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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따라서는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시장이 있다. 제품 소비나 사용이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으며 구매 주기도 길고, 갖고 싶어서가 아니라 단지 필요하기 때문에 구입하게 되는 제품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타이어나 엔진 오일, PC, 반도체가 그렇다. 이런 제품들은 최종적으로는 소비자들에 의해 사용되지만 완제품 형태로 직접 판매되기보다 산업 용품으로서 기업에 판매되는 비중이 훨씬 크다. 즉 다른 산업에 중간재 형태로 제공되는 산업재이다.

산업재 시장에서는 최종 소비자의 브랜드 인지도보다 직접 거래하는 산업 고객의 평가가 더 중요시되어 왔다. 그래서 소비자 대상의 광고나 홍보는 등한시 되어왔다. 그런데 최근 중간 산업재 기업들도 자사의 광고를 통하여 소재 브랜딩이라는 새로운 마케팅 조류를 이루고 있다. 게다가 요즈음 산업재 광고는 소비자의 이성에 소구하지 않고 감성에 호소하는 선진 기법도 잘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소재 브랜딩의 대표적인 예가 1989년부터 끊임없이 ‘Intel Inside’를 각인시키는 인텔사의 광고다. 그리고 국내 기업 중에는 포스코가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2000년 6월부터 ‘소리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라는 동일한 카피의 시리즈 광고 8편을 내보냈다. ‘디지털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라는 광고를 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전문메이커 삼성 SDI는 작년 7월부터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은 월드컵 가수 윤도현을 내세운 광고를 대대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2000년 11월부터 TV와 인쇄매체에 광고를 하고 있는 자동차부품 업체인 현대모비스는 승용차의 내부 부품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최첨단 모듈카’를 앞세워 첨단 부품업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회사들이 소비자 대상의 광고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여 소재 브랜드를 구축하려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첫째, 기업 이미지 제고에 있다. 자동차 부품 전문업체인 현대모비스도 업계 위상은 높지만 소비자의 인지도는 매우 낮았다. 그런데 광고를 내보낸 후 기업에 대한 인지도와 이미지가 대폭 개선되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50% 수준이던 기업인지도가 광고 이후 80%까지 높아졌고 주가도 많이 상승했다. 또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자긍심도 높아졌으며 신입 사원 채용시 우수 인력 확보가 훨씬 용이해졌다.

두번째 이유는 파생수요 때문이다. 최종소비자의 요구가 없으면 중간상인들은 마진이 높은 중간재를 사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광고를 통해 알게된 중간재 브랜드를 중간상에게 요구한다면 중간상은 어쩔 수 없이 제공을 해야 한다. 중간재 브랜드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종전에는 자동차 소모품인 엔진오일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가 낮았다. 그러나 SK㈜가 지크라는 브랜드의 엔진 오일을 광고함에 따라 소비자들이 자동차 정비소에서 지크를 넣어달라고 요구하게 된 것이다. 자동차 정비업소는 어쩔 수 없이 지크를 준비해야만 했다.

이제는 최종소비재에만 브랜드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간재에도 브랜드가 중요하다. 중간재 브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면 결국 부가가치가 훨씬 떨어지는 범용상품에 불과할 뿐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www.emars.co.kr)

[비즈넷타임즈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