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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스(emars) 사례분석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민주 대표입니다.

이틀 전에 ‘블랙 스완(black swan)’ 영화를 봤습니다. 아카데미상을 받기 전부터 이 영화를 보려고 벼르다가 목요일 밤에 와이프와 같이 영화를 봤지요. 우리 모두 이 영화에 몰입이 되어 봤는데 정말 잘 만든 영화더군요.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을 받은 나탈리 포트먼(Natalie Portman)도 연기를 정말 잘 하구요. 영화 ‘레옹(Leon)’에 나왔던 발칙한 여자 꼬마 '마틸다'가 바로 나탈리 포트먼이 어렸을 때 모습이었다는 사실 모두 잘 아시죠?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작품인 ’백조의 호수’의 프리마 돈나(prima donna) 자리를 놓고 극단 내부에서 벌어지는 영화인데 나탈리 포트먼(극중 이름은 니나)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가 마침내 정신분열까지 일으키게 됩니다. 현실과 환상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거지요.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발레 공연을 대성공으로 마무리하고 상처를 입고서 그만 쓰러지고 마는데, 그 때 나탈리 포트먼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 인상적입니다.

“I felt it.

I felt perfect.

I was perfect.”

‘완벽함의 추구’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이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여러분께서도 때때로 이런 경험을 몇 번 해봤으리라 봅니다. 조금 느슨하게 일을 하고 싶어도 그러면 경쟁자가 자신을 추월하니 디테일한 데까지 신경을 곤두세워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거지요. 그런데 이런 것이 자기파멸적이어서는 정말 안 되겠지요.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나탈리 포트먼 연기에도 탄복했지만 예술감독 역할을 하는 사람에도 많은 흥미를 가졌습니다. 이 예술 감독은 나탈리 포트먼에게 프리마 돈나 배역을 맡기면서 착한 백조 말고 사악하고 본능적인 흑조(black swan) 역할을 잘 하도록 유도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나탈리 포트먼은 처음에는 그러한 요구를 거절하다가 다른 발레리나가 자신의 자리를 빼앗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본능에 맡겨가며 차차 변신시켜 나갑니다. 나탈리 포트먼을 변신시키려는 예술감독의 작전이 성공하여 발레 공연은 대성공을 거둡니다. 리더십과 동기부여의 승리라고나 할까요?

정말 잘 만든 영화이니, 아직 이 영화를 안 보셨다면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블랙 스완 효과(black swan effect)’라는 말이 있는 것 아세요? 지금으로부터 300여 년 전인 1697년에 영국의 자연학자인 존 라삼이 호주 서부에 있는 스완강에서 하얀 백조가 아니라 검은 흑조를 발견하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백조는 당연히 하얗다고 생각했는데 그 선입견이 일거에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발견은 그 당시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충격을 주었지요. 이처럼 발생 확률이 매우 적어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the highly improbable)이 실제로 발생하여 세상에 엄청난 충격 효과를 주는 것을 블랙 스완 효과라고 합니다.

이런 일은 사실 우리 주위에서도 틈틈이 일어나곤 합니다. 2008년의 전 세계 금융 위기도 그렇고 북한의 연평도 폭격도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이 블랙 스완 효과에 대해서는 레바논 출신의 니콜라스 탈레브가 쓴 ‘블랙 스완’ 책에 상세하게 나옵니다. 블랙 스완 현상은 앞으로 더욱 자주 나타날 것 같아 제가 이번에 쓴 책 ‘경제 법칙 101’에 포함시키기도 했습니다. 경제 현상으로 나타나는 법칙이나 효과, 신드롬, 역설, 저주, 원리들 중에 101개를 골라 흥미롭게 소개한 책인데,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에서 나왔지요.

이번에 저는 ‘폴트 라인(Fault line)’ 책도 번역해 출간했습니다. 폴트 라인이란 땅 밑의 지각판들이 서로 충돌할 때 생기는 접촉면을 말합니다. 지각판 밑의 맨틀(mantle)이 움직이면서 지각판들이 서로 충돌하는데 이 때 지진이 발생하지요. 경제 현상도 지질 현상과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위기가 지진에 해당된다면 금융위기의 보다 근본적인(fundamental) 원인은 지각판과 맨틀의 이동에 해당된다는 논리입니다. 시카고대학 교수인 라구람 라잔은 과거에 소득계층간의 소득 불평등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면 항상 경제위기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물론 2008년에도 소득 불평이 한계치를 벗어났지요. 이 책은 골드만삭스와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2010년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번역한 또하나의 책으로 ‘은밀한 갤러리’가 있습니다. 이 책은 지난 연말에 출간되었는데, 현대미술 시장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했습니다. 2년 전에 이미 번역을 해서 출판사에 넘겼는데 당시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리다가 이제서야 출간되었지요. 캐나다 요크 대학의 도널트 톰슨 교수가 갤러리, 아트페어, 경매회사, 딜러, 콜렉터 등 미술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 중심으로 현대미술 시장을 심층 분석했는데 글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이 책은 요즈음 예술 분야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3주 전에 지인과 함께 창덕궁 근처의 북촌 원서동에 있는 은덕문화원에 가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곳은 북촌의 일부인데 원불교 서울교구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으로, 종교와 관계없이 여러 행사가 열립니다. 이 날 이선종 은덕문화원장님과 함께 4시간에 걸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저녁식사도 했습니다. 은덕문화원은 운치있는 한옥으로도 매우 유명합니다. 우리나라 문화 지도자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데 여러분도 한번 찾아가 보세요. 은덕문화원 바로 옆에는 사랑방 공간인 ‘싸롱 마고’도 있어 음료를 마시며 정담을 나누기에 좋습니다. 마고는 어감상 서양 사람 이름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나라 신화에 나오는 할머니 이름입니다.^^

저는 이번 주에 전시회 두군데를 가려고 합니다. 용산에 있는 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실크로드와 둔황)’전시전과 서초동에 있는 예술의 전당에서 오픈 중인 오스트리아의 ‘훈데르트 바서’ 전시전이죠. 그런데 혜초가 쓴 책 이름이 왜 '왕오천축국전'일까요? 통일신라 당시에 중국 사람들은 인도를 '천축국'이라고 불렀는데 인도가 통일되지 않아 나라가 다섯 개 있었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다섯 나라에 갔다 왔다'는 의미로 왕초천축국전이라 책 이름을 정한 것입니다.

그럼, 한 달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