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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는 최고부자 계급인 슈퍼클래스(super class)를 포함한 많은 부자들이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제 3세계 후진국에서는 무려 10억 명의 농민들이 매일 1달러 이하의 생활비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땀 흘려 농작물을 재배하지만, 막강한 구매력을 앞세운 선진국의 제조 기업과 유통 기업들의 압력에 못이겨 정당한 가격이 아닌 헐값에 농작물을 넘기곤 한다. 때문에 그들은 팔면 팔수록 가난해진다. 이처럼 선진국 수요자와 후진국 공급자 사이에는 불공정한 무역은 현재까지도 공공연히 일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제 3세계 후진국 생산자들은 빈곤의 굴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 걸친 구조적인 현상이다.

중진국과 선진국 사람들은 가난한 제3세계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구호물품을 무상 제공하거나 현금 원조를 해주고 있다. 하지만 구호물품과 원조는 그 효과가 일시적일 뿐, 지속적인 문제 해결 방법은 아니다. 더구나 부패한 정부나 군인들에 의해 중간에서 갈취당하는 경우도 많다. 그들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원조 방법은 없을까. 그들이 만들어내는 생산품을 착취하지 않고 공정한 가격을 지불해 그들의 자존심도 살리며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주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공정무역운동은 바로 이런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생산자에게 생산원가와 생계비를 보장할 수 있도록 공정한 가격을 지불하는 무역’을 의미한다. 보다 쉽게 말하면 경제발전 수준이 낮고 생활수준이 빈곤한 제3세계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나 원재료를 수입할 때 정당한 제값을 지불하고 구입하자는 것이다. 그대신에 중간 상인을 배제하기 때문에 유통 마진을 크게 줄어 구매자 입장에서는 원가가 늘어나지 않고 오히려 줄일 수도 있다.

공정무역은 시장에서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냉정하게 거래를 하는 무역, 즉 프리 트레이드(Free trade)와는 상당히 다르다. 자유무역은 잘못하면 상대방을 착취를 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마는 부작용이 있다. 자유무역의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한 대안 무역이 바로 공정무역이다.

영국의 국제구호기구인 옥스팜(Oxfam)은 1960년대 초부터 제3세계 생산자들의 공예품을 수입하면서 공정무역을 시작했다. 옥스팜에 이어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하나 둘씩 소규모로 공정무역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 들어서는, 네덜란드의 프란스 판 데어 호프 신부는 멕시코 농가의 빈곤을 돕다가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 우리는 원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우리 커피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다면 삶은 나아질 것이다”라는 멕시코 농민의 말에 공감하면서 멕시코 농가들과 손을 잡고 UCIRI라는 커피협동조합을 설립하였다.

1980년대에 네덜란드의 막스 하벨라르(Max Havelaar) 재단은 공정무역 제품에 커피를 비롯하여 바나나, 꽃 같은 다른 농산물에도 막스 하벨라르 인증라벨을 부착하기 시작했다. 막스 하벨라르는 공정무역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조직으로 발전하였고,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과 연계하여 대규모의 공정무역 운동을 펼쳤다.
유럽 선진국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공정무역을 세계적인 사회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1997년 FLO 인터내셔널(Fairtrade Labelling Organizations International; 국제공정무역상표기구)라는 세계적인 공정무역 인증 기구가 설립되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공정무역 라벨이 서로 달라 소비자들의 눈에 적게 띄었는데 이 조직 설립으로 통일된 라벨, FLO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공정무역 붐은 더욱 널리 확산되었다.

이제, 국내외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공정무역 라벨이 여기저기 눈에 띄고 있다. 영국의 막스앤스펜서 유통매장이나 미국의 홀푸드마켓 매장에 가면 공정무역 라벨이 붙여진 상품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매장의 원두커피 팩에도 공정무역 라벨이 붙여져 있다. 우리나라 카페데베르 커피숍에서는 공정무역 커피와 초콜렛을 볼 수 있고, 한국공정무역연합의 공정무역 가게인 울림(http://www.fairtradekorea.com)에 가면 초콜릿, 커피, 시리얼바는 물론이고 공정무역 축구공도 있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는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2/3가 코트디브와르 같은 서아프리카 국가에서 채취되는데 아동노동을 착취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래서 초콜렛에는 공정무역 커피가 많다. 2009년 들어 착한 초콜렛 이슈를 다룬 신문 기사 때문에 밸런타인 데이에는 울림에 주문이 쇄도하기도 했다.

생두 커피는 에디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같은 동부 아프리카를 비롯하여, 중남미,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의 커피 생산 농가들은 원두가격의 하락이나 비공정무역으로 그들의 수입이 너무 줄어들어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면 어떤 자구책을 마련할까. 이들은 수입이 안 되는 커피 생산보다는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마약 같은 환금성 농작물 생산으로 바꾼다. 물론 이 마약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선진국으로 들어와 우리의 영혼과 사회를 갉아먹는다. 우리가 공정무역 커피를 사야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그동안 공정무역 상품은 다른 좋은 상품에 비해 품질이 좀 떨어진다거나 가격이 생각보다 싸지 않고, 우리 주위에서 쉽게 공정무역 상품을 살 수 있는 곳이 없어서 많이 보급되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 들어 공정무역 상품의 품질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경제와 사회, 환경을 모두 감안하여 소비 품목을 결정하는 사람을 로하스(LOHAS) 소비자라고 부른다. 로하스 소비자는 단지 값이 싸다고 구매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품질이 좋다고 구매하지 않는다. 로하스 소비자는 사회적 의식 있는 소비자이기 때문에 소비를 통해 생산자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치는 이타적인 소비자이다.

이타심이 고차원의 이기심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이타심이 사회 전체를 안정시키고 이로 인해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안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공정무역 상품을 구매하는 행위는 고차원의 이기적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행위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