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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불황기가 되어 디마케팅이 유행이다. 요즘 유행하는 디마케팅은 수익성 확보를 위한 것이지만, 사실 디마케팅은 불황기에만 해당되지는 않는다. 공익 이미지를 위한 디마케팅도 있고, 귀족 이미지를 위한 디마케팅도 있다. 또 일시적으로 공급과 수요가 차질을 빚을 때 수급조절을 위한 디마케팅도 있다. 그런데 매장에 오는 고객들이 비슷한 수준이 되도록 잘 컨트롤하는 물관리형 디마케팅이 재미있다.

‘슬리퍼와 군복은 출입 금지’

홍익대 앞의 수 많은 클럽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클럽 내 ‘물 관리’를 위해 클럽에 맞지 않는 복장과 신분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많이 팔아 남기기도 아까운 장사에 왜 오는 손님을 내쫓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업소들은 나름대로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 물 관리 디마케팅을 실시 중인 것이다.

얼마 전에 회사에서 회식할 장소를 찾고 있었다. 직원 한 사람이 신촌에 재미있는 식당이 있는데 거기 가자고 제안을 하는 것이었다. ‘낙지찜’을 주메뉴로 하는 그 식당은 무엇을 내걸었을까? 남자들만 오면 이 식당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낙지찜이 너무 맛있는 음식인데 남자들끼리 오면 낙지찜을 술 안주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가 꼭 끼도록 규제를 했다. 여자가 끼면 남자들이 술도 덜 마시고, 분위기도 더 좋아질 것이라는 논리다. 또 남자만 오면 안 된다는 것이 소문이 나면 좋은 홍보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이러한 디마케팅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주크, ENC와 같은 유명 여성 의류 브랜드를 보자. 중형 사이즈 이상의 옷은 판매하지 않는다. 늘씬하고 몸매가 예쁜 여성들이 자사의 옷을 입고 다녀야 광고 및 홍보도 되고 인기를 끌기 때문이다. 몸이 다소 통통한 여성은 아무리 예쁜 이 브랜드들의 옷을 찾아도 사이즈에 맞는 옷을 구매할 수 없다. 이 업체들은 이런 이유에서 애초부터 통통한 여성이나 체격이 큰 여성을 위한 옷은 제작하지 않는 디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

매년 4월에 미국에서 열리는 마스터즈 내셔널 골프 대회는 오거스타 골프클럽이 주관을 한다. 미국 최상류층 인사와 우량 기업만이 회원으로 되어있는 이 골프 클럽은 폐쇄적인 운영으로 유명하다. 가입을 희망하는 빌 게이츠도 아직 가입을 못하고 있다. 여성 또한 회원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기존 고객이 골프장 내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리지 않고 편하고 느긋하게 골프를 치게 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물관리 마케팅은 언뜻 보면 `고객을 배반하는 행위'로 마케팅의 원리에 충실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필터링(Filtering)’을 통한 이미지 제고와 우량고객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마케팅의 기본 원칙에 매우 충실한 기법이다. 디마케팅은 마케팅의 반대 개념이 아니라 마케팅 기법의 한 종류다.

㈜리드앤리더 대표이사 김민주

* 이글은 필자가 비즈넷타임즈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