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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기업문화를 통한 경영 혁신

1. 기업문화는 기후다.

날씨와 기후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날씨는 하루하루 달라진다. 어제는 비가 왔지만 오늘은 화창하고 내일은 갑자기 눈이 올지도 모른다. 이처럼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

하지만 ‘날씨’와 거의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는 ‘기후’ 는 어떠한가?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온대 기후 지역에 있어서 계절에 따라 추위와 더위가 번갈아 오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우리 생활은 느린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중인 기후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고 산다. 즉 기후는 엄밀히 따지면 ‘날씨’와도 다른 것이고, 변덕이 심한 날씨와는 달리 천천히 진행되지만 오히려 날씨보다 더 강력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후처럼 쉽게 잘 바뀌지는 않지만 회사 사람들의 행태를 크게 지배하는 분위기를 기업문화(Corporate Culture)라 할 수 있다. 기업문화는 한 눈에 훤히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역의 기후처럼 기업문화는 회사 전체 분위기와 직원들의 작업 분위기를 좌지우지하고 기업의 생산성으로 직결된다. 또 기업문화에 따라 직원들이 일하고 싶은 기업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과거에는 기업문화라는 말조차도 없었다. 1960년대에는 조직문화라는 말이 사용되기는 했다. 1970년대에 이르러 테렌스 딜(Terrence E. Deal)과 알란 케네디(Allan Kennedy)가 [Corporate Cultures]라는 책을 내면서 기업문화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그러다가 톰 피터스와 로버트 워터맨이 1980년대 초반에 쓴 베스트셀러 [초우량기업의 조건(In Search of Excellence)]에서 초우량기업은 예외없이 좋은 기업문화를 지니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기업문화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2. 왜 기업문화가 중요한가

언제부터인가 기업 혁신, 경영 혁신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항상 열린 기업문화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시작했다.

과거 자신이 입사할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서 기업문화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회사 규모가 얼마나 큰지, 수익이 얼마나 많이 나는지, 연봉이 얼마나 높은지, 일반 국민들의 회사에 대한 이미지는 어떤지가 중요했다.

하지만 요즘 회사 선택의 기준에 이런 외형적인 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적어지고 있다. 이제는 자신이 회사에서 얼마나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지, 자기계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따져본다. 평생직장 개념이 와해되고 웰빙 개념이 확산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월급을 약간 적게 받더라도 인맥 확보나 지식 공유 측면에서 자기계발에 유리하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런 열린 기업문화는 직원 개인을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회사의 생존과 생산성 증가에도 도움을 준다. 폐쇄적이고 강압적인 기업문화에서는 지원들의 창의성과 혁신 마인드가 발휘될 리 없기 때문이다. 상부로부터의 지시만으로는 좋은 회사가 오래 유지될 수는 없고, 직원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의견 제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3. 혁신적인 디자인회사 아이디오(IDEO)

아이디오(IDEO)라는 미국 회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금 전세계에서 잘 팔려 나가고 있는 제품 중 상당 수가 이 IDEO라는 회사가 디자인한 것이다. 이 회사의 대표적인 디자인에는 <애플 마우스>, <폴라로이드 아이 존 즉석 카메라> 에서부터, <자동차에 걸어놓는 음료수 컵 걸이>, 그리고 우리가 매일 쓰는 <아이보리 비누> <크리넥스>까지 매우 다양하다. 1978년에 스탠포드 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한 창립자가 네명의 디자이너와 함께 일을 놀이처럼 생각하는 회사 분위기를 만들어 놀라운 디자인 제품들을 연속 히트시켜 이제는 직원이 300명이나 된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잡지 [Fast Company]는 IDEO를 세계 최고의 디자인 회사로 선정했고 [비즈니스 위크]는 이 회사에게 10년 연속 산업디자인 대상을 수여했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 회사의 사무실을 ’상상의 놀이터’라고 불러주었고, [포천]도 ‘이노베이션 유니버시티’라고 불렀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뜻 생각하기에 이 회사가 디자인 천재들만 잔뜩 모아놓지 않았을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 회사에 특별히 디자인 천재가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보통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팀을 만들어주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자유롭고 창의적인 작업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했단 말인가?
- 언제 어디에서든지 직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
- 구태의연한 스탠다드 원칙은 다 버린다.
- 자신이 일하는 공간은 자기가 꾸미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디자인하고 꾸며도 된다.
- 작업환경은 자기 개성에 맞게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팀 플레이는 어떻게 할까? 아이디오는 팀 위주 작업을 한다. 한 팀은 12명에서 20명까지 그 수가 다양하다. 일단 과제가 주어지고 데드라인이 주어지면 팀 전원이 힘을 합해 문제 해결을 위해 매달린다. 이 팀 안에서는 어떤 아이디어 독점도 허용이 안 된다. 모두가 내놓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다 내놓고 그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팀 작업은 ‘give and take’에 의거해서 상호 신뢰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루어진다.

