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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민주입니다.

오늘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군요.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는군요.

작년 비오는 어느 날, KTX 기차를 탄 적이 있었습니다. 객실에 앉아 창밖에 비가 주룩주룩 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좀 울적했어요. 그래서 기분 전환을 하려고 화장실이 있는 열차 사이의 공간에 가서 창 밖을 쳐다 보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간식거리를 파는 승무원이 지나길래 뜨거운 커피 한 잔을 시켰지요. 그러면서 승무원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 승객들이 간식거리를 많이 사나요?”

“네, 특히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승객분들이 먹거리를 많이 찾아요. 전 날에 비해 커피는 두 배나 더 많이 팔리고 있어요. 커피뿐만 아니라 식음료 전체가 두배가량 팔리고 있다니까요.”

“어? 그래요? 왜 그렇죠?”

“제가 기차에서 10년 동안 식음료를 팔아왔는데 역시 사람은 동물과 같다고 봅니다.”

“정말요?”

“동물들은 비나 눈이 오면 앞으로 날씨가 어떻게 될 지 모르니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미리 배를 채워 두려고 하지요. 이런 면에서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여러분도 비가 오면 괜히 파전이나 부침개, 피자, 막걸리를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나요? 왜 비나 눈이 오면 사람들은 식욕이 더 생기는 것일까요? 10년 경력의 승무원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실제로 어떤 과학적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우선, 비가 오면 습도가 올라가고 기온이 떨어져 신체 체온도 떨어지고 신진대사가 활발하지 않아 기분이 가라앉아 우울해집니다. 따라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하는 커피 같은 음료를 마시게 되지요.

또, 비가 오면 짜증이 나면서 인체의 혈당이 떨어지게 되므로 혈당치를 높이기 위해 사람들은 파전 같은 탄수화물을 섭취하려고 하는데 몸 속에 들어간 전분은 당으로 바뀌어 혈당치를 높여줍니다. 특히 부침개에 들어가 있는 파나 부추, 막걸리는 몸의 혈액순환을 좋게 하여 몸을 따뜻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습도가 높으면 몸에서 기름진 것을 원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소리에 의한 연상작용 때문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거나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는 부침개를 부칠 때 나는 지글대는 소리와 비슷하다는군요. 부침개 소리가 무의식에 남아 있다가 비 오는 소리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부침개를 먹고 싶어진답니다. 파블로프식 학습 효과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비 오는 날과 비 오지 않은 날에 할인마트에서의 상품 매출 자료를 한번 볼까요? GS마트가 비가 내린 날의 매출을 일주일 전의 날의 매출과 비교한 결과, 전체 매출은 고객 수가 줄어들며 4% 감소했지만, 부침가루와 막걸리 매출은 각각 37%, 18% 증가했습니다. 반면, 맥주 매출은 21% 감소했습니다. 그래서 GS 리테일 주류 담당자에 의하면 비 오는 날에는 막걸리와 파전 재료를 함께 진열하고 막걸리 발주량도 2배 정도 늘린다고 합니다.

비가 오면 기분을 좋게 하고 체온을 높이기 위해, 전분이나 지방을 먹어 혈당치를 높이려고 합니다. 또 동물처럼 과거 수렵생활에서 터득한 유전자가 남아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배를 채워두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이 과연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좌우간, 마침 비가 오고 있으니 배가 출출하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그럼, 한 달 후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