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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가 춘향전을 축제, 뮤지컬, 영화, 패러디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본 다음에 쓴 글입니다.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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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 판소리, 축제, 영화, 뮤지컬 그리고 방자전으로의 진화

2010년 4월에 남원에서 열리는 춘향제에 갔다. 이 축제는 1931년에 시작되었으니 역사가 80년이나 되는 우리나라 최고의 축제이다. 더구나 한 지역의 고유한 특성이 담긴 향토적인 이야기이고 신분 차이를 뛰어넘은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제 다른 지자체들의 축제들이 많이 생기면서 춘향제의 인기는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스토리가 있지만 사랑 이야기인 춘향전과 함께, 효성 이야기인 심청전, 우애 이야기인 흥부전, 권력 남용과 간음을 경계하는 이야기인 배비장전은 우리나라 4대 이야기로 손색이 없다. 영국의 문호 셰익스피어가 쓴 4대 비극으로 햄릿, 오셀로, 맥베스, 로미오와 줄리엣이 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데 반해, 우리나라의 멋진 이야기들은 전 세계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 춘향전은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닌가? 우리나라 4대 이야기는 셰익스피어처럼 비극이 아니라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인기가 덜하는 것일까?

그런데 판소리 춘향전이 영화로 또 뮤지컬로 바뀌어 서울에서 공연이 이루어졌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글로벌컬처DNA와 극단한국이 강만희 연출로 제작해 서울 정동에 있는 제일화재 세실극장에서 2010년 6월에 공연되었다.

공연팀은 한국인 팀과 외국인팀 두 개가 있는데 외국인팀에는 춘향, 이몽룡, 방자, 변사또 등 주요 인물들이 외국인이고, 월매와 향단은 한국인이다. 이들 외국인 배우는 유창한 우리나라 말로 대사를 말해 독특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이 뮤지컬에서 춘향 역할을 맡은 사람은 파라과이와 미수다(미녀들의 수다) 출신의 아비가일이 맡았고, 방자에는 모로코 출신의 아비드가 맡았다. 나는 한국인팀이 공연했을 때와 외국인팀이 공연했을 때 따로따로 관람을 했는데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춘향전에 대한 영화는 사실 많다. 2000년에 임권택 감독이 만든 ‘춘향뎐’이 특히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춘향과 몽룡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던 과거와는 달리 방자 관점에서 패러디를 한 ‘방자전’이 새로 나왔다. 이야기의 참신함과 좋은 연기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과거 춘향전에서 방자는 조역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방자전’에서는 방자가 주역으로 나오는데 춘향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영화 중에 나오는 마영감은 매우 독특한데 방자가 춘향이를 유혹하는데 결정적인 멘토로 나온다. 이몽룡이가 남원에서 서울로 갈 때 방자는 아예 남원에 남아 춘향이와 같이 살아 버린다.

이몽룡은 변사또와 과거 동기(요즘으로 말하자면 행시 동기)로 서로 알고 지내는 관계이다. 하지만 조정의 내시가 어사로 나가는 이몽룡에게 단순히 어사로만 가면 이름을 날리지 못하니 어사 활동에 대한 멋진 이야기를 만들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아주 영양가 있는 귀띔을 해준다. 그래서 미담(아름다운 이야기)에 눈이 먼 이몽룡은 남원에 가서 춘향이와 함께 깜짝 쇼를 하기로 하고 남원 조정에서 춘향이가 변사또에게 고초를 당할 때 이몽룡이 불쑥 나타나 변사또를 응징한다. 영문을 모른 변사또는 이 쇼의 희생자로 전락하고 마는데, 이 영화에서 변사또의 엉성한 연기는 일품이다.

그 후 몽룡은 춘향이와 같이 살게 되지만 춘향이와 방자의 관계를 알고서 절벽에서 춘향이를 밀어 뜨려 춘향이를 바보로 만든다. 그런 춘향이를 방자는 산 속에 들어가 같이 살게 된다. 그러다가 방자는 자신이 겪은 이 이야기를 당시 유명한 작가에게 낱낱이 말해주고 우리가 알고 있는 정절 지키는 춘향이 이야기로 각색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래서 우리는 왜곡된 춘향이 미담 이야기를 진짜인 양 알고 속고 살아왔다.

방자전은 춘향전의 패러디다. ‘음란서생’ 영화를 감독했던 김대우 감독이 ‘방자전’을 또 감독했다고 하여 고전적인 섹스물로 봐서는 안 된다. 상상력이 넘치는 스토리 전개가 돋보이는 패러디 춘향전으로 봐야 한다. 방자전이 내거는 슬로건이 무엇인가? ‘은밀한 색, 농익은 해학, 과감한 상상’이 아니던가? 방자전에 대해 남원시는 사실이 왜곡되었다고 극렬 반대하고 있지만 나는 방자전이 오히려 춘향전과 춘향제에 대한 인기를 크게 높여줄 것이라고 본다.

스토리텔링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 방자전을 꼭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나서 향단이를 주인공을 만들어 새로운 영화 스토리를 만들어 보기 바란다. 아니면 흥부전에서 흥부를 주인공을 하지 말고 놀부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보라. 재미있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아주 많이 튀어 나올 것이다.

글 :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이사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