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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경기에 참석한 선수들은 신발이 필요 없는 수영, 마루운동 등 일부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운동화를 신고 경기에 참여했다. 선수들은 경기에 맞도록 자신의 몸매와 기량을 최대로 연마하여 경기에 임하지만, 자신의 몸에 걸치는 경기복, 운동화, 권투 글러브, 야구 배트의 성능이 어떠냐에 따라 경기의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그래서 스포츠 사이언스(sports science)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제 과학은 스포츠와 밀접하게 접목되어 선수의 기량과 경기 성적을 올리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신었던 운동화에만 관심을 집중해보자. 어떤 운동화 브랜드가 우리 눈에 띄었을까? 단연 아디다스(Adidas), 나이키(Nike), 푸마(Puma)가 눈에 띄었을 것이다. 리복 (Reebok), 아식스(asics), 뉴발란스(Nes balance), 컨버스(Converse), 에어워크(Air walk), 르꼬끄 스포르티브(le coq sportif), 미즈노(Mizuno), 프로스펙스(prospecs) 등 다른 브랜드도 있지만 올림픽 같은 주요 경기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나이키가 미국 브랜드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다. 아디다스가 독일 브랜드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좀 있다. 그런데 푸마는 어느 나라 브랜드일까. 독일 브랜드이다. 그런데 아디다스와 푸마가 한 가족에서 나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디다스, 푸마, 나이키의 첨예한 경쟁에 대해 관심이 많은 분들의 관심을 끌 만한 좋은 책이 한 권 나왔다. 같은 형제인데, 왜 한 가족이 아디다스와 푸마로 서로 다른 브랜드를 만들어 치열하게 경쟁하게 되었는지 그 이면을 정확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흥미로운 책이다. 바로 ’운동화 전쟁’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을 토대로 하여 두 브랜드의 출발점을 한번 보자.

독일 중남부의 뉘른베르크에서 북서쪽으로 24km 떨어진 곳에 헤르초겐아우라흐 (Herzogenaurach)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20세기 초반 크리스토퍼 다슬러는 신발공장에서 일을 하는 직공이었고, 부인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 부부에게는 세 아들이 있었는데, 스포츠를 아주 좋아했던 셋째 아들인 아돌프 다슬러(Adolf Dassler)는 둘째 아들인 루돌프 다슬러(Rudolf Dassler)와 함께 1924년 신발 공장을 세웠다. 아돌프 다슬러는 이과 성향으로 신발을 만드는 데 강했고, 루돌프 다슬러는 문과 성향으로 영업에 강했다. 이 형제는 러닝화와 발목 보호대가 있는 축구화에 대해 특허를 신청했는데 스포츠 전문가들로부터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다슬러 회사는 보통 신발 생산을 중단하고 오로지 스포츠화 생산에만 전념하게 된다.

1933년 히틀러의 나치가 집권하자 경제를 부흥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한 곳에 몰기 위해 스포츠 진흥을 시급한 목표로 정한다. 따라서 품질이 뛰어나고 브랜드 파워도 있었던 다슬러 신발은 호황을 맞게 된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100m 달리기와 200m 달리기, 계주에서 금메달 3관왕을 딴 미국 선수 오웬스도 다슬러 신발을 신고 있었다. 이렇게 회사의 매출이 급증하여 회사는 순항하고 있었지만 루돌프와 아돌프는 성격 차이로 인해 회사 운영에서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외향적인 루돌프는 스포츠화 제작에만 빠진 과묵한 아돌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더구나 두 형제가 각각 결혼을 하면서 새로 들어온 부인들끼리도 알력이 심했다. 더구나 나치가 패한 다음에 동생 아돌프의 나치 행적을 형 루돌프가 파헤치면서 양 가족의 불화는 극에 달했다. 아돌프 다슬러는 1932년에 나치당에 가입했고 1935년부터 히틀러유겐트(Hitler-Jugend: 나치스 독일의 청소년 조직)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948년 두 형제는 서로 갈라져서 아돌프는 기술자들을 데리고 가 아디다스를 설립했고, 루돌프는 판매팀 직원들을 데리고 가 푸마 회사를 설립했다.

