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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소비자에게 자사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마케팅을 하는 것을 디마케팅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마케팅을 통해 수요를 늘리는 데 급급하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디마케팅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음식료 분야에서 세계적인 다국적 공룡기업인 네슬레가 이런 디마케팅을 하고 있다. 왜 하는 것일까?

1860년대 유럽에서는 산모가 영양 부족으로 모유가 나오지 않아 아기가 성장하지 못하거나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스위스의 화학자이자 발명가인 앙리 네슬레는 유아 사망률을 낮추기 위하여 아기들에게 엄마 젖을 대신해 먹일 수 있는 음식 개발에 노력했다. 그 결과 1867년 모유와 비슷한 액체 성분에 영양요소를 추가로 넣은 대체 수유식품 ‘페린락테’가 개발되었다. 그래서 태어난 기업이 바로 네슬레다.

창업자 앙리 네슬레는 이 식품을 개발하고 나서 무작정 이 식품을 사도록 말하지 않았다.‘생후 첫 몇 달 동안 아기에게는 모유가 최적의 영양 공급원이며, 수유가 가능한 어머니는 모두 아기에게 직접 젖을 먹여야 한다’고 사업 초기부터 강조했다. 창업자가 윤리적인 측면에서 스스로 자사 제품에 대해 디마케팅을 공언한 것이다.

1960년대 들어서 선진국의 출산률이 떨어지자 네슬레는 출산률이 높은 3세계로 판매지역을 확대했다. 그런데 이곳 어머니 소비자들은 처방대로 분유와 물을 조제하지 않고 심지어는 오염된 물을 사용했다. 이로 인해 아이 건강상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미국의 사회단체 INFACT는 구매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 또 세계보건기구(WHO)는 ‘모유수유 및 조제분유 마케팅에 대한 국제 강령’까지 제정하여 조제분유 1위 회사인 네슬레에 압력을 가하기 시작했다. 네슬레는 이런 기관들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종전의 자발적인 디마케팅보다 한층 강화된 디마케팅을 실시하게 되었다.

윤리적인 디마케팅을 실시한 네슬레

외국에서와는 달리 네슬레가 우리나라에서 모유 먹이기 캠페인을 실시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1년이 되서야 우리나라에서 ‘난’이란 브랜드로 조제분유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이유식 ‘쎄레락’은 국내에서 1981년에 출시되어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지만 신생아용 조제분유 ‘난’은 기존의 경쟁브랜드들이 병원을 비롯하여 주요 수요처를 이미 장악하고 있어서 마케팅이 쉽지 않았다. 더구나 규제로 인해 자유롭게 광고를 할 수도 없었다. 네슬레는 모유먹이기 캠페인을 시작하였으나 경쟁브랜드들은 그전부터 이미 같은 캠페인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캠페인의 효과도 크지 않았고, 윤리적인 기업이라는 네슬레의 이미지도 부각되지 못했다. 결국 신생아 수의 지속적인 감소와 업체간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시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네슬레는 2003년 4월 조제분유사업 부분 포기를 선언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우리에게 별로 익숙치 않은 디마케팅의 경우에도 선점 효과가 중요하다. 네슬레 창업자 시기부터 시작했던 모유먹이기 캠페인으로 인해 네슬레는 세계적으로 윤리적인 기업 이미지를 누려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모유먹이기 캠페인은 그사이에 다른 기업에도 전파되어 더 이상 차별화된 마케팅 방법이 되지 못했다. 모든 마케팅에 해당되는 이야기이지만 선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