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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드앤리더의 김민주 대표이사가 번역한 책이 이번 12월에 나왔습니다. 책 제목은 [은밀한 갤러리]입니다. 현대미술 시장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깊숙이 분석한 책인데, 깊이도 깊이지만 재미도 있습니다. 아래 내용은 이 책에 대해 김민주 대표가 쓴 서평입니다.

책 제목 : 은밀한 갤러리

저자 : 도널드 톰슨
역자 : 김민주, 송희령
출판사 : 리더스북(웅진씽크빅)
출간일 : 2010년 12월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미술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었다. 1980년 후반과 1990년대 초반에 미술 시장이 크게 활성화된 이후 침체기에 빠져들었다가 최근 들어 다시 붐을 탄 것이다. 예전에는 미술품이 미술 작가와 화랑, 그리고 구매자 간에 거래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한된 유통 채널을 가졌다. 따라서 화랑의 농간에 의해 미술 작품 가격에 거품이 끼기 쉬었고, 가격 폭락에 실망한 구매객들은 미술 시장에 환멸을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1990년 초반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 미술 시장은 된서리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갤러리(화랑)의 수준이 올라갔고 갤러리의 국제화도 많이 진행되었다. 구매자들의 수준도 한 단계 올라서서 좋은 그림과 그렇지 않은 그림을 판별할 수 있는 안목도 예전에 비하면 크게 늘어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술 경매 시장이 활성화되었다. 예전의 밀실 미술 시장에서 이제 공개된 미술 경매 시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서울옥션이나 K옥션 같은 대형 미술 경매 업체도 생겼고, 다른 군소 경매업체들도 생겼다.

원제가 [The $12 million Stuffed Shark(1,200만 달러를 호가하는 박제상어)]인 이 책 [은밀한 갤러리]는 [The Curious Economics of Contemporary Art and Auction Houses]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현대미술 시장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세계 유수 대학에서 경제학과 마케팅을 가르치는 저자, 돈 톰슨이 현대미술계의 주요 인물들을 인터뷰한 다음 시장 구조를 분석하고 어떤 미술 작가의 어떤 작품들이 어떻게 뜨게 되는지를 분석한 것이다.

미술 시장에는 생산자인 미술 작가와 소비자인 컬렉터와 개인 구매자, 그리고 다양한 유통채널인 딜러, 갤러리, 경매회사, 아트페어, 그리고 비평가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한다. 독자 여러분들은 미켈란젤로, 라파엘, 고흐, 고갱, 렘브란트, 샤갈, 피카소와 같은 현대 이전의 작가들은 잘 안다. 하지만 현대미술로 넘어오면 작가 이름에 익숙치 않다. 삼성 미술 사건 때문에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좀 익숙해졌을 것이고 캠벨 수프를 그린 앤디 워홀은 미디어에서 자주 언급해주는 바람에 이제 좀 익숙해졌다. 하지만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같은 작가는 아직도 낯설다.

1965년에 태어난 영국 미술 작가인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는 1989년 골드스미스 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그 이듬해인 1990년 친구인 칼 프리드먼(Carl Freedman)과 함께 갬블러(Gambler)라는 창고 전시회를 큐레이팅한다. 유명한 수집가인 찰스 사치가 허스트의 설치미술 작품 [천년 동안 (A Thousand Years]] 을 직접 보러 왔는데 입을 딱 벌렸다. 그 작품은 삶과 죽음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었는데, 수 많은 파리들이 알을 까면서 썩은 소머리가 설치된 건너편 유리장 속으로 옮겨가기 위해서 유리장 속에서 붕붕대고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벌레를 쫓는 전자파 장치 때문에 파리들은 그 소머리 쪽으로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 천 년 동안이라는 작품을 구경했던 한 관람객은 며칠 후에 와서 그 작품을 다시 보았는데, 그 때 그 소의 머리는 며칠 전보다 훨씬 더 작아져 있었고, 죽은 파리들의 숫자도 훨씬 더 늘어나 있었다. 그런 작품을 찰스 사치는 이 해괴망측한 작품을 구입한 것은 물론이고, 허스트가 다음 작품을 만들 때에 재정적 지원을 해주겠다는 약속까지 한다.

