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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실패학인가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끊임없이 성공과 실패를 거듭한다. 때로는 성공에 기뻐 날뛰고, 또 어떨 때는 실패에 비관해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성공과 실패? 어느쪽이 우리 인생에서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까?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아마도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다만 우리는 그것을 실패라고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에 매달린다. 그래서 시중에 나와있는 책들을 보면 책 제목에 성공이란 말이 훨씬 많이 있다. 그리고 실패가 책 제목으로 붙어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우리의 사고방식이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실패학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이나 회사, 조직이 실패한 것을 보고 왜 실패했는지 분석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시사점을 주려는 것이다. 실패 사례를 배워서 앞으로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상황은 계속 달라지니 실패를 모두 방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을 수는 있다.

일본에서는 몇 년전 실패학이 크게 유행을 끈 적이 있었다. 아마도 일본 경제가 10여년에 이르는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있었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20년전 쯤에 어떤 화학자가 자신이 실험을 하다가 실패한 사례를 모아 책을 낸 적이 있다. 자신이 실패한 실험을 다른 화학자들이 또 저지르지 않기 위한 바람에서였다.

비즈니스에서도 수많은 실패가 저질러지고 있다. 어떤 통계에 의하면 모든 신규사업의 97%는 실패한다고 한다. 기업의 수명이 30년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결국 기업을 세워 30년이 지나면 실패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비즈니스 실패에서 교훈을 얻자는 취지로 비즈니스 실패 사례를 모은 책들이 있다.

우선 [빅브랜드, 성공의 조건]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은 마케팅 분야에서 유명한 잭 트라우트가 썼는데, 이 책의 제목과는 반대로 실패한 브랜드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다. 볼보, 시어스, 코닥, 켈로그, 막스앤스펜서, 밀러, 파이어스톤, 크레스트, DEC 등 그가 거론한 사례는 많다. 그러나 실패를 전면에서 내세워서는 책이 잘 안팔린다고 판단한 출판사가 책 제목을 성공으로 바꾼 것이다.

9판까지 나온 마케팅 실패 책

그런데 마케팅 실패를 전면에 내세운 책이 있다. 클리블랜드 주립 대학 교수인 로버트 하틀리(Robert F. Hartley)가 쓴 [Marketing Mistakes and Successes](와일리북스 출간)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은 미국 대학에서 마케팅 강좌의 부교재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 책의 인기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이제까지 몇판이 나왔는지를 보면 된다. 2003년에 9판이 나왔다. 제 1판이 1976년에 나온 이후 1997년에는 7판이 나왔고 2000년에는 8판이 나왔었다. 거의 3년마다 새로운 버전의 책이 나온 셈이다.

이 책은 마케팅 실패 사례를 묶은 일종의 사례집이다. 이제까지 9판이 나오면서 각 판에 새로운 사례가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예를 들면 8판에서는 7판의 사례중 7개 사례가 제외되었고 대신 새로운 사례 9개가 추가되었다. 9판에서는 다시 6개가 추가되었다. 오래된 사례가 빠지고 새로운 사례가 이렇게 추가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지 모른다.

이 책에서 언급된 사례중에 유로디즈니 경우를 한번 보자. 유로디즈니가 1992년 문을 열었을 때에는 낙관주의가 팽배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문제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파산 일보 직전까지 와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파리 부근의 위치 선정 문제,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의 문제, 미국과 유럽간의 이질적인 문화 문제, 고급호텔 과잉 건설의 문제, 지나치게 높은 가격 책정 문제 등 문제가 많았다.

여러 각도에서 분석을 한 다음 팀 과제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유로디즈니가 오픈되고 2년후쯤 문제점이 나타나자, 그때 두가지 상반된 의견이 충돌되었다. 한편은 돈을 더 투입하여 시설을 증축하자는 파가 있었다. 다른 편은 그 상태에서 추가 자금 투입은 낭비이니 비용 절감을 하고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자는 입장이었다. 여러분이 만약 유로디즈니의 임원이었다면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이처럼 이 책은 실패 사례를 단순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독자가 해당 사례의 역사적 상황에 있다고 가정하고 의사 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배려까지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실패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나 전문가가 있으면 좋겠다. 왜? 실패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없어서 우리의 인생과 시간이 너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알기로는 국내 여러 출판사들이 실패를 테마로 하는 책들을 많이 기획하고 있다. 아주 바람직한 기획 출판이라 생각한다.

김민주 (주)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이 글은 삼성생명 사보에 2004년 5월 기고한 글입니다.

* 이 책은 [Marketing is ... War : 피말리는 마케팅 전쟁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국내에서 올 6월 발간되었습니다. (로버트 F. 하틀리 지음, 김민주/송희령 공역, 아인앤컴퍼니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