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Knowledge is Power

노무현 대통령이 올초 대통령에 취임한 후 미국 부시 대통령을 만나러 미국에 간 적이 있었다. 미국에 가기 전만 하더라도 부시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노선과 정책에 대해 많은 불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방미 결과가 어떻게 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런데 부시는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고 나서는 매우 호의적 반응을 보였다. 방미하기 전 현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부시가 했다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 아들은 사람을 만나보고나서 사람을 판단한다”라고.

예전에 필자가 국내 대기업에 다니고 있을 때 같은 계열사였던 제약회사의 마케팅 담당자가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로 출시된 키토산 제품을 소개하려 하니 사람들을 좀 모아달라는 달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제약회사 담당자는 키토산이 몸에 들어가면 몸안의 불순물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제거될 수 있는지를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플라스크에 불순물이 들어가 있는 용액을 넣고 키토산을 넣으니 그 많은 불순물들이 한순간에 침전되는 것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고 너도나도 그 제품을 샀다. 정말 효과적인 체험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 어머니는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노인정에 자주 다니신다. 그런데 보통 바쁘신 게 아니다. 업체들이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매우 호의적인 체험 서비스를 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눕기만 하면 온몸을 시원하게 두들겨주는 안마기 서비스도 받고, 신경통에 좋다는 각종 약들을 공짜로 받아가지고 집에 돌아오신다. 그리고 그 안마기와 약에 대해 우리들에게 자랑을 하신다. 이러한 제품들을 몇번이나 실제로 체험 서비스를 받다보면 서비스가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나중에는 할 수 없이 그 제품을 사시기도 한다. 자제력이 없는 다른 할머니들은 상품을 훨씬 더 많이 산다는 말도 잊지 않고 덧붙이신다.

체험 마케팅?

전통적 마케팅은 소비자를 이성적인 존재로 보고 제품의 특징과 편익을 강조했다. 반면 체험 마케팅은 소비자를 감성적인 존재로 보고 소비자가 제품과 관련된 여러 체험을 경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람들이 상품의 존재 자체를 알게 되는 것은 TV 광고나 신문 광고를 통해서지만 상품을 실제 구입하게 되는 것은 접촉 순간의 감성에 의해서다. 체험을 한다는 것은 바로 우리 눈으로 보고, 듣고, 피부로 느끼는 것을 말한다.

기업들이 이렇게 체험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차별화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에 있다. 제품의 품질이 엇비슷해지면 하나의 범용상품(commodity)이 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다른 제품과의 차별화에 실패하게 된다. 결국 피부로 느끼는 체험 서비스를 통해 기업들은 다른 유사 제품과 차별화되는 점을 만들어내고 소비자들은 부가가치를 얻게 되는 것이다.

현재 콜롬비아 대학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번트 H. 슈미트(Bernd H. Schmitt)는 체험 마케팅 이론을 정립한 이 분야의 선구자다. 그는 [미학적 마케팅]에 이어 보다 정교화된 [체험 마케팅] 책을 통해 체험 마케팅과 브랜드론을 통합하여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www.exmarketing.com, www.meetschmitt.com)를 통해 체험 마케팅에 관한 정보를 업데이트하여 제공해 주고있다.

어디든 찾아가는 P&G의 페브리즈(Febreze)

그러면 기업들은 실제로 어떻게 체험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지 한번 보자.

한국피앤지(P&G)의 섬유탈취제인 페브리즈(Febreze)은 소비자의 체험에 소구하여 매우 성공적인 캠페인을 구사했다. 연말연시에는 회식 기회가 많다. 회식을 하다보면 옷에 고기 냄새, 담배 냄새가 깊이 배게된다. 그래서 피앤지의 홍보요원들은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달려들어 페브리즈를 옷에 뿌려댄다. 갑작스러운 서비스에 놀라워하지만 페브리즈의 탈취 효과에 또한번 놀란다.

페브리즈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유치원에도 간다.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연극행사를 주관하면서 상품으로 페브리즈를 나누어 주는 것이다. 유치원 내 각종 어린이 장난감, 매트리스, 책상 등 어린이용품에 페브리즈를 뿌려 그 효과를 실감나게 하기도 한다. 참석한 부모들의 반응이 좋지 않을 수 없다.

