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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앤리더의 김민주 대표가 책 [스톨 포인트(stall point)](매슈 올슨ㆍ데릭 반 베버 지음, 에코리브르 발간, 2008년)을 송희령님과 함께 번역했습니다.
역자의 글을 한번 보시겠어요?

위기 극복의 여러 형태, LUV

2008년은 세계 경제사에 있어서 매우 불운한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과거에 금융위기와 경제위기가 많이 발생했는데, 이런 위기를 극복하는 형태는 여러가지였다. 어떤 형태가 있을까. Love를 읽으면 러브(LUV)다. 위기를 극복하는 행태로 L, U, V가 있다.

L 형은 일단 폭락한 다음에 도저히 회복되지 않고 오랜 기간 빠지기 힘든 수렁에서 뒤척이는 모습이다. 1989년 일본에서 주가가 폭락한 후 1990년대 10년 동안 불황에 허덕였고, 아직까지도 제대로 회복하지 못했다. U형은 폭락후 일정 기간 회복을 못하다가 어느 정도 지난 다음에 겨우 회복하는 모습이다. 1929년 미국에서 주가 대폭락 이후 한참동안의 불경기를 거친 후 겨우 회복하지 않았는가. V형은 폭락후 급반등하는 모습인데, 1987년 미국 주식 시장의 블랙먼데이와 1997년 우리나라 IMF 위기가 바로 거기에 해당된다. V가 연이어 두번 나타나면 출렁거리는 W형이 된다.

2008년 세계를 경악케 했던 금융위기가 앞으로 L, U, V 형 중에 어떤 형태를 띨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V 형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 그리고 주요 국가들의 정책 공조가 조화롭게 잘 이루어진다면 금융위기가 빨리 마무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가들이 자국을 보호하려는 나머지 보호무역이 확산되고 경제정책이 적시에 실행되지 않는다면 세계경제는 활력을 잃어 1930년 경우처럼 U 형이 도래할 수도 있다. 물론 L 형은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최악의 경우다.

이런 LUV 형태는 주식시장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국가경제지표인 국내총생산(GDP)에서도 나타나고, 기업의 매출, 수익에서도 나타나며, 우리 개인이 평소에 느끼는 컨디션, 즉 기분에서도 나타난다. 남녀간의 사랑(love)에서도 당연히 나타난다.

왜 이런 출렁거리는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이런 변동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원인 때문에 발생하기도 하고, 우리 자신의 전략 실수나 운영 실수 때문에 내부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변동에는 모두 우리가 저지른 일들의 결과이다. 가까운 원인이든 먼 원인이든 시간을 두고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기업 성장 정체의 원인

성장을 원하지 않는 기업은 없다. 성장을 거듭 하면 회사 규모도 커지고 시장 지배력도 늘어나 사회적 위신도 커지고 개인 차원에서는 회사내 직위도 오르고 연봉도 올라 좋은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물론 기업이 지나치게 성장하다가 경쟁사로부터 심한 견제와 정부 규제를 당하기도 하고 자칫 우쭐하다가 도덕적 해이에 빠져 몰락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성장 자체를 싫어하는 기업은 이 세상에 거의 없을 것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성장이 정체되는 경우를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런 성장의 덫, 성장의 함정을 스톨포인트(stall point)이라고 하는데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미국의 코퍼레이트 이그제큐티브 보드(CEB)는 세계 유수 기업들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지난 25년간 경영컨설팅을 해주면서 이 이슈에 대해 심층분석을 하게 되었다. 특히 2001년 스톨 포인트에 걸린 휴렛패커드의 성장 정체 원인을 분석하면서 멋진 결과물을 얻게 되었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스톨 포인트]이다.

이 책의 저자는 포춘 100대 기업 중 50개 기업을 대상으로 스톨의 원인을 조사해보니 42가지나 발견했다. 이 42가지 중에 가장 중요한 원인은 다음과 같은 네가지였다. 첫째, 기업은 자신이 구축해놓은 포지션에 대해 지나치게 신뢰했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은 혁신을 거듭해야 성장하게 되는데 혁신경영 체제가 내부적으로 붕괴했기 때문이다. 셋째, 기업의 핵심 사업 분야의 성장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거나 새로운 경쟁에 맞춰 사업모델을 적절히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넷째, 기업의 전략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는데 필요한 역량을 지닌 인재가 부족했고 이들을 성공적으로 이끌 지도자가 없어 스톨 현상이 발생했던 것이다. 원인의 비중으로 보면 각각 23퍼센트, 13퍼센트, 10퍼센트, 9퍼센트를 차지했다.

여기에서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 요인은 전략적 요인이고, 네번째 요인은 조직적 요인이다. 전략적 요인과 조직적 요인은 모두 기업 내부사람들이 나름대로 통제할 수 있는 요인들이다. 기업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로는 통제할 수 없는 요인, 즉 정부의 규제조치, 경기 하강, 지정학적 돌변 사건들이 있는데 이런 요인들은 모두 합쳐봐야 13퍼센트에 불과하다. 특히 경기 하강 요인은 4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 책 저자들의 결론이다. 2008년, 2009년, 2010년 들어 경기가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 이런 경기하강 요인은 기업 성장에 있어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자가진단을 하라, 그리고 전략을 짜라

기업의 역량이 부족하면 이런 경기하강 국면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회사가 도산할 수도 있고, 매출이 감소할 수도 있다. 반면 기업 역량이 튼튼하면 경쟁사의 몰락으로 오히려 시장지배력을 늘리기에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2008년 경제위기에 미국의 전자제품전문 유통업계 2위 업체인 서킷시티(Circuit City)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 분야 1위 업체인 베스트바이(Best Buy)는 더욱 도약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매우 체계적이다. 도대체 어떤 경우가 스톨 포인트인지, 스톨의 원인이 무엇인지, 스톨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스톨에 이미 빠졌다면 이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자사 기업이 스톨에 걸려 있는지 아닌지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테스트 방법도 부록에서 제시해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기업 경영진들은 기업이 너무나 잘 나가고 있기 때문에 스톨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느끼면 너무 늦다. 기업이 잘 나가고 있을 때 수시로 상황을 점검하여 스톨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우리는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잘 알고 있다. 이미 스톨포인트에 빠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 머리를 짜내어 L, U, V 중에 V 형태의 반등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스톨 포인트에서 머뭇거리다가는 L 형이 당신 기업에 닥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서둘러라.

글 : 김민주, 송희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