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Knowledge is Power

우리 인생은 설득의 연속이다. 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자신이 파는 상품을 고객에게 세일즈 하고 마케팅을 하는 것도 설득 과정이다. 설득이 끝나면 판매가 성사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사람의 이성에 호소하여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방법이 있는가 하면, 사람의 감성에 직관적으로 호소하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일까?

상품 자체의 차이가 클 때에는 이성적 설득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상품이 엇비슷할 때에는 감성적 설득이 훨씬 효과적이다. 감성 마케팅이 요즘 각광을 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사람의 감성에 호소하는 대표적인 설득 방법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세계은행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 해보자. 보수적인 분위기의 세계은행에서 스티븐 데닝이라는 디렉터가 지식경영을 도입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지식경영이 왜 필요하고 도입하면 전직원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열심히 설명을 했다. 파워포인트로 다이어그램과 숫자 그리고 컴퓨터 시스템 구조를 설명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직원들은 자신과는 별 상관이 없는 일인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프리카에서 근무하는 세계은행 직원이 세계은행 웹사이트를 통해 정말 절박하게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여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놀랄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세계은행에 지식경영은 성공적으로 착근할 수 있었다. 스토리텔링은 이처럼 파괴력을 지닌다.

술잔에 전설 이야기를 담아 파는 계영배

감상용에서 생활식기로의 도자기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광주요가 만들어낸 계영배라는 술잔이 있다. 이 술잔은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전해내려온 신비의 술잔에 얽힌 전설을 상품화하여 큰 성공을 거둔 매우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마케팅 사례이다.

조선시대 홍천 지방에는 뛰어난 도자기를 만들어 왕의 반상기를 제작한 도공이 있었다. 그는 술에 탐닉하다가 죽을 고비를 넘긴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술을 많이 먹지 않겠다는 의지로 술잔을 하나 만들었다. 술잔에 7부가 넘는 술이 차면 감쪽같이 없어지는 술잔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가득참을 경계하는 잔’을 의미하는 계영배(戒盈盃)라고 이름을 붙였다.

도자기 업체인 광주요는 일찍이 1960년대에 외국의 한 도록 사진을 통해서 이런 계영배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도록의 사진만을 보고서 1969년에 계영배를 1차 구현하였고, 2000년에는 계영배를 완벽하게 재현하는데 성공한다. 계영배의 비밀은, 술잔에 7부 이상으로 술이 차게 되면 수압 차이 때문에 잔의 중앙에 있는 장식이 올라가면서 그 아래 관으로 술이 밀려들어가는 원리에 있었다. 물론 가운데 장식이 올라가는 모습은 밖에서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밀려들어간 술은 술잔 아래에 있는 주전자 형태의 도기로 흘러 들어가 자취를 감춘다.

이렇게 희한한 스토리가 담겨있는 계영배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에게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인사동의 광주요 매장에서 계영배는 인기다. 또 아버지가 아들에게 술을 많이 마시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선물로 주는 경우도 많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서 주인공 임상옥이 항시 곁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린 술잔으로 묘사되면서 계영배는 더욱 유명해졌다.

복잡한 이야기를 단순하고 쉽게 바꿔라

스토리는 바로 이야기다. 누가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왜 그럴까? 이야기는 애초부터 사람들의 흥미를 끌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는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사실인 것도 있다. 그러나 사실인 것도 딱딱한 보도자료의 형태가 아닌 일요신문의 가십 기사와 같은 형태를 하면 사람들의 구미를 더욱 잡아당긴다. 커피를 마시며 투자상담사가 거시경제지표나 주가, 이자율 같은 숫자를 들먹이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건네면 투자자는 그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다.

오늘날 대부분의 금융분야 전문가들은 투자상품을 파는 것을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렵고 복잡한 통계수치를 반복적으로 제시한다. 그러니 고객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렵고 지루할 수 밖에 없다. 워렌 버핏은 “투자의 반은 예술이고 반은 과학”이라는 말을 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고객들의 이성에만 호소하려고 하지 말고 가슴, 즉 감성에도 동시에 호소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성공한 최고의 금융전문가들은 한결같이‘복잡한 얘기를 단순하고 쉽게 바꾸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제시하는 비유와 예, 그리고 스토리가 고객들의 마음에 진정으로 도달할 때까지 이야기를 계속한다.

어떤 금융 전문가가 고객에게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건넸다고 생각해보자. “어느 호숫가에 콘도를 분양하는데, 거의 다 분양이 되고 두 개만 남았습니다. 하나는 전망은 아주 좋은데, 불이 나면 대피하기가 쉽지 않은 꼭대기층에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전망은 좋지않지만 불이 나면 쉽게 대피할 수 있는 1층에 있습니다. 그 중 어떤 콘도를 선택하시겠습니까?” 고객은 한참 생각한 후 “난 기꺼이 전망을 선택하겠습니다”라고 고객이 말하자 금융전문가가 하는 말.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리스크가 커도 수익율이 높은 펀드 종류를 권유하고 싶군요”.

너무나 명쾌하지 않은가? 이런 비유를 들어가며 추천해주는 전문가의 금융상품을 뿌리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으리라 본다. 여러분도 스토리텔링을 이용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를 바란다.

리드앤리더(emars.co.kr) 대표이사 김민주

금융잡지 [신용경제]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