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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마케팅, 온몸을 공략하라

저자 : 베르틸 훌텐, 니클라스 브로에우스, 마르쿠스 반 디이크

출판사 : 비즈니스맵

출간일 : 2010년 04월

우리 몸에는 오감, 즉 다섯 가지의 감각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통상의 감각적인 의사전달 통로를 거치지 않고 한 사람의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로 전이되는 초감각지각인 텔레파시(telepathy)라는 육감도 있기는 하지만 공식적으로는 오감이 일반적이다.

우리가 이러한 다섯가지 감각 중에 하나라도 결핍하고 있다면 상당한 불편을 느낀다. 반면에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감각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사람들의 감각을 자극한다면 매우 효과적인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다.

그동안 기존에 가장 강력한 마케팅 이론은 필립 코틀러 식의 4P 마케팅 모델인데 대중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의 전형이다. 그 모델 외에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 전체보다는 보다 세분화된 소비자와의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관계 마케팅(relationship marketing)이 크게 발전하기는 했다. 그리고 개별 소비자의 감각에 초점을 맞춘 감각 마케팅(sensory marketing)도 주류는 아니지만 소비자의 주관적 체험을 중시하는 마케팅 라인을 따라 나름대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도 수 차례 와서 강의와 컨설팅을 했던 번트 슈미트를 비롯하여 마크 고베, 모리스 홀브로크, 알렉스 시몬슨, 마틴 린드스트롬이 체험 마케팅, 감각 마케팅의 권위자들이다. 이런 라인을 따라 최근에 나온 책이 스웨덴 출신의 베르틸 훌텐, 니클라스 브로에우스, 마르쿠스 반 디이크가 쓴 책, [마케팅, 온몸을 공략하라]이다. 이 책은 감각 마케팅에 대한 책이니만큼 번역본 책의 제목이 잘 정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왜 최근 들어와 감각 마케팅이 중요해졌을까? 이제는 제품 자체보다는 서비스가 중요해지고 있다. 따라서 매장과 서비스 공간에서 소비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체험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지고 있다. 더구나 뇌와 신경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짐에 따라 의식과 무의식에 대한 비밀이 많이 풀리면서 감각 마케팅이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른바 소비자 개개인의 체험 로직(experience logic)을 기업들이 속속들이 알게된 것이다.

오감 중에서 시각을 활용한 감각 마케팅은 디자인, 포장, 색채, 조명, 그래픽, 인테리어 등 여러 형태로 상당히 널리 퍼져있기 때문에 이 서평에서는 다른 감각 마케팅을 보기로 하자.

우선, 침묵의 감각인 후각을 보자. 마릴린 먼로는 잠자리에 들 때 몸에 무엇만을 유일하게 걸쳤을까? 샤넬 넘버 5 향수다. 당신은 겨드랑이 냄새를 없애기 위해 겨드랑이 탈취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발 냄새를 없애려고 특별한 탈취제를 사용하고 있는가? 유니레버가 그런 탈취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슬람 사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엎드려 절을 하고 있는데 뒷 사람에게 발 냄새를 풍기지 않기 위해 미리 발을 씼는 공간이 사원에 마련되어 있다. 만약에 이슬람 사원에 발 냄새 탈취제를 갖다 놓는다면 탈취제 판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셔츠 생산업체인 토마스 핑크는 막 세탁한 옷에서 나는 상큼한 향기를 셔츠에 뿌려 소비자들이 매장에서 셔츠를 사고 싶은 마음에 들게 한다. 사람들만 향수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벨기에 브랜드인 오마이도그(Oh My Dog)는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이 사용하는 향수까지 판매하고 있다.

어떤 기업들은 향기를 상표로 등록해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향기 브랜드(scent brand)라고 한다. 이렇게 향기를 등록해두면 다른 기업은 이 향기를 법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네델란드 회사인 센터 아로마틱 마케팅 사는 테니스 공에 첨가되는 ‘갓 배어낸 신선한 풀 향기’를 상표로 아예 등록한 바 있다. 또 영국의 타이어 생산업체인 던롭은 장미향을 등록하기도 했다.

기업이 향기를 정식 등록하지는 않더라도 특정 향기를 자신의 특정 브랜드와 접목하는 시그니처 향기(signature scent)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웨스틴 호텔은 전 세계의 호텔 지점에 백차(white tea) 향을 뿌려 브랜드 개성을 은근히 강조한다. 싱가포르항공은 스테판 플로리디안 워터스라는 향을 사용하여 승무원뿐만 아니라 이륙 전 탑승객에게 나눠주는 수건을 통해 승객들이 은은한 향기를 맡도록 한다.