일단 어떤 제품에 대한 디자인 의뢰가 오면, 그 제품 디자인을 맡은 팀은 시장 조사를 한다. 그리고 나서 미래의 사용자의 일상 생활을 아주 세심하게 관찰을 한다. 그 관찰의 결과를 가지고 브레인스토밍으로 아이디어를 만들고 또 견본(Prototype)을 만들어 낸다. 이것이 이 회사가 수많은 제품 이노베이션을 만들어내는 원리다.

아이디오는 회사에 이노베이션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벽에 붙여놓고 항상 생각하라고 주문한다.

- 고객과 고객 아닌 사람을, 특히 팬을 관찰하라
- 직원과 방문자에게 긍정적인 ‘신체 언어’를 전할 수 있게끔 사무실 공간에 활기찬 분위기를 불어넣어라
-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명사’가 아니라 ‘동사’를 생각하라. 이것은 당신의 회사 혹은 브랜드와 접촉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놀라운 체험을 제공한다.
- 규칙을 깨뜨리고 ‘성공하기 위한 실패’를 하라. 변화는 문화의 일부이며, 사소한 좌절은 언제나 발생하는 일이다.
- 먼저 인간을 생각하고 조직의 내부 환경을 손질하라. 여기저기서 열정 팀이 등장한다.
- 이 부서와 저 부서, 당신의 회사와 잠재 고객, 현대와 미래 사이에 다리를 놓아라.

4.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사우스웨스트 항공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기업으로 유명한 회사가 또하나 있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나 아메리칸 에어라인과는 달리 매우 싼 운임으로 원하는 목적지까지 직행으로 여행할 수 있는 저가 항공사의 선두주자 사우스웨스트 항공이다. 1971년에 설립된 이후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으며 고속성장을 해온 회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객만족도 1위, 미국 교통부 선정 트리플 크라운상 5년 연속 수상, 최근 20년 주가 수익률 1위, 포춘지 선정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 3년 연속 선정 등 수많은 신기록을 세웠다.

어떻게 이런 우량 기업이 생길 수 있었을까? 물론 경쟁 항공사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저비용 구조를 가능토록 하는 경영전략이 중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관리비용이 적게 들도록 비행기 기종을 하나로 통일했다든지, 이착륙시 공항이용료가 적게 드는 소규모 공항을 이용했다든지, 기내식을 포함하여 기내에서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최대로 줄임으로써 비용을 극소화시켰다.

그러나 경쟁사에 비해 승무원에게 적은 연봉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CEO 허브 캘러허의 인간주의적이고 유머러스한 리더십과 경영방침은 직원들이 즐거운 분위기에서 일을 하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일반적인 미국 회사와는 달리 기업을 냉정한 이익사회가 아니라 화목한 공동사회로 보았다. 그래서 일터와 가정을 최대한 분리시키지 않고 결합시키려 했다. 직원들간에 갈등이 생겼을 때에는 이를 방치하지 않고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통해 갈등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또 직원을 뽑을 때에도 유머 감각이 풍부한 사람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대도약과 훌륭한 기업문화 정착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허브 캘러허 회장은 2년전에 퇴임을 했지만 이러한 기업문화는 아직도 성공적으로 잘 유지되고 있다.

5. 이제 고용 브랜드가 중요

물론 이상에서 언급한 회사 외에도 3M, 유한킴벌리, 쌈지, P&G, 이랜드는 독특한 기업문화로 높은 기업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이들 회사들의 공통점은 대학생들로부터 남부럽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이상한 일이 전혀 아니다.

포천지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 가장 매출이 높은 기업, 가장 성장이 빠른 기업들을 선정하면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도 매년 발표한다. 기업 브랜드, 상품 브랜드도 있지만 이제는 고용 브랜드도 중요하다. 고용 브랜드(Employment Brand)란 특정 회사에 대해 그 직원들의 머리에 떠오르는 총체적 이미지를 말한다.

고용 브랜드를 결정하는 요인은 많다. 그중에 기업 문화, 경영 스타일, 현 구성원들의 질적 수준, 경력 개발의 기회, 일과 삶의 기회, 동종업계에서의 기업 이미지들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개방적인 기업문화에 연봉이 높고 좋은 사람들이 많아 자기계발을 하기에 좋은 직장이면 그야말로 고용 브랜드는 짱이다. 물론 이런 모든 조건이 잘 충족되는 기업은 아주 적다.

앞서 말한 대로 고용 브랜드의 결정 요소중에 기업문화는 일종의 기후와 같다. 한순간에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층과 직원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다. 또 좋은 기업문화가 정착되면 외부에서 좋은 인재들이 그 소문을 듣고 자꾸 몰려든다. 그러면 기업 문화와 기업 성과는 서로 시너지를 받아 더욱 좋아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로 자주 거론되는 회사가 유한킴벌리다. 유한킴벌리의 문국현 사장은 자신이 부장일 때 회사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다른 동료 7명과 함께 상층부에 많은 제안을 했다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상층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에 실망을 하고 일부 주도층이 회사를 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의견을 받아 회사는 점차 변해나갔고,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이 되었다. 이렇듯 기업 문화는 회사 구성원들에 의해서 바뀔 수도 있다. 기업문화는 결국 회사구성원들의 공유물이기 때문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emars.co.kr) 대표

* 이글은 고려산업개발 사보에 기고한 글입니다.