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대표가 4월에 사례분석가에게 보내는 글입니다. (2014-04-13)


 
  사례분석가 여러분, 안녕하세요.
리드앤리더의 김민주 대표입니다.

최근 뉴스를 보니 프랑스의 부화공장에서는 병아리 감별사가 이런 끔찍한 일을 하더군요. 달걀에서 갓태어난 병아리들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나오면 감별사가 암수를 구별해서 수평아리를 그라인딩 머신으로 곧장 보내 죽이는 겁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을 할까요?

수평아리와 암평아리를 함께 기르면 생장속도가 빠른 수평아리가 먹이를 독차지하지요. 그러면 먹이가 부족한 암평아리의 성장이 더욱 늦어져 사료비는 더 많이 들게 되겠지요. 부화공장 입장에서는 알을 낳는 암평아리만 중요하니 수평아리를 이렇게 처리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말해 상품가치가 높은 암평아리를 위해 수평아리가 전적으로 희생되는 것이죠.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감별사에 대한 인기가 매우 높다고 하더군요. 유럽에도 많이 진출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감별사가 이런 일을 한다는 것이죠.

이런 병아리 학살(hatchery horrors) 뉴스를 보다 보니 제가 최근에 보았던 영화 ‘노아(Noah)’가 생각나더군요. 노아는 모든 동물의 암수 1쌍씩은 모두 자신의 방주에 타도록 하지만 사람은 일부러 밸런스를 맞추지 않습니다.

아들 세 명 중 첫째 아들의 배우자는 할 수 없이 방주에 태우지만 둘째 아들의 배우자는 혼란 속에 죽도록 내버려 둡니다. 방주에서 첫째 며느리가 아이를 낳게 되는데 태어나는 아이가 남자 아이면 살려두지만, 여자 아이면 곧바로 죽이곘다고 말합니다. 신의 뜻과는 다르게 지구를 탐욕과 혼란에 빠뜨리는 사람들이 앞으로 지구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노아는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에서는 그렇게 나오지는 읺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런 흥미로운 플롯을 구성하여 관객에게 흥미를 제공하더군요. 결말은 말하지 않겠습니다.

병아리 부화공장에서 감별사는 생명체를 많이 태어나게 하기 위해 상품 가치 관점에서 수평아리를 죽이는데 반해, 방주에서 노아는 인간을 없애기 위해 여자아이를 죽이는 것이죠. 둘 다 씁쓸한 이야기입니다.

지난 3월 마지막 주말에 저는 고등학교 친구 네 명과 함께 전남 목포에 1박 2일로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아침 5시 20분에 용산역에서 KTX를 타고 내려갔는데 이제까지 여행을 간다고 이렇게 아침 일찍 기차를 타보기는 처음입니다. 이렇게 서두른 이유는 그날 아침 9시 30분에 목포역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죠.

새벽 일찍 출발하니 혹시 기차를 놓칠 사람이 생길 지도 몰라 새벽 4시에 wake-up call 처럼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서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어떤 친구는 집이 일산이라 그 시간에 버스가 없어서 아예 전날 밤에 용산역 근처로 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 중밤에 용산CGV에서 영화 한 편을 느긋하게 본 후 목욕탕에서 몸을 풀고서 용산역으로 뽀얀 얼굴을 하고 나오더군요. 다행히도 기차를 놓친 친구는 없었습니다.

목포역에 내려 근처 식당에서 콩나물국밥으로 몸을 덥히고서 시티투어를 탔습니다. 문화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옛날 일제 시대에 악명이 자자했던 동양척식회사 건물로부터 시작하여, 100여 년이 넘어도 아직도 정말 튼튼한 일본영사관 건물, 그리고 유달산 초입에 있는 노적봉, 바닷가의 갓바위,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을 차례로 들렀지요. 일제 시대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수탈을 당했고, 얼마나 잔인하게 학살당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진들을 보니 정말이지 끔찍했습니다.

우리나라 지도를 보면 호랑이 모습을 띠고 있는데 목포는 호랑이 뒷발에 해당되고 목포 해변 바로 앞에서 솟구친 유달산은 발톱에 해당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예향 목포에는 역시 문화 공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문화유산은 땅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속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바다나 강, 호수, 늪지에 잠겨 있는 인류의 가치 있는 유산을 수중문화유산(Underwater Cultural Heritage)이라고 부릅니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는 신안 앞바다에서 인양한 배를 실물로 전시하고 있었는데 그 규모가 대단했습니다. 이런 수중문화유산을 연구하는 분야를 수중고고학(Underwater Archaeology 또는 Maritime Archaeology)이라고 하더군요. 2012년까지 우리나라 바다에서는 250여 곳에서 문화재가 발견되었는데, 그 중 20여 곳에 대해서는 학술 발굴이 이루어져 고선박 등 문화재 10만여 점이 빛을 보았다고 합니다.

시티투어 버스를 보내고나서 우리는 근처의 다른 박물관, 문학관, 미술관을 관람했습니다. 이 지역은 완전히 박물관 타운이더군요. 목포문학관, 남농기념관, 목포생활도자박물관, 목포자연사박물관, 문화역사관, 문화예술회관이 줄줄이 있었습니다. 일부 박물관에 대해서는 티켓 하나로 함께 볼 수도 있었습니다.

특히 목포문학관에서는 목포가 낳은 여류소설가인 박화성, 극작가 차범석과 김우진, 문학비평가 김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과거 윤심덕과 함께 현해탄에 몸을 던진 사람이 바로 김우진이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지요.

DJ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자 삼학도에는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이 들어섰더군요. 모두 200억 원을 투자해 만들어진 이 기념관은 여러 모로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DJ의 파란만장한 일생, DJ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이유, 노벨상에 대한 다양한 정보, 외국의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정보가 빼곡했습니다. 최근에는 외국의 크루즈 배가 목포항에 들어와 이 기념관을 포함해 목포 시내 여행을 하기도 했더군요. 앞으로 걸출한 한국인이 다른 노벨상을 또 수상하기를 정말 고대합니다.

미향 목포에서 음식 이야기를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남도는 원래 뛰어난 음식으로 유명한데, 바다에서 나오는 고기 음식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이번에 우리가 가본 음식점을 잠깐 소개하면, 금메달식당은 홍어회로, 영란횟짐은 민어회로, 우리장어탕은 장어탕으로 이름이 나있습니다. 전번에 가본 곳으로 독천식당은 연포탕으로 유명합니다. 여러분이 나중에 목포에 갈 기회가 있다면 이곳 음식에 절대로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197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소주 시장점유율 1위였던 목포의 삼학소주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서 보해소주의 잎새주 소주를 마셨지요. 목포에서 식사를 하면서 빠뜨릴 수 없는 반주이죠. 목포의 맛집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emars 공지사항에 가셔서 제가 쓴 목포여행기를 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병아리 이야기, 노아 이야기, 목포 문화 이야기, 목포 맛집 이야기를 했네요.


김민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