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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LOHAS)란 고차원의 이기주의적 삶이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웰빙 트렌드에 휩싸였지만 웰빙은 저차원의 이기주의다. 웰빙은 자신의 건강과 행복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진정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려면 자기 주위의 사람들, 사회, 환경이 좋아야 한다. 주위가 좋지 않으면 자신만 좋아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경제적인 측면, 사회적인 측면, 환경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소비하는 삶을 말하는 로하스 라이프스타일은 고차원의 이기주의다. 로하스는 사회적 웰빙이고, 지속적 웰빙이다. 로하스(LOHAS)는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의 약자다.

어떤 삶이 로하스적인지 어떤 사람을 예로 들어 풀어보자.

나는 어제 저녁 7시에 홍대 부근의 한 카페에 갔다. 이 자선파티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며칠 전에 미리 밝힌 사람들은 2만원을 내고 카페에 들어와 부페 형태의 저녁 식사와 맥주를 들 수 있었다. 그곳에 온 사람들은 서로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국내 방송의 모 사회자는 자원봉사 차원에서 와서 열정적으로 또 재미있게 모임을 진행했고, 음악 연주자도 자원봉사자였다. 모금액 중에서 실비만 카페에 지급하고 남은 금액 모두는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에 기부되었다.

자원봉사와 기부 이야기를 하니 2007년 여름 미국 시애틀에서 캐나다 밴쿠버로 가는 고속도로 연변의 한 휴게소에 들렀던 때가 기억난다. 그곳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커피와 빵을 판매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집에서 커피와 빵을 만들어 가지고 왔는데, 모금함에 돈이 모이면 기부단체에 기부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여행자들은 커피와 빵을 원하는 대로 가지고 가되 모금함에 돈을 넣는 것은 자유였다. 돈을 한푼도 넣지 않고 갈 수도 있고, 1달러를 모금함에 넣을 수도 있고, 10달러를 넣을 수도 있었다. 이렇게 모인 돈은 도로에서 사고를 당한 신원불명의 사람들의 병원 치료에 사용된다.

이번 주말에는 지리산의 옛길을 트레킹(trekking)하러 간다. 과거에 지리산 국립공원 주위에는 옛길이 많았었다. 그런데 고속도로가 생기고 포장도로가 많아지면서 그 옛길에 풀과 나무가 들어서고 침식되면서 옛길들은 많이 사라졌다. 이 옛길들은 고도가 높은 길들이 아니다. 약간의 구릉으로 난 길들이 많고 마을끼리를 연결하는 길이 많다. 산림청의 자금지원을 받아 이 옛길들이 복원되고 있는 중인데, 전체 300km 중에 20km 정도가 현재 복원되었다. 이런 옛길을 친구들과 함께 따라 걸으면 기분이 정말 상쾌하다. 트레킹 중간중간에 마을에 들러 맛난 막걸리를 버섯과 채소와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나는 평소에 과도하게 포장된 상품을 사지 않는다. 홍대 앞의 한 생활용품 매장의 캐치 프레이즈는 ‘포장은 쓰레기’이다. 그래서 이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비누를 썰어서 산다. 정육점에 가서 쇠고기 한근 주세요 하면 썰어서 주듯이 말이다. 썰어진 비누를 종이에 대충 싸서 집에 가지고 오면 된다. 물론 이 매장은 상품을 개발할 때 테스트하기 위해 저지르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

이 매장을 가면 2년 전에 갔던 영국의 한 백화점이 생각난다. 이 백화점에는 상품마다 라벨이 있다. 커피에는 공정무역(fair trade) 라벨이 붙어있고, 면화를 소재로 한 의류 제품에도 비슷한 라벨이 붙어 있다. 중간의 유통업자들에게 돌아가던 몫을 아프리카의 커피 생산자와 면화 생산자들에게 직접 돌려주는 사회적 운동이다. 우리가 일반 커피를 사지 않고 공정무역 커피를 사면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삶의 수준이 훨씬 올라가게 된다. 이 백화점이 전개한 캐치 프레이즈는 ‘라벨 뒤를 보자’였다. 어떤 라벨인지를 자세히 보고 상품을 구매하면 사회와 환경이 건당해진다는 취지다.

나에게는 신용카드가 세 장 있지만 그 중에 신용카드 하나를 더 애용한다. 왜냐하면 이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마일리지 포인트가 싸여 1/2은 나에게 돌아오지만 나머지 1/2은 사회단체에 자동으로 기부되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여름에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넥타이를 매지 않으면 실내 냉방 온도를 2도 올려도 된다. 그만큼 냉방비용이 적게 든다. 하지만 오는 겨울에는 넥타이를 꽁꽁 맬 것이다. 그만큼 체온이 보존되기 때문이다. 넥타이는 별로 돈 들이지 않고 체온을 조절하는 아주 좋은 수단이다.

요즘은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그래서 원래 가기로 했던 해외여행을 전격 취소하고 국내여행을 가기로 했다. 국내에 가더라도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지 않는 대신 KTX를 타고 부산에 가서 부산역 바로 앞에 있는 시티투어를 타고 해운대에 가기로 했다. 투어 코스 전체를 돌면 2시간 남짓 시간이 걸리는데 해운대에 가기 전 중간 몇 군데에서 내릴 수도 있어 내가 체류 시간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기차는 다른 운송수단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사용하는 시티투어도 에너지 효율이 높다. 그래서 나는 이번 국내 여행을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에코 투어로 가기로 했다. 지구온난화를 저지하기 위해 나도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다.

나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신경쓰는 웰빙 물론 좋다. 하지만 내가 소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 주위의 사회와 환경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야 결국 사회와 환경이 건강해지고 나도 더불어 건강해진다. 좀더 넓고 길게 생각하자. 이처럼 로하스 라이프스타일은 고차원의 이기주의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운영자

* 이 글은 김민주 대표가 서울특별시체육회에서 발행하는 잡지, SEOUL SPORTS(2008년 11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