉사를 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은데 반해 자신의 그런 능력을 표출할 기회를 많이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분들에게 적절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적극 추천한다면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모두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5. 사례 : KT와 아름다운재단의 IT 서포터즈

IT서포터즈는 국민의 IT활용능력을 높여 디지털 지식강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을 선도해가기 위해 KT가 아름다운 재단과 함께 2007년 2월에 출범시킨 무료봉사단체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IT 강국이다. 그러나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IT장비와 인터넷 기술 등의 발전은 우리 삶에 편리함과 혜택을 준 반면에, 복잡하고 새로운 기능을 습득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정보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정보화 소외계층'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인해 정보활용 격차가 소득격차로 이어지는 사회문제를 적극 해결하기 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IT활용능력을 전파하기 위한 이른바 '지식 기부' 형태의 사회 공헌 활동을 위한 단체가 바로 IT서포터즈이다.

그들은 은행 나들이가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인터넷뱅킹을, 결혼이민자-외국인노동자들에게는 IT를 통한 한국 사회 적응과 고국으로의 연락 수단을, 공부방 어린이들에게는 사용자제작컨텐츠(UCC)를 통해 미래의 꿈을, 자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어머니들에게는 이메일 활용법을 가르치는 등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 IT진단'을 제공한다. 이러한 맞춤형 공헌 활동은 기존의 활동과는 차별성을 부여하며 좋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새로운 지식 기부 문화를 형성한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그렇다면 IT서포터즈는 어떻게 어떤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2007년 출범 당시 KT는 전체 직원 3만여 명 가운데 봉사활동에만 풀타임으로 헌신할 직원을 자발적으로 모집했다. 그 중 부장급 이하 직원 400명을 1기 IT서포터즈로 발령을 내고 현업 대신 1년 동안 풀타임 봉사요원으로서 위와 같은 활동을 하게 했다. 2008년 2기 IT서포터즈는 2007년 활동한 1기 중 82명과 새롭게 자원한 직원들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1기 중 나머지 318명은 현업으로 복귀했지만 파트타임으로 계속 활동을 지원했다고 한다.

민영화 이후 실시된 IT서포터즈의 운영 방안은 초기에 퇴직 권고를 위한 전초 단계라는 오해를 받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KT내부에서는 이러한 오해가 불식되었다. 바로 일터로써의 KT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공기업 시절에 타성에 젖어 있던 직원들이 IT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보람을 되찾고, 고객과의 접점을 통해 고객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직원들 사이의 대인관계가 좋아지고 자기 계발에 힘쓰게 되었으며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또한 IT서포터즈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후에도 직원들이 회사일을 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다. 이러한 KT 내부의 변화는 IT서포터즈가 '지식 기부'라는 새로운 기부 문화라는 평가를 받게 된 것보다 더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직원과 회사 모두의 역량과 가치를 동시에 높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IT서포터즈가 도움을 주는 대상은 아름다운 재단의 지원 요청에 따라 선발된다. 현재 2008년 6월까지 총 34만 3,267명이 도움을 받았다. KT는 인건비를 포함해 연간 430억원의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 단순히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한 KT의 사회 공헌 활동이 새로운 지식 기부 문화 창출과 KT 내부에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한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러한 KT의 행보가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확대되어 또 다른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6. 자원봉사 문화 확산을 위한 제안

자원봉사에 적어도 한번은 참여토록 유도하라.
자원봉사가 자아실현 차원에서 생활화되도록 하라.
기업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토록 하라
입시나 취업시 자원봉사 경험을 중시하도록 하라
부인들이 참여토록 하라. 자식 교육에도 좋다는 것을 알려라.
정년퇴직자들이 지식 기부 차원에서 적극 참여토록 하라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라
자원봉사자가 경험했던 것을 사례를 만들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알려라.
사례를 만들되 쉽고 재미있게 스토리텔링 식으로 만들어라.
전문가가 저렴하게 강의하는 것도 자원봉사로 봐라
저명한 스타가 한 분야에서 꾸준히 자원봉사를 하도록 하라.
가장 독창적으로 남을 도와준 사람을 뽑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라 (리얼리티 프로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