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Knowledge is Power

안녕하세요. 김민주입니다.
올 들어 처음으로 사례분석가 여러분께 메일을 보내드리는군요.

작년 가을에 이어 이번 1월에 청담동에 있는 럭셔리 교육기관인 SLBI에 가서 럭셔리 트렌드와 럭셔리 브랜드 전략에 대해 강의를 했습니다. SLBI는 Seoul Luxury Business Institute의 약자이죠. 럭셔리 회사에 다니고 있는 분들이나 럭셔리에 관심있는 분들이 수강생이죠. CEO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제가 이번 강의를 위해 ppt 자료를 준비하다 보니 20세기 초기의 매우 유명한 경제학자였던 베블렌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게 되었습니다. 경제학사를 조금이라도 공부하신 분들은 소스타인 베블렌(Thorstein Bunde Veblen)에 대해 잘 아실 겁니다. 그는 제도학파 경제학의 창시자로 사람들의 과시소비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여 [유한계급론]이라는 아주 유명한 책을 썼지요.

이 제도학파는 유무형의 사회제도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베를렌은 그런 관점에서 세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당시의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맹렬하게 비판했습니다. 제도학파는 그 이후에 크게 발전하여 20세기 후반에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라는 거장을 탄생시킵니다. 베블렌이 구제도학파라면, 1970년대 들어와서는 신제도학파가 등장하여 신고전파 경제학의 분석도구를 들고 제도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로널드 코즈, 리차드 포스너, 게리 베커가 바로 신제도학파에 해당되지요. 이처럼 제도학파가 득세를 하게된 데에는 창시자 베블렌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베블렌의 인생 과정을 한번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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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블렌은 1857년 미국 위스컨신주의 조그만 마을인 케이트에서 노르웨이에서 이민 온 가난한 이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 당시 사람들은 지금과 달리 아이들을 많이 낳았는데 그의 부모는 아이들을 열둘이나 낳았고 베블렌은 그 중 여섯째였다. 여덟살 때에 그의 가족은 미네소타로 이사를 갔는데, 머리가 좋아 다른 남매와는 달리 어려서부터 틈틈이 책을 많이 있고 공부를 했다. 이 때만 하더라도 이민자들끼리 모여 살았기 때문에 노르웨이 말만 주로 사용하여 그는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영어를 잘 하지 못했다. 17세 때 그는 루터교 목사가 되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소원에 따라 미네소타주의 노스필드에 있는 칼턴 칼리지 아카데미라는 신학대학에 입학한다.

그런데 개성이 강하고 괴짜인 그는 이 학교에서 엽기적인 행동을 저지르기로 유명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너구리털 모자를 쓰고 정식 만찬회에 나오는가 하면, 한 번은 전교생 예배시간에 “우리 모두 술에 취하자”라는 주제의 연설을 하기도 했다. 또 학생들에게 사람고기를 먹자며 모두 식인종이 되자고 선동하기도 해 사람들을 경악시키곤 했다.

그는 이 대학에서 존 베이츠 클라크(John Bates Clark)라는 교수 밑에서 경제학 공부를 하게 된다. 클라크는 경제학의 한계효용 이론을 주장하는 근대경제학자로 미국 경제학계에서 매우 유명했다. 존 베이츠 클라크 상은 나이 40세 이전의 우수 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현재까지도 경제학자에게는 아주 명예로운 상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에는 존 베이츠 클라크 상을 받은 사람들이 아주 많다. 베블렌의 비범한 능력을 간파한 클라크 교수는 베블렌에게 대학원에 가서 경제학 공부를 더 하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베블렌은 1880년 이 학교에서 우등 졸업한 후 경제학을 하지 않고 존스홉킨스대에서 철학 공부를 잠시 한 다음에, 예일대에 가서 철학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

예일대에 가서는 노아 포터(Noah Porter)와 윌리엄 섬너(William Graham Sumner) 아래서 공부하게 된다. 철학자인 포터로부터는 칸트 철학을 배웠으며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섬너로부터는 진화론의 영향을 받았다. 섬너는 당시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의 사회진화론을 지지하고 있었다. 괴짜였던 그는 물론 예일대에서도 긴 머리를 어깨까지 내리고 싸구려 옷을 입고 다녀 그에 대한 평판은 그리 좋지 않았다. 하지만 똑똑했던 베블렌은 예일대에서 칸트 철학 연구로 1884년 27세 나이에 철학박사학위를 받는다.

베블렌은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기는 했지만 기독교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수직을 얻을 수 없어 가족이 사는 미네소타의 아버지 농장으로 돌아온다. 이로부터 7년 동안 그는 무직으로 지내면서 책을 엄청 많이 읽는데 사회학, 인류학, 정치학, 경제학 등 매우 많은 책을 두루 섭렵하게 된다. 이러한 자양분이 그가 나중에 제도학파 경제학을 주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렇게 실업자 상태에서 칼턴 대학에서 사귀었던 엘렌 롤프와 결혼을 한다.

