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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중국 동북3성인가

중국은 지대물박(地大物博)이라 한다. 땅은 넓고 물건은 많다는 말이다. 그러나 현지인들에 의하면 중국 인구가 비록 13억 명이라고는 하지만 그 중 2억 명 정도만을 사업 대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실제로 외국 제품을 살 구매력이 있는 사람은 2억 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큰 시장이다.

중국에는 6대 경제권이 있다. 남에서 북으로 올라간다면, 홍콩/광동/심천, 대만/샤먼후젠/복건, 상해/소주/항주, 청도/청해, 북경/천진, 그리고 대련/심양/장춘이 바로 6대 경제권이다. 이 중 대련/심양/장춘은 지금은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이지만, 향후 성장잠재력을 보면 오히려 유망한 지역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동북3성 인구는 1억 7천만 명으로 유럽 인구인 3억 2천만 명의 50%를 상회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 동북 3성(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을 광물자원과 옥수수, 콩을 비롯한 농산자원의 주요 공급처로 보고 있다. 동북3성은 석유, 철강, 금, 은, 동, 아연, 구리, 우라늄, 규사, 다이아몬드, 히토류 등 다양한 광물자원이 많이 매장되어있다. 특히 첨단 세라믹인 히토류는 반도체 연마제로 향후 수요가 매우 많아질 중요한 광물이기도 하다.

동북 3성에서 심양이 청나라의 전신인 후금의 누루하치 때부터 정치적 중심지라고 한다면 대련은 북방의 홍콩이라 불릴 정도로 경제적 중심지며 무역항이다. 인구가 530만 명인 대련의 일인당 GDP는 3,050달러에 이르고 있다. 중국 3대 조선항으로 상해, 광동, 대련을 꼽는데 이중 대련의 조선항이 가장 크다. 대련은 과거 군복을 많이 만들기로 유명했는데, 그래서 지금도 대련은 방직, 봉제, 패션의 도시로 유명하다.

대련은 전세계적으로 500대 환경도시의 하나로 뽑힐 정도로 사회 인프라가 좋고 청결하고 쾌적한 도시다. 중국 도시 중에는 대련이 유일하게 선정되었다는 것을 보면 대련이 다른 중국 도시와 얼마나 다른가를 짐작할 수 있다.

대련이 이렇게 깨끗한 도시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련은 100여 년 전인 1898년 러시아가 청 왕조로부터 조차를 받아 전략적 요충지인 군사항구로 개발한 도시였다. 그 후 1905년 발발한 러일전쟁에서 승전국인 일본으로 조차권이 넘어가게 되었다. 이 때 일본의 위성국인 만주국이 세워지면서 대련은 군피복이나 총을 만드는 군수도시로서 더욱 일본화되기 시작했고 외국문물을 많이 받아들였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군 기지가 있었던 일본 도시 고베(神戶)가 매우 외국적인 분위기의 도시로 남아있듯이 대련 또한 매우 비중국적인 도시로 남아있다. 현재 대련의 경제개발특구에 상주해있는 외국 기업 중 70%가 일본 기업일 정도로 아직까지 대련은 일본의 독무대다.

한때 일본이 대련을 리틀 도쿄(Little Tokyo)로 만들겠다는 말을 하자 중국정부가 화들짝 놀란 바 있다. 그래서 중국의 전통적인 이이제이(以夷制夷) 정책 차원에서 일본을 저지하기 위해 한국 기업의 진출을 유도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더구나 이 지역이 과거 고구려의 영토였던 점, 그리고 향후 남북통일이 될 때를 감안하면 우리나라가 진출하기에 가장 좋은 지정학적 위치를 지녔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련 지역에 주로 중소기업들이 진출하였으나 이제는 대기업도 본격 진출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대련에서 눈에 띄는 고객 서비스

중국 요녕성 남단에 위치한 대련은 북방의 홍콩이라고 불릴 정도로 동북 지방의 대표적인 무역항이다. 대련은 전세계적으로 500대 환경도시의 하나로 뽑힐 정도로 사회 인프라가 좋고 쾌적한 도시이기도 하다. 1898년 이후 조차권이 러시아에, 그리고 1905년에는 일본으로 넘어간 이후 외국계 기업들이 많이 들어와있다. 100여 년에 걸친 이 도시의 발전 과정에서 축적되어온 주목할 만한 고객 서비스를 이번 대련 방문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짐을 풀기 위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스위스 호텔 정문에 내렸을 때의 일이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정문 앞에 서있던 벨 보이가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그 종이에는 내가 탔던 택시의 번호가 적혀있었다. 혹시 소지품을 택시에 놓고 내렸다든가 다른 연락할 일이 있을 때 택시 운전사나 회사에 쉽게 연락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사소한 것이지만 다른 호텔에서는 찾아 보기 어려운 세심한 고객서비스다.

한번은 샤브샤브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양복 저고리를 벗어 의자 뒤에 걸쳐놓자 직원이 다가와 양복을 덮개로 감싸는 것이었다. 음식물이 튀거나 옷이 구겨지는 것을 방지하고, 또 다른 사람이 주머니에서 귀중품을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사려깊은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중국에서는 그동안 차를 파는 ‘차방’이라는 휴식 공간이 매우 발달되어 왔다. 차방에서는 술을 팔지 못한다. 그런데 1999년경부터 ‘쥬빠’라는 곳이 나타나 매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이 곳은 커피나 술 등의 음료를 마시면서 사람들이 카드 놀이나 마작 같은 게임을 즐기는 곳이다. 종전에는 마작을 하려면 고급호텔이나 여관에 모여서 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보드게임방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개념의 오프라인 게임방이다.

또 하나 특이한 곳으로 파파스라는 레스카페(Rescaffe)가 매우 성공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다. 레스카페는 레스토랑과 커피숍의 합성어로 주인이 한국인이었다. 이 레스카페는 카페의 수익금으로 불우이웃이나 장애인을 많이 도와주었는데 이것이 중국 사람들에게 큰 호감을 샀다고 한다. 따라서 요즈음에는 프랜차이즈도 많이 생기고 있다.

심양과 대련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대련으로 들어오는 입구쪽 고속도로 옆에 중국인들이 팻말을 내걸고 서있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운전자들이 대련 지리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사람들이 차를 같이 타고 가면서 지리를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인간 길잡이다. 이들은 30위안 내지 50위안 정도, 그러니까 우리나라 돈으로 5천원 내지 8천원을 받고 거리 안내 서비스를 해준다. 목적지에 도달하면 이들은 고속도로 입구로 다시 돌아온다. 자동으로 거리를 안내해주는 항법장치가 차에 없을 때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파파스라는 레스토랑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공익 마케팅은 큰 기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곳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호텔에서 벨보이가 택시 번호를 적어 주는 것이나, 식당에서 도난 방지를 위해 의자 뒤 옷을 덮개로 감싸는 서비스는 사소한 것이지만 고객을 배려한다는 것을 잘 느끼게 해준다. 우리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서비스 분야에 진출할 때 이렇게 차별화된 세심한 고객서비스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국내에도 중국의 이러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도입해도 좋을 것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이사 (www.emar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