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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공간? 언뜻 보기에 말이 좀 의미심장한 것 같다. 자본주의 국가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나라들을 한때 제3세계 국가로 불렀던 적이 있다. 정반합의 법칙을 말할 때 3이란 숫자가 연상된다. 또 한 업종에서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업을 말할 때 또한 빅3라고 부른다.

그러면 제3의 공간이란 어떤 뜻일까. 그러니까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게 제1의 공간이 집이고, 제2의 공간은 회사다. 이들 대부분은 제1의 공간인 집과 제2의 공간인 회사를 쳇바퀴 돌 듯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어떨 때는 이런 쳇바퀴에서 벗어나 호젓한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한다. 또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재미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한다. 항상은 아니지만 거의 규칙적으로 찾아가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자신의 여유를 찾는 공간을 제3의 공간이라 한다.
　
'The Third Place'란 단어는 미국의 사회학자인 레이 올든버그가 1989년 그의 책 'The Great Good Place' 에서 처음으로 쓴 말이다. 그런데 이 단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점차 유명해졌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보급된 말은 아니다.

이 말의 의미를 충분히 파악한 스타벅스는 자신의 커피샵이 사람들에게 제3의 공간으로 인식되면 좋겠다고 소비자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빨리 나가라는 패스트푸드점과는 달리 오래 머물도록 실내 인테리어를 좋게 하고 푸근한 느낌이 들도록 신경을 썼다.
　
커피샵 말고는 어떤 곳이 제3의 공간일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카페, 바, 술집, 호프집 처럼 마시는 공간이 있는 반면, 사우나, 찜질방 같은 늘어지는 곳도 있다. 아니면 피트니스센터나 골프장 같은 스포츠를 하는 곳도 있다. 여성에게는 미용실,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노인정이 제3의 공간이다.

종교를 믿는 분들에게는 교회, 성당, 사찰이 될 수 있다. 어떤 회사원들에게는 화장실이 상사나 직원들의 눈치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또 실체가 있는 공간은 아니지만 인터넷도 제3의 공간이 충분히 되기도 한다. 특히,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싸이월드의 '미니 홈피'는 20~30대 젊은이들에게 제 3의 공간이 되고 있는 셈이다.
　
나의 경우에는 매주 일요일에 집 부근의 맥도날드에 간다. 물론 혼자 간다. 음악 소리 때문에 약간은 시끄럽기는 하지만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새로 오는 한주에 할 일들을 정리해본다. 오히려 너무 조용한 것보다는 약간 시끄러운 것이 다른 소음들을 오히려 상쇄시켜준다. 그래서 생각들이 잘 떠오른다. 처음부터 이곳을 자주 갔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한번 갔는데 생각이 잘 떠올라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씩 가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가 되었다.

직장인 특히 회사 CEO들은 올해에도 많고 또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또 고민을 해야할 것이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적절히 풀어주어야 그다음날 산뜻한 분위기에서 집무를 할 수 있다.
　
요즘 화두로 웰빙이 뜨고 있다. 웰빙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잘 맞는 제3의 공간에 가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포함된다. 자! 여러분에게 제3의 공간은 과연 어떤 곳인가?

* 이글은 경제일간지 머니투데이 2004년 1월 21일자 CEO컬럼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