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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리드앤리더의 김민주 대표이사가 번역한 책 '폴트라인(Fault line)'이 이번 2월에 나왔습니다. 2008년 미국 경제 위기를 2005년에 예측한 바 있는 라구람 G. 라잔은 경제 위기의 원인을 미국내 계층간 소득 불평등 심화와 방만한 금융 대출에서 찾고 있습니다.

제목 : 폴트라인
부제 : 보이지 않는 균열이 어떻게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가
저자 : 라구람 G. 라잔
역자 : 김민주, 송희령
출판사 : 에코리브르
출간일 : 2011-02

우리는 지질학에서 말하는 단층(fault)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지각을 이루는 암석에 생기는 균열을 말하는데 지진은 단층이 있는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단층이 이루어진 면을 단층면이라고 하고, 선 관점으로 보면 단층선(fault line)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단층선은 미국 경제 현상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시카고대 경제학자인 라구람 라잔은 주장하고 있다. 미국 경제와 세계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잘 알았기 때문에 라구람 라잔(Raghuram G. Rajan)은 일찍이 2005년에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고한 바 있다. 2005년에 그는 "금융의 발달이 세계를 더 위험하게 했는가(Has Financial Development Made the World Riskier?)"라는 논문을 제출하여, 논쟁을 일으켰던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 제공자는 과연 누구일까? 골드만삭스 같은 미국의 투자은행의 과도한 금융투자와 미국 정부의 방만한 금융완화를 지적하기 쉽다. 하지만 과연 금융당사자들만 비난을 받을 수 있을까? 경제 전반을 깊이 진단해보면 많은 경제주체들이 모두 원인제공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라잔은 미국 국민의 실질소독이 생계비에 미치지 못해 가계적자를 겪고 있어 소득불평등이 심화되었고, 재산이 늘어난 상위 사람들이 정부의 느슨해진 금융완화정책을 이용해 금융기관을 통해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주택자금을 지나치게 제공하다가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일으킨 단층선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라잔이 진단한 미국 금융위기의 첫번째 단층선은 미국내 계층간 소득 불평등과 정치적 압력으로 인한 금융완화 현상에 나타난다. 경제적 불평등과 실질소득 감소가 지속되면서 상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고 경제안정을 해쳐 금융위기까지 불러왔다. 라잔 교수는 "1976~2007년 만들어진 실질소득 증가분의 58%가 상위 1% 가계로 집중됐다"며 "여기에 대한 정치적 대응은 가계대출을 늘리는 것이었고 이것이 금융붕괴로 이어졌다"고 지적한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1975년에서 2005년 사이에 소득 상위 10퍼센트에 속한 고위 소득자의 임금 증가율은 하위 10퍼센트 소득자의 임금 증가율보다 65퍼센트 더 높았다. 1975년 상위 10퍼센트 사람들의 평균소득과 하위 10퍼센트 사람들의 평균소득을 비교한 소득 10분위 배율(상위 10퍼센트의 평균소득을 하위 10퍼센트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수치)은 3이었는데, 2005년에는 5이상으로 증가했다. 소득 증대는 상위 10퍼센트에서만 두드러졌다. 하위 10퍼센트 소득층과 중간 소득층 사이의 소득 격차는 그렇게 심하지 않은 반면에, 중간층과 상위층 사이의 소득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두번째 단층선은 국가간 무역에서 나타난다. 중국 독일 일본 등은 구조적으로 수출의존 경제라는 '단층선'을 지니고 있는데 이것이 미국과 유럽 내부의 단층선과 충돌하면서 세계적 금융•경제위기라는 지진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세번째 단층선은 국가간 금융체제의 차이에서 나온다. 미국과 영국의 금융시스템은 투명한 데 반해 개발도상국의 금융시스템은 불투명한 경우가 많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를 미리 예측한 사람은 라잔만은 아니었다. 케네스 로고프, 누리엘 루비니, 로버트 쉴러, 윌리엄 화이트는 미국 주택가격과 가계 부채의 높은 수준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했다. 니알 퍼거슨(Niall Ferguson) 같은 역사학자도 과거에 비참한 말로로 마감한 경기 호황을 거론하며 당시 미국경제에 경고를 하곤 했다.

인도 출신의 라구람 라잔은 시카고 대학의 교수로 오래 근무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후 다시 시카고대로 돌아와 시카고대 부스(Booth) 경영대학원의 석좌 교수로 현재 재직하고 있다. 2003년에는 미국금융학회에서 40세 이전의 탁월한 금융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피셔 블랙 상(Fischer Black Prize)을 수상했을 정도로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다. ‘Saving Capitalism from the Capitalists’ 책을 공저로 쓰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능력에 비해 지나치게 소비를 많이 하여 빚을 지고 있고,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의료비가 지나치게 비싸 빚도 많고 복지수준도 낮다. 또 미국 제품의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면 되는데 금융 분야의 파워가 세기 때문에 함부로 달러 가치를 낮출 수도 없다.

이처럼 미국 경제의 문제점을 모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치적, 사회적 이유 때문에 비관적인 진단을 애써 회피하는 것이 문제다. 또 수출주도형의 국가들과 미국의 국제경제 정책의 협력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정치적 압력을 통해 국제협력이 일시적으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미국 자체가 제도 개혁과 소비 행태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미국 쇠퇴는 불가피하다. 미국의 운명은 미국인에게 달려 있다.

2008년 경제위기에 대한 많은 경제학자들이 진단을 내렸다. 케네스 로고프와 카르멘 라인하트가 함께 쓴 ‘이번엔 다르다’와 누리엘 루비니 교수와 스티븐 미흠 교수의 공저 ‘위기 경제학’이 대표적이다. 이 진영에 라구람 라잔이 쓴 ‘폴트 라인’이 가세했고, 이 책의 가치를 인정한 골드만삭스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책을 2010년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로 선정했다.

목차

감사의 글
머리말
01 가계 대출로 국민의 입을 막아버리자
02 경제 성장을 위한 수출
03 무분별한 외채 도입
04 취약한 안전망
05 하나의 버블에서 또 다른 버블로
06 돈이 모든 가치의 척도가 될 때
07 금융권의 리스크 베팅
08 금융 개혁
09 어떻게 해야 미국에서 기회를 늘릴 수 있을까
10 꿀벌의 우화를 재현하고 있는 오늘날 세계 경제
맺음말

저자 : 라구람 G. 라잔 (Raghuram G. Rajan)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경제학자를 역임했다. 현재 시카고 대학교 부스 경영대학원 에릭 글리처(Eric J. Gleacher) 석좌교수이며,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이다. 지은 책으로 《시장경제의 미래(Saving Capitalism from the Capitalist)》가 있다. 2003년에는 미국금융협회가 40세 이하 금융경제학자 중 최고 석학에게 수여하는 피셔 블랙 상(Fischer Black Prize)의 첫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설문 조사한 세계 경제 위기 이후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