또 아파트 단지를 돌며 희망하는 가구를 방문하여 체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집안에 있는 커튼, 천소파, 쿠션, 카펫, 침대 매트리스, 애완견 용품 등에 페브리즈를 뿌려주는 것이다. 이를 체험한 주부들의 입소문이 대단한 파워를 발휘하는 것은 물론이다.

페브리즈는 기업과 공동으로 체험 마케팅을 벌이기도 한다. 리츠칼튼 호텔과는 ‘호텔 청소의 마무리는 페브리즈로 한다’는 캠페인을 펼쳤다. 세탁후 고객에게 세탁물을 돌려줄 때 페브리즈로 처리했다는 문구를 적어 넣었다. 국내 세탁체인업체인 클린토피아에서도 세탁후의 불쾌한 냄새를 페브리즈로 제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현대자동차와는 공동으로 ‘차내 환경관리’ 캠페인을 실시해 홍보요원들이 직접 차 시트에 찌든 냄새를 제거해주는 서비스도 했다.

P&G는 이렇게 다양하고 공격적인 체험 마케팅을 시행한 결과 국내 섬유탈취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마음대로 뛰노는 장난감 가게 FAO 슈워츠(Schwarz)

영화 [빅(Big)]에서 주인공 탐 행크스가 어떤 장난감 매장에서 발로 피아노를 쳤던 것이 생각나는가? 그 촬영장소가 바로 FAO 슈워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아는 토이저러스가 장남감 할인점이라면 FAO 슈워츠는 장난감 고급 백화점이다.

FAO는 아이들이 매장에 와서 장난감을 단지 구경만 하도록 하지 않고 끊임없이 체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체험 서비스의 일환으로 고객들의 파티를 매장에서 열어주기도 한다. 가지각색의 장난감에 둘러싸여 생일 파티에 참여한다면 아이들은 얼마나 좋아할까? 이들은 파티를 끝내고 돌아올 때 장난감 하나 정도는 사가지고 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FAO에서 생일 파티를 했던 즐거운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는 것까지 생각하면 홍보효과가 얼마나 클지 짐작할 수 있다.

어린이에게 즐거운 체험을 제공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마르쉐

TGI프라이데이스나 베니건스, 아웃백과는 달리 먹거리 시장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곳으로 스위스풍의 패밀리 레스토랑 마르쉐가 있다. 다른 레스토랑에서는 손님들이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종업원이 음식을 서빙해 주지만, 마르쉐에서는 고객이 직접 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가져다 먹어야 한다. 성인 고객들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이곳을 찾았지만 이런 소란스러움과 번거로움 때문에 점차 발길을 돌리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마르쉐는 타겟 고객을 어른에서 어린이로 바꾸고 다양한 키즈 마케팅을구사하기 시작했다. 호기심 많은 어린이의 체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키즈카운터라 불리는 어린이 전용 메뉴 코너를 신설하는가 하면 유기농 체험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는 어린이들은 그동안 접해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유기농 채소들을 직접 손으로 만지고 재배도 해봄으로써 살아있는 교육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같이 동행하게 되는 부모와 함께 직접 재배한 싱싱한 농작물로 김밥 등의 즉석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마르쉐 농장에서 뿐만 아니라 매장안에서 만나게되는 모든 음식들을 깨끗한 유기농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소비자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몸소 체험하고 난 뒤, 좋다는 확신이 들 때 비로소 지갑을 열게 된다. 특히 시각적으로나 후각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면 소비자의 이성이 마비되면서 감성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이성을 지배하는 좌뇌보다는 감성을 지배하는 우뇌가 우위를 점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성은 의사결정에 있어서 단계적인 반면, 감성은 점프를 하는 경향이 있다. 지갑을 여느냐 마느냐는 양자택일적인 현상이다. 바로 디지털적인 현상이며 이것은 구매로 곧바로 점프하는 감성에 의해 좌우된다. 체험? 체험 마케팅은 바로 감성 마케팅에 다름아니다.

김민주 (주)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이글은 고려산업개발 사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