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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름: [디지털 사이니지 혁명]
저자 : 나카무라 이치야, 이시도 나나코
출판사: 커뮤니케이션북스
출간일: 2010년 6월

한 나라의 문명 수준이 얼마나 높은 지를 알려면 하늘 높이 올라가서 밤이 된 지구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어느 국가나 어느 지역이 밝게 나타나면 그 지역의 문명 수준이 높다는 것이다. 밤이 밝으면 밤을 낮처럼 생각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마련인데, 이들을 호모 나이트쿠스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야간 활동 인구가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사람들의 이목을 받고 싶은 간판, 광고판들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제 광고판이 형형색색 밝고 반짝거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좀더 독특한 디자인과 눈에 잘 띄는 정보가 적절하게 나타나야 광고 효과가 크다. 이제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발달하여 꼭 어두운 곳에서만 이런 전광판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제는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기술이 충분히 발달되어 디지털 간판, 즉 디지털 사이니지가 급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를 간단히 말하면 어떤 것일까? 야외나 가게 앞, 공공장소나 교통기관 등 여러 장소에 이런저런 크기의 전자적 화면을 설치하여 이를 통신 네트워크와 연결해 정보를 전달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우리가 극장에 가서 표를 사려고 할 때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 전광판이 있다. 이 전광판에는 상영 스케줄이나 빈 좌석이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리얼타임으로 알려주고 있다. 매우 편한 정보시스템인데 이것이 바로 디지털 사이니지다. 또 지하철을 타면 자신이 타고 있는 열차가 어떤 역에 곧 도착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디지털 전광판이 있는데 이것 또한 디지털 사이니지다. 길거리를 지나가다가 대형 건물의 벽면을 보면 커다란 디스플레이가 있어서 멋있는 의상을 입은 여성이 걷고 있는 동영상을 보게 되는데 이것도 디지털 사이니지다.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의 규모는 얼마나 될까? 전 세계 시장 규모는 6000억 엔이다. 이중에 40%, 즉 2300억 엔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 전체 옥외광고의 27%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점유하고 있다. 미국 전체에 매장이 3150개나 되는 월마트를 비롯하여, 베스트바이, 샘스클럽, 코스트코 같은 대형 유통체인 매장에 가면 상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처럼 유통체인에 정보를 제공하는 회사인 프리미어 리테일 네트워크 회사는 활황을 맞고 있다. 철도역과 버스에 광고와 뉴스, 일기예보, 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타이탄 월드와이드 회사도 잘 나가고 있다.

일본의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도 무시할 수 없다. 2008년 일본의 경우 시장 규모는 전 세계의11%에 해당되는 649억 엔인데 2007년에 비해 114% 늘어난 규모다. 2015년에 이르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무려 1조 엔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일본에서는 2007년 6월에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통신 네트워크 업체, 광고/콘텐츠 업체들로 구성된 디지털 사이니지 컨소시엄이 결성되었는데 이 조직은 앞으로 일본을 세계 최고의 디지털 사이니지 대국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더구나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매우 유망한 사업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요 미디어의 전개 과정을 보면, 신문, 라디오 시대를 거쳐 TV, 컴퓨터, 휴대전화시대로 진화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그 다음의 차세대 미디어는 과연 무엇일까? 디지털 사이니지 시대가 온다는 것이 이 책 ‘디지털 사이니지 혁명’의 저자인 나카무라 이치야와 이시도 나나코의 주장이다.

이 저자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새로운 광고 미디어로 주목 받는 이유로 네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 동영상과 음악을 사용할 수 있다. 둘째, 특정한 장소나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셋째, 디스플레이 단말기마다 콘텐츠를 제어할 수 있다. 넷째, 장기적으로 보면 광고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일반적인 종이 포스터와 비교해보면 디지털 사이니지의 이러한 장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일본은 자동판매기 천국이다. 일본 전역에 560만 대의 자동판매기가 설치되어 있고 자동판매기에서 판매되는 상품들만 사더라도 얼마든지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품 구색도 정말 다양하다. 그래서 2006년 자동판매기 매출이 7조 엔을 넘었다. 현재에도 자동판매기 안에 액정화면이 있어 다양한 광고가 적절하게 나오고 있지만 자동판매기에 디지털 사이니지가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 사이니지에도 문제가 있다. 우선 기술적 표준이 없고, 둘째, 광고거래의 지표가 통일되어 있지 않아 시청률 조사나 지표가 각각 달라서 광고비 설정의 근거가 약하다. 셋쨰, 저작권의 처리 규칙이 명확하지 않아서 콘텐트 제작과 전송에 어려움이 있다. 마지막으로 대중들에게 제시할 윤리 규정이 없어 콘텐츠를 만들기가 어렵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용도가 다양하고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표준 설정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 것이다. 표준화 문제가 해결된다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확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도 2009년 1,000억 원 규모에서 2015년 2,700억 원 규모로 세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광고업계의 떠오르는 시장이다.

요즘 서울 지하철 역에 가면 벽면에 직사각형 모양의 설치물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설치물 가운데에는 LED(자체발광다이오드) 화면이 자리잡고 있다. 앞으로 가서 보면 누가 보고 갔던지 LED 화면에 뉴스기사가 떠 있다. 기사를 빨리 읽고 화면을 살펴보니 화면 밑에 버튼 여러 개 중 한 버튼을 누르자 지하철역 정보가 나온다. 다른 버튼을 누르면 신문기사, 동영상, 교통상황, 그리고 지하철역 로드맵까지 나온다. ‘다음’이 개발한 이 설치물의 이름은 ‘디지털뷰’인데 이 또한 디지털 사이니지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시각에 그치지 않고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으로 진화발전하고 있다. 또 건물 외벽 전체에 예술적으로 비디오 영상 표현을 하는 미디어 파사드(media Façade)도 선보이고 있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건물에서 바로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서울 5호선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를 지나 한강 밑을 지나다 보면 지하철 터널 외벽에 동영상 광고가 지하철의 이동 속도에 맞추어 자연스럽게 전개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만약에 기업에 있는 분이 이 서평을 읽고 있다면 이렇게 놀라운 속도로 확산되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기업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우선 디지털 사이니지에 얼마나 다양한 형태가 있는 지를 폭넓게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사 브랜드를 어떤 디지털 사이니지에 적절히 담아 알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 도심 같은 외부 지역에 광고 목적으로 디지털 사이니지를 활용하는 것 외에 자신의 회사 안에서 생산 효율성을 높이거나 고객 서비스 제고 차원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글 :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운영자)

* 이 글은 교보문고의 북모닝CEO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