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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에게는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이라는 오감이 있다. 이 중에 후각은 시각, 청각에 비해 그동안 홀대를 받아왔지만 최근 들어 매장에서 우리의 본능을 은근하면서도 강력하게 자극한다는 점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후각은 다른 감각과 조화를 이루는 공감각 차원에서 돋보여, 감각 마케팅 분야에서 주요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생물체에서 냄새의 기능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해프닝(The Happening)]이라는 영화를 보면 놀라운 장면이 하나 나온다. 인간들이 살충제나 지구온난화로 인해 식물의 생존에 위협을 주자 식물들이 원인제공자인 인간들을 향해 눈에 보이지 않는 독성물질을 슬며시 내뿜는 장면이 그것이다. 색깔이나 냄새가 전혀 없는 이 독성물질은 바람을 타고 전해져 인간의 몸속 신경계를 마비시키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현실세계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진다면 얼마나 끔찍할까 몸서리를 쳤던 기억이 있다.

콩과식물은 해충의 애벌레가 자신의 잎을 갉아먹기 시작하면 즉각 독특한 냄새를 대기 중에 발산한다. 이 향내는 애벌레를 잡아먹는 천적을 불러들이는 효과를 내며, 잎에서 애벌레의 식욕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여 애벌레를 내쫓는다. 이처럼 냄새는 식물의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인간도 과거에는 후각에 많이 의존했다. 하지만 문명이 발달하여 문자와 그림, 영상이 인간의 삶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자 후각은 자연스레 시각 다음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필요한 대부분의 정보를 시각을 통해 흡수하게 되었기에, 촉각이나 후각 등 다른 감각기관의 사용빈도는 현저하게 줄기 시작했다.

기업들 역시 마케팅을 할 때 시각적 효과를 가장 많이 추구한다. 보는 이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광고를 비롯하여 시각적 효과를 노리는 마케팅 방법이 대부분이라, 대중매체에 익숙한 현대인들로선 그러한 마케팅 방법에 서서히 지쳐갈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이런 이유로 새로운 차별화를 원하는 기업들은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을 이용하여 마케팅을 전개한다. 이 중 특히 후각을 이용한 향기 마케팅은 은근하면서도 강력한 효과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크게 부각되고 있다.

향기 마케팅의 파워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유명한 카지노 업체 하라(Harrah)는 고객들이 게임을 하는 매장의 일부에 유쾌한 향을 주입했다. 그랬더니 향을 주입하지 않은 매장에 비해 매출이 45퍼센트가 높게 나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향이 고객의 기분을 쾌적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라의 이런 성공전략에 힘입어 라스베이거스의 다른 카지노 매장에서도 상쾌한 향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또 다른 예도 있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을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 시간의 지하철은 상당한 불편을 야기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사람들의 땀과 체취로 인해 눈살이 찌푸려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런던 지하철은 이러한 불편을 파악하고는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플랫폼에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마델린 향을 뿌렸다. 그 후 이용고객의 수가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런던 지하철의 이미지 역시 그만큼 더 좋아지게 되었다.

명품 셔츠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토머스 핑크는 매장 통로 판매대에 순면 냄새가 나오는 센서를 설치했다. 고객들에게 갓 세탁한 깨끗한 와이셔츠를 입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또한 미국 최대의 자동차 제조회사인 제너럴 모터스는 캐딜락 시트 가죽에 인공적인 에테르 향을 넣는다. 차 내부에서 강한 에테르 향이 나면 새 차의 느낌을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기마케팅은 특히 식품 관련 기업들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다국적 커피 판매점인 스타벅스를 들 수가 있는데, 스타벅스는 매장 내에 커피향이 은은하게 배게끔 하기 위해 전날 미리 커피를 끓여 놓아 향기가 퍼지게 하는 것은 물론 머핀, 스콘, 베이글, 쿠키, 케이크, 샌드위치 같은 사이드 메뉴들도 냄새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들만 선별하여 판매하고 있다. 직원들은 일체 향수를 사용할 수 없으며, 손님들 역시 매장 내에서 담배를 필 수 없어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오로지 커피와 관련된 향기만을 맡을 수가 있다.

까르푸나 월마트 같은 대형할인마트 내에 위치한 베이커리에서도 향기마케팅은 사용된다. 이들 베이커리는 오븐의 배기 시설을 내부로 돌려 고객들이 고소한 빵 냄새를 그대로 맡을 수 있게 하였으며, 일정한 간격을 두고 빵을 구워 고객들이 빵 냄새에 익숙해지는 것을 막았다. 또한 빵과 연관된 우유나 잼 같은 제품을 주위에 배치함으로써 빵만 사려는 고객들에게 다른 제품을 판매하는 효과를 보기도 하였다. 특히 까르푸는 베이커리 옆 매장에 샐러드 바와 과일 매장을 나란히 배치하여 시각과 후각을 통한 공감각적 마케팅 전법을 구사하고 있다.

이밖에도 식품 관련 기업에서의 향기마케팅 사례는 수없이 많다. 세계적인 바비큐 전문점인 토니 로마스는 주방을 완전 개방해 고객들이 식사를 하면서 갈비 굽는 냄새를 맡게끔 하였고, 배스킨라빈스는 매장에 초콜릿 향과 페퍼민트 향을 뿌린 후 매출을 조사해 보았더니 전보다 평균 매출이 약 40% 정도 증가했다고 한다.

후각과 미각의 공감각

향기는 우리 주위에 항상 있으며 우리의 기분과 판단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단지 시각처럼 눈에 띄거나 하는 것이 아니어서 의식하고 있지를 못할 뿐이다. 프랑스의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면 주인공 마르셀이 홍차에 적신 과자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모습이 나온다. 이처럼 특정한 냄새에 자극을 받아 과거의 일을 기억해내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고 하는데, 이 현상은 2001년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의 레이첼 헤르츠 박사팀에 의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무엇을 연상케 하는데 사진과 냄새를 동시에 체험한 피실험자가 사진만 본 피실험자보다 기억을 더 잘 되살려냈던 것이다.

우리 얼굴을 보면 입과 코는 매우 가깝게 있다. 무엇을 먹거나 마실 때 두 기관을 이용하여 공감각적인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다. 특히 인간은 과거부터 음식을 먹을 때 그것이 부패하였는지 아닌지를 아는데 있어 코의 기능을 매우 유용하게 사용하였다. 그래서 후각은 다른 감각인 시각, 청각, 미각, 촉각 중에서 미각과 가장 밀접하다.

중국인은 혀끝으로, 인도인은 손끝으로, 일본인은 눈으로, 그리고 한국인은 배로 음식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물론 이런 말은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 낮았을 때 나온 말이다. 이제 일인당 소득이 중진국 수준으로 올라왔으니, ‘한국인은 코끝으로 먹는다’는 좀 수준 높은 말로 바뀌면 좋겠다.

글.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이사, <커져라 상상력 강해져라 마케팅>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