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Knowledge is Power

미국에는 중립적인 소비자 정보를 제공하는 컨슈머 리포트라는 정기간행물이 있다. 이 잡지는 소비자 정보지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내 20대 잡지에 당당히 들어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그리 두껍지 않은 이 잡지는 소비자연맹이라는 비영리단체에서 매월 발간한다.

1936년에 발간되기 시작했으니 역사도 68년이나 된다. 잡지 발간 초기에는 전자팬, 보온병, 라디오 같은 그다지 비씨지 않은 상품을 평가했으나 점차 테스트의 대상이 TV, 자동차 등으로 확대되었다. 그래서 오늘날은 가전, 자동차, 화학, 전자, 음식, 환경, 공공서비스, 여가 및 생활용품, 인테리어 등 8개 부문의 상품을 평가하는 귄위있는 잡지로 성장했다.
　
컨슈머 리포트 성공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업들도 부인할 수 없을 정도의 객관적인 평가에 있다. 각각의 제품들은 잘 갖추어진 실험실에서 전문가들에 의해 엄정한 테스트를 거쳐 평가를 받는다.

테스트할 상품 구입 방식도 기업으로부터 제공받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시장에서 직접 소비자인 것처럼 가장하여 상품을 구매한 후에 테스트를 한다. 그리고 해당 상품에 대해 소비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독자를 대상으로 서베이도 한다. 인터넷을 통해 서베이의 대상이 넓어지면서 독자 서베이의 파워는 더욱 커지고 신뢰성이 높아졌다.
　
컨슈머 리포트의 큰 특징은 기업들의 광고를 절대 싣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의 기부도 또한 받지 않는다. 이는 상품 평가의 객관성을 철저히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업이 아닌 개인 즉, 소비자로부터 기부를 받고 있으며 이또한 무작정 받는 것이 아닌 정확한 상한선이 있다.
　
그렇다면 컨슈머 리포트는 어떤 방식으로 이윤을 창출할까? 가장 중심적인 부분은 회원들의 정기구독료이다. DM 발송을 통하여 잡지 정기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활동도 했다. 물론 가판대에서 잡지를 판매하기도 한다.

또 ARS 전화정보시스템은 물론, 인터넷, PDA를 통해서도 정보를 판매하고 있으며 연회원 외에 평생회원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물며 유언장에 이 잡지를 발행하는 소비자연맹에 유산을 물려줄 수도 있게도 하고 있다.
　
또 타겟 고객별로 세분화된 잡지를 발간한다. 어린이용으로는 질리온스(Zillions)이란 잡지를 별도 발간하고 있다. 여행, 건강에 초점을 둔 뉴스레터를 별도로 발간하고, 특정 주제에 대한 정보를 담은 도서, CD-ROM 등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매년 12월마다 기존의 소비자 정보를 묶어 구매 가이드(Buying Guide)를 발간한다.
　
소비자 운동이 가지는 여러 유형중 , 컨슈머 리포트는 정보제공형 소비자 운동이다.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소비자 운동이라고 볼 수도 있으니 보수적인 소비자들까지 포섭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운동 형태이다. 그런데 문제는 공익적 성격의 단체에서 수익성 사업을 하기 때문에 그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잡지에 광고를 싣지 못한다는 점도 그렇고 직원들의 마인드도 그렇다.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은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에 대해 비난을 한다. 하지만 기업의 존재 자체를 부인한다거나 기업들의 정당한 마케팅 활동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시민단체들 역시도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피터 드러커가 일찍이 '비영리단체의 경영'이란 책을 통해 비영리단체도 기업 마인드를 수용하여 현명하게 경영할 필요성을 주장했듯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 잡지는 68년 동안이나 잘 운영되고 있고,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시민 단체에서 발간한 일부 소비자 잡지들이 있지만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부족으로 인해 많이 보급되고 있지 못하다. 컨슈머 리포트에서 그 지혜를 배웠으면 한다.

김민주 / (주)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이글은 머니투데이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