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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의 감각, 전략적 직관

우리 몸에는 오(5)감이 있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이 바로 오감이다. 그런데 여기에 하나 더해 육(6)감이라는 것이 있다. 본능적이고 즉흥적으로 느끼는 감정을 말한다. 그런데 칠(7)감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처음 들어볼 것이다. 7감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직관에 대해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보통 직관(intuition)이라고 말하지만 자세히 보면 직관에는 세가지 유형이 있다. 평범한 직관, 전문가 직관, 전략적 직관이 바로 그것이다. 평범한 직관은 앞서 말한 육감으로 본능적인 직감을 말한다. 육감은 좋은 느낌이든 나쁜 느낌이든, 그 결과가 창조적이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특별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본능적이고 즉흥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주변의 상황을 감지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느끼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다.

전문가 직관(expert intuition)은 과거의 반복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내린 순간적인 판단을 말한다. 지식과 경험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전문가들은 세상을 인식하는 나름대로의 인식 틀(frame)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현상이 나타날 때 그 현상의 옳고 그름을 재빨리 판별할 수 있다. 미국의 유명한 저널리스트인 말콤 글래드웰이 말했던 눈 껌뻑거릴 사이의 판단인 블링크(blink)가 바로 전문가 직관이다. 축구나 농구, 아이스하키 같은 스포츠에서 공이 어디에 떨어질 지를 순식간에 판단하는 능력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면 세번째 직관인 전략적 직관(strategic intuition)은 어떤 것일까. 전략적 직관이란 우리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한 순간에 해결해주는 섬광 같은 통찰력을 말한다. 이른바 혜안이다. 이런 통찰력을 통해 실천할 수 있는 전략 아이디어를 얻게 되므로 우리는 이것을 전략적 직관이라 부른다. 뉴턴이 만유인력 법칙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사과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그 법칙을 발견한 것이 바로 전략적 직관이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탕 욕조 속에 있다가 부력의 법칙을 발견한 것도 바로 이런 경우다.

[제7의 감각, 전략적 직관] 책을 쓴 윌리엄 더건은 이처럼 직관을 3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이 중에 5감과 6감을 모두 아우르는 전략적 직관을 심층해부했다. 과학, 비즈니스, 전쟁뿐 아니라 경제학, 사회학, 심리학, 정치학, 신경과학, 예술, 자기계발 같은 여러 분야로 분석 범위를 넓혀 전략적 직관을 조명했다.

19세기 초반 프러시아의 군사전략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략 개념을 크게 확충시킨 인물로 나폴레옹을 분석하면서 전략적 직관을 강조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나폴레옹은 전쟁에서 군대 규모가 자신보다 훨씬 많은 적들을 대상으로 연전연승을 한 군사적 천재이다. 전투 상황은 항상 새로운 장소에서 이루어지며 시시각각 상황이 급변하므로 사령관은 대단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1793년 프랑스 남부의 항구에서 벌어졌던 툴롱 전투에서 나폴레옹은 영국군을 쉽게 격파했다. 나폴레옹은 툴롱 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 위의 레퀴예트 요새가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라고 판단하고 가벼운 경량포를 가지고 그 요새를 점령하자 영국 육군은 인근 바다에 있는 영국 해군으로부터 고립되어 패전할까 영국군이 스스로 물러났던 것이다.

나폴레옹은 등고선 지도를 최대한 활용했고, 무게가 가벼운 경량포를 동원했다. 그리고 미국 독립전쟁때 보스턴과 요크타운 전투에서 미군이 높은 요새를 점령하여 영국군을 물리친 적이 있다는 것을 나폴레옹은 잘 알고 있었다. 과거 전투와는 다른 상황이었지만 나폴레옹은 섬광 같은 통찰력으로 해법을 찾아내 이를 실행에 옮겨 전력 손실 없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처럼 클라우제비츠는 나폴레옹이 치루었던 많은 전쟁들을 분석한 결과, 쿠 되이으가 바로 핵심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쿠데타(coup d’etat)가 나라를 치는 거라면, 쿠 되이으(coup d’oeil)는 눈을 치는 것을 말한다. 즉 한 눈에 알아차리는 힘, 혜안을 말한다. 클라우제비츠는 혜안의 작동방식을 네 가지 단계로 설명한다. 역사적 사례, 냉철함, 섬광 같은 통찰력, 결단력이다. 우선 과거의 사례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하고, 현재의 새로운 상황을 냉철히 분석하여 통찰력을 얻은 다음, 이를 실행에 옮기면 성공하게 된다.

전략적 직관에서 전략과 직관이라는 말은 서로 상충된 것처럼 보인다. 전략은 이성을 지배하는 좌뇌의 영역이고, 직관은 감성을 지배하는 우뇌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좌뇌와 우뇌는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뇌량을 통해 정보를 시시각각 서로 전달하여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전략적 직관이라는 것은 상호모순된 표현이 아니다.

전문가의 저주(expert curse)라는 말이 있다. 전문가는 자기 나름대로의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상황을 쉽게 판단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매우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구태의연한 자료와 사례를 가지고 판단하면 판단의 실수, 예측의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의 저주다. 이런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계속 새로운 정보로 업데이트를 한 다음 판단해야 한다. 최근 들이닥친 금융 위기를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예측하지 못했는데, 바로 전략적 직관이 부족했던 것이다.

전문가 직관은 항상 빠르고 익숙한 상황에서만 잘 작동한다. 반면 전략적 직관은 항상 느리고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한 생소한 상황에서 작동한다. 우리 모두 전략적 직관 능력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대로 전략적 직관이 아무리 좋아도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 대표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