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Knowledge is Power

필자가 마케팅을 강의하는 연세대 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퀴즈를 낸 적이 있다. 미국 영화를 보면 집에 있는 전화줄이 길다. 그런데 우리나라 집에 있는 전화줄은 짧다. 왜 그럴까? 질문이 황당한가?

학생들의 답변은 다양했다.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무선 전화기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고, 또 휴대전화도 가지고 있어 유선전화 줄이 길 필요가 없다라는 답변이 많았다. 다른 학생은 우리나라 집의 주거공간이 개방되어 있지 않아 유선수화기를 들고 이 방 저 방으로 갈 수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전화줄이 길면 그냥 보기가 싫기 때문이라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또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은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전화통화를 덜 한다는 말도 나왔다. 그리고 외국에는 벽에 걸어놓은 전화가 많은 데 반해 우리나라는 탁자에 놓는 전화가 많아 전화줄이 짧다는 예리한 관찰도 있었다. 이 외에도 이유는 얼마든지 많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집에 있는 전화 줄이 짧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국내 유선통신회사의 광고에 나온 전화줄을 한번 보자. 어떤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거는데 그 전화줄 길이가 대단히 길다. 광고에서 여자는 다른 여자와 함께 있는 남자친구에게 1시간 동안 통화를 하자고 조른다. 최근 휴대전화와 이메일 사용으로 유선전화 사용율이 급감하자 자구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긴통화는 유선전화로'라는 광고 캠페인인 것이다. 결국 이동통신보다는 유선통신을 사용하라는 메시지였다.

통화시간이 길면 아무래도 전화줄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통화시간이 길면 전화를 받으면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도록 전화줄이 길어야 편리하다. 최근 국내 이동통신회사가 통화시간이 지역별로 어떻게 차이가 나는 지 조사한 결과가 재미있다. 부산경남 지역 사람들이 전화를 가장 짧게 했다. 그 다음이 대구경북 사람이었고, 제일 오랫동안 통화를 하는 곳은 충청강원 지역이었다. 말하는 속도나 말하는 스타일을 생각해보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결과다.

이 통계는 무선전화의 경우지만 유선전화의 경우에도 지역별 통화시간의 차이는 여전히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경남 지역 사람들이 사는 집의 전화줄은 충청강원 지역의 전화줄보다 짧을까?

통신회사는 당연히 소비자들의 통화시간이 길어지기를 원할 것이다. 그렇다면 유선통신회사는 전화줄을 길게하는 판촉을 왜 보다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것일까? 한번 시도해보기 바란다.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즘 많이 사용하는 노트북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 마우스 줄은 왜 그리 긴 것일까? 이 마우스 줄은 훨씬 더 짧아져도 되는 것 아닐까? 별 것을 다 따지는 것처럼 보이는가? 그러나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지만 무심히 그냥 지나치는 것에서 바로 마케팅은 시작된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이사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김민주 대표가 경제일간지 머니투데이(2003년 10월 15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