기업들은 향기뿐 아니라 청각을 마케팅에 다양하게 활용해왔다. 가장 많이 활용한 것은 반복음인데, 스웨덴의 패션 소매업체인 린덱스가 바로 그런 예다. 음성도 가능하다. 스웨덴의 침대 생산업체인 해스텐스는 스톡홀름 매장에서 디지털 안내 음성을 통해 소비자에게 매장에 전시된 침대를 직접 체험해 보도록 했는데, 마케팅 효과는 매우 높았다. 소비자들이 침대를 직접 체험하는 비율은 48퍼센트. 안내서 소비율은 74퍼센트, 소비자가 영업사원에게 문의하는 비율은 40퍼센트, 최종적으로 판매실적은 53퍼센트 늘었다.

또 매장에서 어떤 음악을 트는가도 중요하다. 음악의 템포는 소비자가 매장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소비자의 시간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음악 템포가 느리면 소비자가 대기 시간을 짧게 인식하게 하므로 기업에게 우호적으로 작용한다. 매장에서 트는 음악으로는 배경음악과 중심음악이 있다. 배경음악은 대개 템포, 주파수, 볼륨 등에 변화가 크지 않다. 반면에 중심음악은 일반적으로 가사가 있고 템포, 주파수, 볼륨이 훨씬 다양하다. 배경음악이 깔리면 여성 소비자들은 지출을 두 배로 늘렸다. 반면 중심음악이 깔리면 남성은 지출을 두 배로 늘렸다. 음악의 종류는 소비자의 연령에 따라 다른 효과를 미쳤다. 50세 이상의 고령자는 배경음악을 깔았을 때 지출을 늘린 반면, 25~49세 연령의 소비자는 중심음악을 틀었을 때 지출을 늘렸다.

피부를 통해 느끼는 촉각의 경우는 어떠할까?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가 슬쩍 손님과 신체 접촉을 하면 그녀가 받는 팁에 어떤 영향을 줄까? 놀랍게도 팀이 많아진다. 도서관에서 학생이 책을 반납할 때 여성 사서가 슬쩍 신체적 접촉을 했다면 그 학생은 나중에 어떤 인상을 가졌을까? 그 학생은 그 사서가 미소를 지었다고 답변을 했다. 유쾌한 터치 체험을 하면 우리 신체에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행복감과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준다.

촉각체험에서 중요한 요인은 소재와 표면, 온도와 무게, 형태와 안정성이다. 미국 기업인 홀세일 와인 앤드 스피리트(Wholesale Wine & Spirits)는 와인 병의 표면을 덮은 벨벳 소재에 대해 터치 특허를 획득했다. 소비자가 와인 병을 손으로 쥐었을 때의 느낌이 와인을 고급스럽게 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요즘 추운 북반구 지역에는 아이스 호텔(ice hotel)이 만들어지고 있다. 스웨덴의 유카스예르비의 아이스 호텔에는 벽, 식탁, 의자, 심지어 아이스 바에 있는 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고객에게 차가운 얼음 느낌을 준다. 아이스 호텔의 실내 온도는 항상 섭씨 영하 5도로 유지되기 때문에 외부의 더 찬 기온에 비해 오히려 따뜻함을 느끼므로 별 문제가 없다.

요즘 스마트폰 붐 때문에 손가락이 닿는 터치스크린의 질감은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잡기(grab) 기술은 피부를 당겨 촉각을 자극하므로 디지털 스크린을 만질 때 사실감이 훨씬 커진다. 또 휴대폰에 전화나 문자가 올 때 진동을 주는 기술인 햅틱(haptic)은 매우 일반화되었다. BMW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인 아이드라이브(iDrive)에도 햅틱 기술이 도입되어 운전자는 자동차의 느낌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감각 마케팅을 기업이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품의 특성과 형식적 내용 외에 브랜드의 정서적, 감각적, 가치 지향적 특성, 즉 브랜드 영혼(brand soul)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제 브랜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머리와 심장을 지닌 생명체다. 놀랍지 않은가?

글 :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이사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운영자)

* 이 글은 교보문고의 북모닝CEO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