무직 생활이 너누 오래 지속되자 베블렌은 1891년 코넬대에 가서 경제학과 대학원을 다시 다니게 되는데 이 때 러플린(J. L. Laughlin) 교수의 마음에 들어 특별연구원으로 채용된다. 좀 지나서는 새로 생긴 시카고대학에 러플린 교수가 경제학과장으로 가게 되면서 베블렌을 펠로우(fellow; 강사)로 데리고 간다.

하지만 시카고대에서도 그의 괴짜 성격은 그대로였다. 학생들에게 친절한 교수는 절대 아니었다. 혼자 중얼거리는 듯 강의를 했고, 자신의 질문에 대해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이상한 답변을 하면 그 학생을 조롱하거나 꾸짖었다. 하물며 자퇴하라고 협박까지 했다. 수강생이 자신이 강의하는 과목에 버티지 못하고 다른 수강과목으로 바꾸면 베블렌은 오히려 즐거워 했다. 그리고 수강생이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해도 수강생들에게 형편없는 C 학점을 주는 가학성도 드러냈다. 또 그는 이곳에서 많은 여성들과 연애행각도 많이 벌이기로 유명했다.

베블렌은 시카고대에서 말썽만 부리지는 않았다. 그는 군집생태학자 로이드 모건(Lloyd Morgan), 문화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Franz Boas)와 토의를 하면서 지적 교류를 가졌다. 프란츠 보아스는 유명한 여류 인류학자인 마거릿 미드(Magarett Meade)의 스승이다. 또 그는 존 듀이(John Dewey)와의 교류를 통해 그의 실용주의 교육철학을 접했다. 베블런은 이윽고 시카고에서 출간되는 논문집인 ＜정치경제학회지(Journal of Political Economy)＞의 편집인이 되기도 한다.

잘 알려져있듯이 시카고대는 석유재벌 록펠러가 인수한 대학이다. 하지만 베블렌은 이를 무시하고 록펠러, 카네기, 밴더빌트 같은 ‘강도귀족’ 즉 재벌기업가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당시 재벌기업가들은 공정하게 경쟇하지 않고 부당한 방법으로 힘없는 기업들을 인수하면서 사세를 비정상적으로 확대하곤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재벌기업가를 비롯한 부자들이 자신의 부를 뽐내기 위해 사치와 향락 같은 과시적 소비를 하는 것을 꼴불견으로 보았다. 부자들의 과시적 소비를 모방하고자 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행태도 못마땅했다. 그런데 인간들의 과시소비와 모방본능은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인데 어떡하랴.

그래서 그는 이 분야에 대해 광범위한 연구를 한 결과 [유한계급론(The Theory of the Leisure class)]이라는 책을 42세 되던 1899년 출간하게 된다. 부제는 ‘제도 진화의 경제학적 연구(An Economic Study in the Evolution of Institutions)’였다. 신고전학파를 신랄하게 공격하는 제도학파 경제학의 탄생을 알리는 거작이 태어난 것이다. 유한계급론 책 발간 덕분인지 그는 1899년 시카고대에서 드디어 조교수로 승진한다. 1899년부터 1905년까지가 베블렌 생애 전체에서 최고 전성기였다.

하지만 그는 여성 문제와 총장에 대한 반발로 인해 시카고대와 마찰을 일으켜 그는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1906년부터 1909년까지 스탠퍼드대에서 부교수로 있었으나 여성 문제로 인해 권고사직을 당했다. 이 와중인 1911년 베블렌은 이혼을 한다. 그 후 1911년부터 1918년까지 미주리대에서 강사 생활을 했는데 1914년에 재혼을 한다. 1918년부터 1927년까지는 뉴욕에 새로 생긴 사회과학대학원(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강사로 근무했다.

괴짜이기는 했지만 베블렌이 학계에 미친 파급효과는 대단했다. 웨슬리 미첼, 존 커먼스, 사회학자 라이드 밀스가 그의 제자다. 1925년 들어 그의 영향력을 인정한 미국경제학회가 그에게 회장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으나 베를렌은 회장직을 거절했다. 그는 1929년 8월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의 어느 시골 집에서 심부전증으로 죽었다. 1929년 대공황이 10월에 발생했으니 그는 아쉽게도 대공황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24개 국어를 구사하던 베블렌의 놀라운 언어능력도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그는 생전에 많은 책을 저술했는데, 최초의 저작인 유한계급론(1899)을 비롯하여 영리기업의 이론(1904), 제작본능론(1914), 제정독일과 산업혁명(1915), 기득권과 보통사람들(1919), 기술자와 가격체계(1921), 그리고 마지막 저작으로 부재소유권과 영리기업(192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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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블렌의 생애를 보고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한번 정리해볼까요?

첫째, 이민자의 자식이라고 나중에 성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둘째, 괴짜이고 여성문제를 자주 일으키면 사회에서 왕따를 당한다.
셋쩨, 나름 똑똑하면 그래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넷째, 어렸을 때의 주위 가족, 사회 환경이 나중에 자신의 가치관과 관점메 영향을 크게 미친다.

또 어떤 다른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요?
사례분석가 여러분들이 각자 생각해보세요.

그럼, 한 달 후에 또 뵙지요.

리드앤리더 김민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