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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길거리에서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 촛불은 시위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기원을 상징하고 있다. 과격한 행동보다는 조용한 저항을 의미하는 어떻게 보면 더 위협적인 시위 형태다.
　
그런데 언제부터 양초가 이런 역할을 했을까? 모두가 알고 있듯이 과거 양초는 분명히 조명 기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었다. 하지만 전구가 크게 보급되면서 양초는 큰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양초는 조명이라는 고유 기능보다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때 사용되는 상품으로 이제 자리매김을 했다. 생일 케이크를 살 때면 분위기를 내기 위해 어김없이 양초가 따라나오지 않는가.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이 양초를 베이커리에서 모두 부담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추가 비용 없이 양초를 얻어서 한 번 쓰고 버리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생일 케이크를 살 때 양초를 서비스로 그냥 받지 않는다. 양초를 별도로 사기 위해 지불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한번 쓰고 남은 초를 서랍에 보관해두었다가 나중에 다시 꺼내 쓴다.
　
이처럼 전구의 등장으로 양초의 역할이 바뀌고 시장규모가 예전보다 줄어들었을 지는 몰라도 양초는 나름대로 위기를 잘 극복했다. 양초는 이제 갖가지 색깔로, 갖가지 크기로, 갖가지 향기로 차별화를 하고 있다.

디자인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분위기에 맞는 양초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소구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양초의 가격도 과거 조명의 기능을 담당할 때에 비하면 제품 자체의 원가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즉, 조명 기능으로 소구할 때보다 오히려 부가가치가 높아졌다.
　
양초의 경우 외에도 큰 위기를 맞아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오히려 자신의 부가 가치를 높인 예는 많다. 사실 묘사에 초점을 맞추었던 그림이 사진의 출현으로 존재가치를 상실할 뻔 했다. 하지만 실용성보다는 예술성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또 TV가 나오면서 위기를 맞은 영화는 대규모 제작비를 투자하여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거나 대형 영화관을 만들어 오히려 큰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실용성보다는 감성에 초점을 맞추어 성공한 양초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위기는 기회로 얼마든지 탈바꿈할 수 있다. 언제든 시장의 변화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그 변화에 맞추어 자신을 적응시키고 변화시키는 것이 위기 극복 능력이다. 탄핵 정국이라는 위기도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있어서 멋진 기회로 탈바꿈되었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 이글은 일간경제지 머니투데이 2004년 3월 16일자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