이처럼 이 책을 보면 두 형제가 어떻게 갈라졌고 얼마나 서로 치열하게 경쟁했는지에 대해 아주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이 책은 한 가족의 역사를 보여주는 가족 소설과도 같은 책이고, 세계 스포츠 운동화의 역사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기업 소설 같은 책이다. 이 두 형제가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지 않았다면 아디다스와 푸마가 세계 톱 브랜드가 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다가 미국에서 생긴 나이키 브랜드에게 선두를 빼앗기는 굴욕도 감수해야 했다. 마치 영국과 프랑스, 독일이 유럽에서 지나치게 싸우다가 미국에서 패권을 넘긴 것과 유사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과도한 경쟁은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을 고갈시킨다.

아돌프가 죽은 후 아디다스의 경영권은 아들 호르스트에게 넘어갔고, 루돌프가 죽은 후 푸마의 경영권은 아르민에게 넘어갔다. 이 두 사촌은 아버지 대에서처럼 치열하게 반목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신뢰하는 마음은 적었고, 비즈니스에서의 경쟁은 여전히 치열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아르민은 어렸을 때 침을 발코니 아래로 떨어뜨리면 어떻게 되는지 실험을 하고 있었다. 때 마침 발코니 아래를 지나가고 있었던 캐테(아돌프의 부인이자 호르스트의 엄마) 머리 위에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이후 캐테가 아르민을 좋아할래야 좋아할 수 없었다.

푸마와 아디다스의 경우 아들에게 경영권이 순탄하게 넘어간 것은 아니다. 푸마의 경우 아들인 아민은 아버지 루돌프의 의지에 거슬러 오스트리아에 회사를 만들었기 때문에 유언장에서 재산을 아민에게 넘기지 않고 둘째 아들인 게르트에게 넘겼다. 하지만 법적으로 합자회사 정관이 유언장에 우선했기 때문에 아르민은 무한책임사원으로 푸마 주식의 60%를 차지했고, 게르트는 유한책임사원으로 푸마 주식의 40%와 나머지 가산을 차지했다. 아디다스의 경우에도 아들인 호르스트는 아디다스 프랑스를 별도로 설립하여 아버지의 명령을 듣지 않고 사업을 크게 성장시켰다. 그래서 아돌프는 유언장에서 아디다스 경영권을 아들이 아니라 부인 캐테에게 물려주었다. 하지만 가족을 중시하는 캐테는 혼자 하지 않고 네 딸과 함께 회사를 운영해 나갔다. 물론 호르스트는 나중에 헤르초겐아우라흐에 있는 아디다스에 컴백하여 아디다스 제국을 건설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운동화 전쟁’ 책을 보면 가족이 운영하는 가족기업에게 어떤 갈등이 수시로 벌어지는 지 여실히 알 수 있다. 더구나 2014년 월드컵까지 FIFA 공식 후원기업이 된 아디다스처럼 기업이 월드컵 운영주체인 FIFA와 정치적으로 어떻게 결속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잘 알 수 있다. 또 나이키 등장 이후 나이키와의 치열한 접전 양상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Pr 효과를 위해 스타 선수가 자신의 운동화를 신도록 하는 로비 과정도 엿볼 수 있다.

아디다스와 푸마의 자세한 가족사를 다룬 책은 이 책 ‘운동화 전쟁’이 최고라고 본다. 2009년에 나오는 구찌(Gucci) 일가의 피비린내 나는 가족 이야기를 다룬 영화처럼 이 책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제 영화를 만들 일만 남았다. 영화로 계획 중에 있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지만, 이 영화가 나온다면 나는 꼭 그 영화를 보러 가고 싶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