1991년 허스트는 사치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작품을 제작한다. 프리즈(Freeze)라는 잡지 첫회이자 마지막회 인터뷰에서 허스트는 왜 상어를 작품으로 만들게 되었는지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나는 사람들의 느낌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사실 상어는 인간보다 훨씬 덩치가 큰 동물이어서 인간에게 무서운 느낌을 준다. 특이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상어와 마주치게 되면 두려움이 훨씬 더 크다. 상어는 죽었을 때 꼭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고, 반대로 살아있을 때에는 죽은 것처럼 보인다.'

허스트는 작품 제목을 특이하게 달아서 그 때문에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하는 마케팅 방식을 사용했는데, 물론 그렇게 작품 제목을 정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만일 그 박제 상어 작품의 제목을 평범하게 상어Shark 라고 정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 작품을 보는 관람객들이 ‘그럼 상어가 상어지 뭐야?’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제목이 아니라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이라는 특이한 제목을 붙이자, 관객들은 도대체 그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작품 제목에 대해 작품만큼이나 많은 관심과 말들이 오가게 되었다. 2005년 미술계의 많은 사람들 관심 속에서 그 상어 조각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은 스티브 코헨에게 고액에 팔려나간다. 미술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바로 이런 식이다.

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은 누구일까. 사람에 따라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이 책의 저자인 돈 톰슨은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아래처럼 25명의 작가를 추천했다. 여러분이 혹시 현대미술 작품에 투자하려 한다면 참고하기 바란다. 이 책의 이름에 들어가 있는 상어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을 설치한 데미안 허스트도 아래 리스트 12번에 보인다.

* 현대미술계를 대표하는 25명의 작가 *

1.재스퍼 존스 (미국, 1930-)
2.앤디 워홀 (미국, 1928-87)
3.게하르트 리히터 (독일, 1932-)
4.부르스 나우만 (미국, 1941-)
5.로이 리히텐슈타인(미국, 1923-97)
6.로버트 로젠버그 (미국, 1925-)
7.요셉 보이스 (독일, 1921-86)
8.에드 루샤 (미국, 1937-)
9.프랜시스 베이컨 (아일랜드/영국, 1909-92)
10.루시안 프로이드 (영국, 1922-)

11.사이 톰블리 (미국, 1928-)
12.데미안 허스트 (영국, 1965-)
13.제프 쿤스 (미국, 1955-)
14.마틴 키픈버거 (독일, 1953-97)
15.도널드 저드 (미국, 1928-94)
16.윌렘 드 쿠닝 (미국, 1904-97)
17.다카시 무라카미 (일본, 1928-87)
18.피터 피슬/데이비드 바이스 (스위스, 1952/54-)
19.리처드 세라 (미국, 1939-)
20.안토니 타피에스(스페인, 1923-)

21.마우리치오 카텔란(이태리, 1960-)
22.안드레아스 구르스키 (독일, 1955-)
23.데이비드 호크니 (영국, 1937-)
24.리처드 디벤콘 (미국, 1922-93)
25.쟝-미셀 바스키아 (미국, 1960-88)

이 책을 보면 현대미술에 대해 정말 많이 알 수 있다. 현대미술 작가들의 이름과 화풍은 물론이고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과 화이트 큐브(White Cube) 같은 유명한 아트 딜러들의 마케팅 방법, 찰스 사치(Charles Saatchi) 같은 영향력 있는 컬렉터들의 면모를 알 수 있다. 또 크리스티, 소더비 같은 경매 회사, 그리고 네델란드의 마스트리히트 아트페어, 스위스의 아트 바젤, 미국에서 열리는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Art Basel Miami Beach), 런던의 프리즈 아트페어 같은 4개의 아트페어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다. 그외에도 유명한 미술관, 큐레이터, 비평가, 그리고 미술 투자하는 안목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도 많이 알 수 있게 된다. 미술에 대한 여러분의 안목을 한 단계 높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