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Knowledge is Power

[칼럼] 절제하는 공익적 디마케팅이 필요하다

김민주 (주)리드앤리더 대표

요즘 어느 신용카드사의 유동성 위기 사태로 경제가 더욱 어수선하다. 이 회사는 과거 수년간 신용카드업계의 카드 발급 경쟁 단계에서 1위를 차지한 후 좋은 영업 실적으로 촉망을 받아왔다. 직원들에게는 많은 보너스가 주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영업 실적은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이것을 깨달은 후에는 수습하기에 너무 늦어버렸다.

우리는 이제 마케팅의 한 방법인 디마케팅(demarketing)을 매우 적극적으로 도입할 시기라고 본다. 원래 마케팅은 소비자가 자사의 상품을 많이 사도록 하는 기업의 영업활동이다. 하지만 디마케팅은 거꾸로 자사의 상품을 적게 사도록 하는 기업의 전략이다. 그렇다고 하여 디마케팅이 마케팅의 반대말은 아니다. 단지 장기적인 이윤 창출을 위해 단기적인 이윤 창출을 유보할 뿐이다. 또는 사회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혹은 기존 고객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를 위해 불가피하게 디마케팅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디마케팅 개념은 최근에 갑자기 나온 개념이 아니다. 마케팅의 대가인 필립 코틀러가 시드니 레비와 함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1971년 논문에서 이미 나온 말이다.

디마케팅에는 여러 유형이 있지만 여기서는 소비 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공익적 디마케팅의 경우를 한번 보자. 우리는 기업의 광고, 프로모션의 영향을 받아 자신도 모르게 과도하게 소비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지나친 소비중독을 일컫는 말로 어플루엔자(affluenza)가 있다. 유행성 감기를 인플루엔자라고 하는데 과도한 소비도 중독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전통적으로 중독이란 단어는 담배, 술, 도박, 마약과 같이 반사회적이고 병적인 행동을 말할 때 쓰였다. 그러나 이제 이 단어는 패스트푸드, 섹스, 연예인, 게임, TV, 인터넷, 메신저, 휴대폰, 로또, 쇼핑과 같은 일상 생활 용어와 결합하여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카지노가 있는 강원랜드도 도박중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주류회사인 산토리는 술을 적게 마시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중독성이 있는 상품의 경우 기업들이 자사에 부정적인 사회 여론을 감안하여 디마케팅을 실시한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신용카드 회사도 자신들의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해 문제가 심각해지자 TV 광고를 통해 '신용카드를 바르게 사용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공익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고, 그후 경쟁사를 의식하여 그 공익 캠페인을 계속 하지도 않았다.

같은 업종에서 다른 기업들과 경쟁을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과도한 마케팅을 하게된다. 그러나 이에도 절도가 있어야 한다. 절제를 하지 않으면 신용카드 경우처럼 경제사회적인 이슈가 되어 경기 불황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된다. 소비중독성이 있는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들은 절제하는 마케팅, 즉 디마케팅을 특히 유념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기업으로 존경을 받고 수익적으로도 성공하는 기업이 된다.

* 머니투데이(2003년 11월 26일)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