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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마케팅은 마케팅 최후의 보루이다.

나는 마케팅을 전문으로 한다. 최근까지 감성마케팅에 매우 심취하여 이 분야에 대해 기업과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매체에 기고도 하고 책도 썼다. 그런데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미래의창 출판사에서 어떤 원서를 나에게 보여주며 번역하면 좋겠는지 한번 검토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던 공익 마케팅을 주제로 한 이 책을 죽 읽어보니 그 풍부한 사례와 이론이 너무 흥미로웠다. 공익 마케팅이 기업의 이미지만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매출과 수익을 증대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한다는 구체적인 설명이 피부로 다가왔다. 그래서 출판사에 ‘강추’라고 적극 추천했고, 그 결과 이 책이 번역되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이 역자로서, 또 추천자로서 매우 기쁘다.

요즈음 마케팅은 어떤 추세로 흐르고 있을까?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이성적 마케팅에서 감성적 마케팅으로 그리고 이제 공익적 마케팅으로 그 중심 축이 점차 움직이고 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이성적 마케팅이 우리 머리의 좌뇌를 겨냥하고 있다면, 감성적 마케팅은 우리의 우뇌를 겨냥하고 있고 공익적 마케팅은 우리의 뇌 위에 있는 영혼과 윤리를 겨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기업이 좋은 상품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좋은 상품이 많다 보니 기업들은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여 상품을 구입하도록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상품은 지구의 자원을 낭비하고 환경을 훼손하며, 예쁘고 맛있는 상품을 만들기 위해 첨가물을 넣다 보니 우리의 건강도 해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맥도날드 불매 운동이 벌어지자 맥도날드 프랑스 지사는 아이들에게 1주일에 한 번만 맥도날드에 오라는 디마케팅(Demarketing) 광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디마케팅 외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많이 요구되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공익 마케팅이 자리 잡고 있다. 감성 마케팅을 한창 구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공익 마케팅은 아직 초보 단계라 할 수 있다. 물론 유한 킴벌리처럼 일찍부터 공익 마케팅을 헌신적으로 전개해온 회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기업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하고 있지 않은 이 시점이 바로 공익 마케팅을 시작할 때다. 모든 마케팅 전략의 성패는 경쟁사보다 먼저 차별화를 이루느냐 아니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영국의 유명한 광고대행사인 사치앤사치(Saatchi & Saatchi)사가 자신들이 실제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공익 마케팅 프로젝트들을 소개해주고 있다. 방문판매의 한계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던 여성 화장품 회사인 에이본은 YWCA, 국립암센터를 비롯하여 여러 비영리단체와 함께 유방암 예방 공익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여 대성공을 거두었다. 에이본의 이미지가 제고된 것은 물론 매출이 급증한 것이다.

신용카드 회사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고객이 레스토랑에서 지불한 금액 중 3센트가 기아퇴치 기금에 기부된다는 사실을 고객에게 적극 홍보했다. 이 캠페인에 동참함으로써 비싼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던 부자 소비자들은 죄의식을 말끔하게 덜 수 있었다.

이러한 마케팅을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공익연계 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이라고 한다. 약자로 CRM이라고 하는데 고객관계관리(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약자인 CRM과 혼동할 우려가 있으니 잘 구분해서 사용하기 바란다. 공익연계 마케팅은 기업이 공익을 대의명분으로 내걸고 마케팅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 책은 이에 대한 그 동안의 추세와 사례를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어 이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들에게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전에 외국 기업들도 그러하였지만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그동안 대그룹 총수 부인의 자선을 통해 기업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형태를 많이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환원은 매우 감정적이고 체계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마케팅 면에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없었다. 물론 기업이 공익 마케팅 캠페인을 자체적으로 구상하여 수행하면 가장 좋다. 자신의 마케팅 목적에 맞게 디자인을 할 수 있고 미디어에 기업의 노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 내에 아직 공익 마케팅 전문가가 많지 않아 수행하기가 힘들고 기업이 결국에는 이윤 추구를 위해 공익 캠페인을 벌이는 것으로 소비자 눈에 비추어지기 쉽다. 따라서 공익 재단과 기업이 공동으로 공익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현 단계에서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건이 성숙되고 전문가들이 양성된다면 직접적인 공익 마케팅을 수행하는 기업들도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다.

같이 번역작업에 참여한 송희령 님이 지난해 emars.co.kr에 올린 사례를 통해 나는 영국의 퓨처 포리스트(Future Forests)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다.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고 비디오 게임을 수입하던 사람이 어느날 교통사고를 당해 3년 동안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사람들로부터 5달러 정도의 작은 돈을 기부 받아 기부자 대신에 전 세계 곳곳에 나무를 심어주는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흥미롭지 않은가?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산소를 내뿜으니 지구온난화를 저지하는 지구환경의 첨병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퓨처 포리스트 회사 설립자인 댄 모렐은 회사 웹사이트를 통해 기부자가 낸 돈으로 실제로 어디에 나무를 심었는지를 지도상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그 기부자가 그 나무 있는 곳에 가서 물을 주고 가꿀 수도 있게 한다. 물론 기업에게는 5달러가 아니라 훨씬 많은 기부금을 받는다. 자신의 돈이 거의 들지 않고서 사업을 하니 영국판 봉이 김선달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 같은 공익 사업이 전세계적인 지지를 얻는다는 것은 환경문제 등 공익적인 일에 사람들의 관심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다.

번역을 하면 좋은 점이 하나 있다. 원서를 여러 번 읽게 되는 것은 물론, 그 의미를 자세히 생각해보게 된다. 직역으로는 의미 전달이 힘들기 때문에 문맥을 살펴 의역을 하여 문장을 매끄럽게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 책에 대해 매우 정통하게 된다. 덕분에 이 책을 번역하면서 나는 공익 마케팅을 매우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번역의 묘미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이에 힌트를 얻어 내가 운영하는 ㈜리드앤리더(www.emars.co.kr)는 최근 한 공익재단에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기업들로부터 준조세 성격으로 기부만 받지 말고,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은 물론 기업의 매출까지 직접적으로 늘릴 수 있는 공익 마케팅 캠페인을 기업에 제안해보자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활동을 벌이는 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마케팅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소비자 지향적이어야 한다. 종전에 공익적인 일은 정부나 시민단체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기업들도 이러한 공익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점차 확산되고 있다.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추세인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여 상품 구입액의 일부가 공익적인 일에 투명하게 쓰이도록 유도한다면 소비자들로부터 그리고 언론매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공익과 연계된 상품을 소비자가 많이 구입하기 때문에 매출 증대가 있음은 물론이다.

이 책을 읽으면 마케팅 최후의 보루에 해당되는 공익 마케팅이 왜,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멋진 공익 마케팅 캠페인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지 그 방법도 자세히 알 수 있다. 그러면 빨리 책장을 넘기시기 바란다.

2003년 3월 서울과 몬트리올에서

김민주, 송희령

* 이 책, [공익 마케팅](해미쉬 프링글, 마조리 톰슨 지음, 김민주, 송희령 옮김, 미래의창 발간, 2003년)은 [Brand Spirit: How Cause Related Marketing Builds Brands](written by Hamish Pringle, Majorie Thompson, John Wiley & Sons, Ltd. 1999)를 번역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